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기술 개발, 지금이 적기…망설이면 美·中에 시장 뺏긴다”

‘6G 오픈 심포지엄’ 개최…“6G 선도 위해 선제적인 기술 개발 시작해야”

방송/통신입력 :2020/02/11 16:52    수정: 2020/02/12 06:34

“5G를 시작한 지금 6G에 대한 논의가 이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지만, 산업계가 합의점을 도출하고 글로벌 표준화를 추진하기 위해선 지금이 적기다. 더 늦어지면 미국·중국·일본·EU 등에 시장 선점을 빼앗길 수도 있다.”

11일 서울 양재동 소재 엘타워에서 열린 ‘6G 오픈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여한 이주호 삼성전자 펠로우는 이같이 말했다. 6G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글로벌 선두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 국내에서도 6G를 주제로 한 산업계·학계·연구계·정부의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뜻이다.

6G는 지난해 상용화된 5G 이후 전 세계 산업을 이끌 새로운 세대의 통신 기술을 말한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6G 연구개발(R&D)을 위한 국가 사령탑을 발족했고, 일본은 향후 7년간 6G 관련 기술개발에 220억엔(2153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은 올해 1월부터 6G 연구개발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5G 포럼 내 6G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국제적인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 6G, 왜 중요한가?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6G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5G 시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각종 융합 서비스가 6G 시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런 전망은 과거 사례에 기인한다. 휴대폰 보급이 시작된 1G 시대 이후 2G 시대에 들어 휴대폰 사용이 보편화 됐고, 데이터 사용이 시작된 3G 시대를 지나 4G 시대에 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됐다. 5G 상용화와 함께 그린 청사진이 6G 시대 접어들어서야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5G가 제시한 산업과 통신 간 융합이 6G에서 보편화 될 경우, 이는 단순한 통신 시장 선점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 통신과 융합된 산업은 생산성 및 효율화 측면에서 압도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6G 오픈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6G 관련 기술 개발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정재훈 LG전자 미래기술개발센터 책임은 “과거 10년간 통신 세대의 진화에 비춰 봤을 때, 5G 1차 표준이 완성될 예정인 지금 다음 세대에 대한 연구개발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호 펠로우는 “6G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산업계가 공감대를 형성해 자원을 투입하고 정부가 정책방향을 설정해야한다”며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 중 일부를 글로벌 표준화로 설정하는 작업까지 수행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 6G,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6G 기술 개발을 앞두고 선제적인 고민이 필요한 분야로는 ▲Tera-Hz(테라 헤르츠) ▲스펙트럼 쉐어링 ▲모바일엣지컴퓨팅(MEC) ▲인공지능(AI) 등이 거론된다.

우선 Tera-Hz는 5G에서 활용할 예정인 28GHz 고주파수 대역보다 한층 더 높은 대역의 주파수다. 5G보다 빠른 데이터 전송과 짧은 지연을 위해 6G에 필요한 주파수 대역으로 꼽힌다. 전파의 도달거리와 직진성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상용화가 어렵지만, 기술적 문제를 극복할 경우 데이터 전송속도는 기가급 속도를 넘어 테라급 속도로 빨라질 수 있다.

이주호 펠로우는 “5G 관련 기술 개발이 이뤄지면서 28GHz를 비롯한 mmWave 대역을 활용이 논의되기 시작했다”며 “지금으로서는 먼 얘기지만 6G 시대에는 100~1만GHz 대역의 Tera-Hz 대역을 당연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6G오픈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나선 이주호 삼성전자 펠로우.

스펙트럼 쉐어링 기술는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주파수 자원을 밀리미터 단위로 공유해, 중저대역 주파수 대역에서도 고주파 기반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복잡한 컴퓨팅 계산은 네트워크가 수행하고, 단말은 통신을 통해 정보를 내려받는 MEC ▲네트워크 플랫폼을 최적화하는 AI 솔루션 등도 6G에 필요한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일규 ETRI 본부장은 “5G를 통해 무선 네트워크의 지연이 줄었다면, 6G에서는 유선 네트워크 분야의 지연 시간도 줄어들 것”이라며 “특히 6G 시대에는 기존 알고리즘 기반의 AI가 전 분야로 확장되고, 지상 통신국 위주의 통신은 저궤도 위성을 통해 커버리지가 대폭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6G, 국가 R&D 중심으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해외에 비해 6G 분야에서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정부 및 통신사업자들의 관심이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6G 준비 현황에 주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6G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정부 주도의 R&D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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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탁기 SK텔레콤 팀장은 “6G R&D가 초기이기 때문에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전체 시장을 조망하고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중복 투자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최성호 IITP PM은 “6G 기술 개발은 불확실하고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산업계가 이를 감당하긴 어렵고, 정부가 나서 초기 R&D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6G R&D가 보다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오픈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식 KT인프라연구소 소장은 “현재 국가 R&D는 국책주도의 폐쇄형 R&D로 밀집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된다”며 “학계 간 연구소 간 사업자 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글로벌 사업자와 협업해 성과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