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행정, 공공기관의 업무용 PC를 리눅스 계열 운영체제(OS)로 교체하는 작업을 올해부터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정부의 '탈(脫) 윈도' 전략이 성공한 전례를 찾기 힘든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의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향후 계획과 사업 전망 등을 진단한다. [편집자주]
행정안전부는 이달부터 개방형 OS 도입 전략을 수립하고, 오는 10월부터 행안부 일부 인터넷용 PC에 '개방형 OS'를 도입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행안부는 개방형 OS를 도입하면서 민간 클라우드의 '서비스형 데스크톱(DaaS)' 상품을 이용해 공무원의 업무용 PC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공무원에게 PC를 지급하는 대신, 데이터센터에 원격 접속해 가상의 컴퓨터를 이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보안 문제 때문에 일반 데스크톱 PC를 업무용과 인터넷용으로 1명당 2대씩 지급하던 행태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 개방형 OS 사업, 어떻게 추진되나
행안부는 막 세부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이며, 이달부터 관계부처에서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전략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와 개방형 OS 공급업체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을 진행해 예산과 지출계획도 구체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행안부 시범 도입 후 2026년까지 5년 간 단계적으로 행정기관에 개방형 OS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사용중인 PC의 교체 연한 시 신규 PC를 구매하지 않고 클라우드와 개방형 OS를 사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IT시스템을 이용하는 행정기관과 공공기관마다 자율적으로 선호하는 환경을 선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개방형 OS 도입 계획을 전격 결정한 배경엔 올해초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7 기술지원 종료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출시 후 10년 간 윈도7에 무상으로 기술지원을 제공했는데, 지난달 15일로 지원을 종료했다. 정부가 윈도10 PC를 새로 도입하는 와중에 윈도 OS 종속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전자정부를 비롯해 행정기관 업무 시스템과 대국민 민원 시스템이 윈도와 플러그인에 종속적이어서 그동안 오픈소스 계열 OS로 전환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정부는 올해까지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 플러그인을 제거하는 작업을 완료하고 새로운 클라우드 기반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이 완성되면 윈도 종속에서 벗어나 개방형 OS를 도입하기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측은 개방형 OS를 도입해 연간 7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윈도 종속에서 벗어나는 만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 윈도7 등 OS 기술 지원 종료 시점마다 대대적으로 고가 PC를 구매하는 상황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작년 5월 행안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윈도7 PC를 윈도10 기기로 교체하는 비용은 약 7천800억원으로 추산됐다.
■ 정부의 도박, 성공 가능성은
한국 정부의 결정은 세계적으로 성공사례를 찾기 힘든 도박에 가깝다.
정부 차원에서 업무용 PC를 윈도에서 리눅스로 전면 교체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뮌헨시가 2003년 업무용 윈도 PC를 리눅스 PC로 교체하려 시도했다가 10년만에 윈도로 돌아갔다.
2014년 당시 뮌헨시의 결정 배경엔 시 내각과 시의회의 권력이 기독교사회당(CSU)에서 사회민주당(SPD)로 교체된 탓도 있었다. 하지만, 직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독일 내 다른 정부기관의 윈도와 호환성 문제 때문에 윈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뮌헨시는 2003년 연구에서 윈도를 리눅스로 변경해 1천160만유로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윈도7 도입에 필요한 하드웨어 비용 500만유로, 윈도 라이선스 420만유로, MS 오피스 라이선스 260만유로 등을 포함한 것이다. 근무자 교육에는 220만 유로 지출을 전망했다. 전체 사업 규모가 3천만 유로였지만, 결과적으로 6천만 유로를 지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다른 리눅스 PC 사례는 중국이다. 중국은 리눅스 계열인 기린OS를 개발해 사용중이다. 그러나 기린OS를 전면적으로 도입한 게 아니어서 모든 기관에서 쓰진 않는다.
한국 정부도 과거 일부에서 리눅스 계열 OS를 동비하려 시도했다. 대표적인 국내 개방형OS로 꼽히는 하모니카OS가 지난 정권에서 수억원의 지원을 받아 개발됐다. 하모니카OS도 크게 확산되진 못했다.
업계는 개방형 OS 도입의 성공을 위해 2가지 요건을 제시한다. 지속성, 개방성 등이다.
지속성의 경우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장기적으로 추진해야지, 중도 포기하면 몇몇 업체의 배만 불리고 흐지부지 될 것이란 지적이다.
리눅스를 도입하면 일단 업무용 오피스 프로그램과 행정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의 환경이 전과 달라진다. 사용자경험(UX)은 해결하기 쉽지만, 성능과 기존 시스템과 호환성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새로운 환경에 따른 이용자 교육, 예기치 못한 비용지출 등도 쉽게 예상 가능하다.
예산절감 효과나 부대효과가 당초 예상보다 부족할 경우 개방형 OS 사업은 좌초되기 쉬운 주위환경에 둘러쌓여있다. 수많은 압박을 돌파할 뚝심이 얼마나 정부 내부에서 유지될 지 주목될 수밖에 없다.
개방성의 경우 좀 더 근본적인 철학을 건드린다. 정부는 개방형 OS란 용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윈도 종속에서 벗어나겠다고 했다. 이는 역으로 또 리눅스 종속이란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위협요소를 갖고 있다.
애플리케이션과 시스템, 문서 포맷 등을 어느 OS, 어느 SW에서든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맥OS, 윈도, 리눅스 등에 상관없이 업무에 가장 적합하고 최고의 성능을 내는 환경을 기관과 공무원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자칫 개방형OS란 철학에 매몰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오픈소스 분야의 한 전문가는 "정부 의사결정의 최우선 요소는 국민에게 안정적이고 원활한 행정을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개방형 OS 도입으로 대국민 서비스에 장애가 생기거나, 행정업무에 차질이 생긴다면 사업의 의미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 시장은 얼마나 커지나
행안부의 전망은 아직 연간 700억원 예산절감 수준에 그친다. 좀 더 구체화되려면 실제 입찰과 도입 후 활용 정도를 살펴봐야 할 것이란 게 정부의 입장이다.
현재로선 하모니카OS의 인베슘, 구름OS의 한글과컴퓨터, 티맥스OS의 티맥스A&C 등이 주요 업체로 꼽힌다.
개방형 OS는 GNU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따르기 때문에, OS 자체의 라이선스 가격은 0원이다. 대신, OS 커스터마이징, 부가요소 개발, 유지보수 등을 위한 운영서비스 비용지출이 요구된다. OS 제공업체의 수입은 패키지 구매 대신 일정기간 단위의 용역 계약 형태로 이뤄진다.
DaaS를 제공하는 민간 클라우드의 경우 KT, SK브로드밴드, 네이버, NHN 등도 관련 업체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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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업무 환경이 클라우드로 대다수 전환될 경우 네트워크 회선비용과 인프라 운영 비용이 기존 PC 교체 사업의 예산을 흡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기관의 이용자가 원격으로 클라우드에 접속하려면 안정적인 회선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는 고사양 장비와 서비스가 필요하다. 장애 시 백업을 위한 별도 지출도 전망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