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C·퀄컴 항소심 격돌…"경쟁 침해" vs "계약문제"

제9순회항소법원서 소송 시작…첫날부터 열띤 공방

홈&모바일입력 :2020/02/14 14:2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퀄컴이 스마트폰 칩 분야에서 경쟁 방해 행위를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13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순회항소법원에서 퀄컴과 연방거래위원회(FTC) 간의 반독점소송 항소심이 시작됐다. FTC 제소로 시작된 이번 소송은 지난 해 5월 퀄컴이 스마트폰 칩 시장에서 반독점 행위를 했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1심 재판부는 ‘라이선스를 하지 않을 경우 칩을 공급하지 않는’(no license-no chips) 정책을 비롯한 퀄컴의 4개 비즈니스 관행이 반독점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퀄컴 측에 문제가 된 비즈니스 관행을 수정하라는 강도 높은 이행 명령도 함께 발령했다.

퀄컴이 이 판결에 불복하면서 항소심이 열리게 됐다.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미국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퀄컴과 FTC 간의 반독점 소송 항소심이 시작됐다. (사진=제9항소법원)

■ 퀄컴 "독점지위 남용 안했다" vs FTC "노 라이선스, 노 칩 정책 문제"

이날 항소심에서 퀄컴은 3G와 4G LTE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을 방해한 적 없다는 종전 주장을 그대로 견지했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퀄컴 측의 토머스 골드스타인 변호사는 “경쟁 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었냐?”고 반문한 뒤 “아무런 문제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사안은 계약 위반 관련 문제이지 반독점 관련 이슈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FTC 측은 퀄컴의 ‘노 라이선스, 노 칩’ 정책이 어떻게 라이벌 업체들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지 명확히 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정책 때문에 휴대폰 단말기업체들이 퀄컴과 거래를 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퀄컴 본사. (사진=씨넷)

3명의 판사들이 진행한 이날 재판에선 퀄컴이 먼저 무대에 올랐다. 퀄컴 측은 20분 동안 판사들의 각종 질문에 대해 답변했다.

이어 법무부 관계자가 5분 동안 퀄컴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 다음 FTC가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돼야 하는 취지를 설명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FTC 변론에 대한 퀄컴의 반박을 끝으로 첫날 공판을 마무리했다.

■ 1심선 FTC 승소…비즈니스 관행 개선 명령 받기도

이번 소송은 2017년 FTC 제소로 시작됐다. 지난 해 열린 1심 소송 당시 FTC가 문제삼은 퀄컴의 비즈니스 관행은 크게 네 가지였다.

첫째. ‘라이선스를 하지 않을 경우 칩을 공급하지 않는’(no license-no chips) 정책

둘째. 인센티브 프로그램 (퀄컴 칩 사용할 경우 라이선스 비용 인하)

셋째. 라이벌 칩셋 업체엔 특허 기술 공여 거부

넷째. 애플과의 배타적 거래.

이런 주장에 대해 1심 재판을 이끈 루시 고 판사도 대체로 동의했다. 루시 고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퀄컴이 2011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애플에 크게 네 가지 종류의 반독점 행위를 했다고 적시했다.

루시 고 판사

첫째. 애플이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모뎀 칩 판매 거부. 심지어 샘플조차 공유하지 않음.

둘째. 인텔이 제공하는 경쟁 표준 말살.

셋째. 애플이 갖고 있는 특허 전부를 크로스라이선스 할 것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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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독점 계약 강요. 이 때문에 퀄컴 경쟁사들은 2011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애플에 모뎀 칩 판매를 하지 못함.

이런 판결과 함께 퀄컴에 대해 향후 7년 동안 매년 비즈니스 관행 시정 현황을 FTC에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퀄컴은 이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