전기차 완속충전시설 취득세 부과 논란...“갑작스러워”

아파트 관리사무소 항의전화 오기도

카테크입력 :2020/02/14 15:59    수정: 2020/02/15 19:59

정부가 전기차 완속충전시설에 취득세 부과 원칙을 밝히면서 전기차 충전 업체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전국 주요 아파트 단지에 전기차 완속충전시설을 설치한 국내 A업체는 최근 전기차 충전기 취득세 부과로 인해, 사업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올 1월부터 전기차 충전시설 취득세 부과가 시행됐다는 지자체의 통지문을 받은데 이어,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항의전화가 걸려오고 있어서다.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취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전기차 충전기 자체를 철거할 수 있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커질 경우, 국내 전기차 산업에 제동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전기차 충전시설 취득세 부과 원칙은 최근 발표된 ‘친환경차량 충전시설 취득세 과세 명확화’ 정책 문건에서 확인된다.

이 문건에 따르면 기존에는 주유시설, 가스충전시설, 송전철탑 등이 취득세 과세 대상 시설에 해당됐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 충전시설은 취득세 과세 대상 시설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전기차 충전기를 도입하려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들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그런데 정부의 전기차 충전시설 취득세 부과 계획은 충전기 업체들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 제 때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오랫동안 전기차 충전기가 취득세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취득세 부과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져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대전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이정표. (사진=지디넷코리아)

충전기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취득세 부과로 충전기를 철거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들이 많아질 경우, 사업을 거의 접어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업체도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 2018년 6월 ‘전기충전시설에 대한 지방세 과세방안’ 보고서에서 아파트 등에 주로 설치된 전기차 완속충전시설이 취득세 등 과세 대상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급속충전시설은 일반 주유시설과 운영형태가 매우 유사하므로 과세대상으로 적합하지만, 완속충전시설은 8시간 이하의 완충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과세대상으로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에도 정부가 모든 전기차 충전시설 대상으로 취득세 부과를 결정지으면서, 당분간 정부와 충전기 사업자 간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에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편하게 완속 충전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상황인데, 전기차를 제대로 타보지 못한 사람들이 실태 파악을 하지 않고 내려진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전국 모든 지자체 중 전기차 충전시설 취득세 부과 우려가 없는 곳은 제주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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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는 이미 지난달 29일 전기차 충전서비스 사업 규제 샌드박스 정책 특례를 활용해 2022년까지 전기차 충전시설 취득세를 면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시설 취득세 부과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져 도입 취지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별도 조례를 만들지 않으면, 충전기를 편하게 이용하려는 전기차 오너들의 충전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