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 가격 공세에 국내 태양광 생태계 '흔들'

태양광 소재 1위 OCI,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 중단키로

디지털경제입력 :2020/02/12 17:12    수정: 2020/02/13 07:37

국내 태양광소재 1위 기업인 OCI가 태양전지 핵심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가격 경쟁력이 점차 악화해 핵심 소재업체들이 줄줄이 관련 사업에서 손을 뗄 분위기다.

12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OCI는 전날(11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0일부터 전북 군산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 군산공장은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주로 생산하던 곳으로, 국내 1위·글로벌 2위의 폴리실리콘 제조사인 OCI의 대표 사업장으로 꼽힌다.

(사진=OCI)

■ 中 물량공세로 태양광 폴리실리콘 가격 급락

사업 중단의 배경은 태양광 폴리실리콘 국제가격이 급락한 데 있다. 지난 2008년 킬로그램(kg)당 400달러대였던 태양광 폴리실리콘 가격은 2018년 kg당 17달러로 확 떨어졌고, 현재는 kg당 10달러도 채 안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중국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최근 몇 년간 정부 지원을 받아 생산 설비를 증설하면서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친 탓"이라고 말했다. 중국 중앙·지방정부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펼치는 전기료 할인 등 각종 지원이 현지 업체에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한 점도 국내 업계에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가 반덤핑관세 부과를 연장키로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 5년간 국내 업체가 중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4~9%의 관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사업 적자 폭이 커지면서 OCI의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은 1천80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천587억원 흑자)와 비교해 적자로 전환한 데 더해, 매출도 전년 대비 16.3% 감소한 2조6천51억원에 머문 것.

김택중 OCI 사장은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태양광 폴리실리콘 가격이 매년 낮게 형성되고 있어 반등에 성공한다고 해도 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OCI는 원가 절감을 위해 향후 말레이시아 사업장에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을 맡길 계획이다. 군산공장은 정기보수를 거친 후 오는 5월부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라인으로 일부 가동을 재개한다. 이 회사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 2022년까지 생산 규모를 1천톤(t)에서 5천t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사진=한화솔루션)

■ 2위 한화솔루션도 사업 철수 검토

태양광 제조업 생태계는 ▲태양전지 원재료 '폴리실리콘' ▲폴리실리콘을 녹여 제조하는 소재인 잉곳 ▲이를 얇게 절단해 만든 웨이퍼 ▲태양광 셀(Cell) ▲태양광 모듈 업체 등으로 선순환하는 구조다. 만약 하나의 축이라도 무너진다면 생태계 전체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2위 태양광 폴리실리콘 제조사인 한화솔루션도 사업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화솔루션은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남 여수 폴리실리콘 공장의 가동률을 낮췄다. 가격 방어에 실패해 폴리실리콘 사업 적자는 지속되고 있다.

중간재인 잉곳과 웨이퍼를 만드는 업체도 웅진에너지로 유일한데, 이 회사도 지난해 5월 도산 위기를 넘기고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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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의 주요한 축인 태양광 산업이 무너지면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5%까지 늘리겠다는 정부의 에너지계획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본격적으로 높이기도 전에 중심 축인 태양광 생태계에 문제가 생기면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