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제강 과정에 AI 도입해 철강 성분 최적화 구현

'AI 성분 분석 툴' 세계 첫 도입...다른 공정에도 확대 계획

컴퓨팅입력 :2020/02/07 15:25    수정: 2020/02/07 15:25

포스코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공장에 적극 도입하며 새로운 도약에 나서고 있다.

특히 광양제철소 제2 제강공장에 도입한 AI기반 통합 성분예측 모델은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아직 발표된 사례가 없을 정도다.

광양제철소의 AI 모델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포스코는 제강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확대 도입할 계획이다.

광양제철소에서 만난 포스코 생산전략실 김용환 팀장은 “통합 성분예측 모델을 통해 AI 도입에 대한 가능성을 봤고 경영진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여러 분야에 AI 도입을 확대해 최종적으로는 모든 공정을 연계하는 관통형 AI 서비스도 가능할 것으로 구상 중이다”라고 말했다.

포스코 생산전략실 김용환 팀장과 제강기술개발섹션 한경석 대리.

■ AI기반 통합 성분예측 모델로 편차 최소화

AI기반 통합 성분예측 모델은 제강 과정에서 AI를 도입해 쇳물(용선)의 화학성분을 예측해 안정적으로 원하는 성분비율을 강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제작됐다.

제강은 철광석과 폐철을 용광로에 넣어 녹여 만든 쇳물에 산소를 추가해 불순물을 태우고 성분을 조정 후 응고시켜 실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소재인 강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자동차, 선박을 비롯해 코일, 나사 등 고객사가 요청하는 제품의 재질이나 강도, 연신률 등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정밀한 성분 조정이 필요하다. 쇳물에서 탄소 비율이 높아지면 강이 단단해지고 망간을 넣으면 유연해지는 방식이다.

그동안 제강 작업은 쇳물 상태에서는 성분 비율 파악이 힘들어 일부 쇳물을 굳혀 샘플을 제작해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제강과정.

만약 성분 비율이 맞지 않다면 쇳물 300톤은 해당 성분 비율에 맞는 다른 제품으로 용도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비용과 시간이 발생하게 된다. 한번 성분 조정이 끝난 쇳물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다른 공정에 밀려 성분을 변경하는 재공정을 거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광양제철소의 주력 제품인 자동차 강판은 가공이 잘되면서 가공 후엔 튼튼할 수 있도록 매우 세밀한 성분 비율이 요구된다. 기존 작업 과정에서도 성분비를 0.001ppm까지 제어할 수 있었음에도 편차가 0.01%만 차이나면 클레임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통합 성분예측 모델 도입 후 내부적으로 기대한 것보다 높은 15~16% 정도 편차를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성분 편차를 줄일 수 있게 됨으로써 보다 세밀한 작업이 필요한 보다 높은 등급의 철강을 제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조합을 통한 결과물 예측이 가능해진 만큼 일일이 시제품을 만들어보지 않아도 고객사가 요청하는 제품의 성분비를 맞출 수 있어 보다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AI 모델 도입에 후 성과에 대해 내부 만족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광양제철소 한경석 대리는 지난해 12월 포스코 사내 대회인 스마트과제 성과 발표대회에서 해당 프로젝트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AI는 직원의 부담을 줄이고 창의적인 일을 돕기 위한 도구

AI 성분 예측 모델 도입 후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 중 하나는 직원이 업무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제강 과정에서 쇳물을 성분 조합비율을 어떻게 조절할지는 조업자가 직접 결정해야 했다. 한번의 실수로 수백 톤의 쇳물이 버려질 수도 있는 만큼 작업에 대한 부담이 큰 업무였다.

하지만 AI 모델이 적용된 후에는 제시하는 수치를 확인하고 승인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업무량과 함께 작업에 대한 부담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한경석 대리는 “AI모델을 처음 도입할 때부터 회사의 방침은 사람을 대체하기 보다 업무 부담을 줄이고 창의적인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직원을 돕는 것이었다”며 “실제로 조업자는 기존에 반복작업을 벗어나 계측의 오류를 찾거나 그동안 계측되지 않던 수치를 발굴하는 등 새로운 일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양제철소 한경석 대리(우측)가 AI기반 통합 성분예측 모델을 사용 중이다.

■ 제강공정 이어 타 공정에도 AI 모델 도입 고려

AI전문 스타트업인 애자일소다와 함께 개발한 AI 성분 예측 모델은 3년 간 누적된 약 24만건 분량의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수집데이터 기간을 3년으로 제한한 것은 시간과 기술의 변화에 따라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조업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너무 예전 자료를 포함하면 오히려 결과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포스코는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2017년에 1개 공정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를 실시했다. 결과가 목표 수치를 넘어서면서 2018년 제2제강공장 모든 라인에 도입하는 수평전개를 약 3~4개월에 걸쳐 진해됐다.

제강공장에 도입한 AI 모델의 성과가 입증되면서 포스코 내부에서도 AI 도입을 늘리자는 의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김용환 팀장은 “예상보다 좋은 수치가 나오면서 내부에서도 AI 모델을 수평전개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제강 쪽은 성분 외에도 온도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제어 모델에 AI를 도입하고 관련 공정을 일원화해 처리하는 관통형 서비스가 구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어서 그는 “아직 구상 단계긴 하지만 제강을 비롯해 제선, 압연 등 각각 공정에도 AI를 도입하고 공정 작업을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AI를 도입해 발전시킬 여지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지난해는 “가능성을 본 해라고 할 수 있다. 최종적으론 철광석으로 쇳물을 만드는 제선공정에서 마무리 작업인 도금공정까지 모두 자동화하고 지능화하는 모델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적용하기엔 아직 멀었지만 이를 위한 기반 작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러한 작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