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은 시작일 뿐"…개선 과제도 산적

[이슈진단+] 데이터3법 통과, 산업계 영향은 (하)

컴퓨팅입력 :2020/01/10 16:39    수정: 2020/01/10 18:55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가 어느 나라보다 데이터를 잘 쓰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만큼, 데이터 3법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파급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데이터 이용 허들이 다소 낮아졌기 때문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관련된 분야서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반면 데이터 3법에 따라 개인 정보가 주체 동의없이 상업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 3법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다방면으로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데이터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정보 주체를 알아볼 수 없게 한 가명(비식별)정보의 활용 합법화, 개인정보 거버넌스의 일원화 등 데이터 경제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진정한 데이터 경제를 실현하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빅데이터의 핵심 재료인 가명정보가 어떻게 구체화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데이터 3법에는 가명정보가 법적 개념으로 추가됐을 뿐, 가명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중시하는 시민단체들도 가명정보의 정의와 활용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데이터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비식별 처리된 정보 주체가 다시 특정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절차만 제안됐을 뿐,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은 부재하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정보를 제공한 주체에 대해 보상이 따르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집한 데이터를 폐쇄적으로 관리하는 공공 분야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을 시 데이터 공유를 의무화하는 법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가명정보, 어떻게 만들면 되나요?

데이터 3법에서는 가명정보에 대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게 할 경우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정보 주체가 식별되는 경우를 어떻게 피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되지 못한 상황이다.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정부 지침으로는 지난 2016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발간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이 있다. 하지만 해당 가이드라인에서도 정보 주체 식별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에 대한 비식별 조치 여부와 방법은 데이터 이용 목적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안내하는 데 그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출처=KISA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개인정보와 비식별 정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정부가 의문을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차량 번호는 개인 차량도 있고 법인 차량도 있는데 단순히 전부 개인정보라고 보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기업이 비식별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산업별 개인정보 비식별 가이드라인이 필수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가명정보에 대해 "시민단체의 프라이버시 우려도 해소하면서 사업자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안전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차후 가명 처리에 대한 구체화 논의가 필요해질텐데 산업계가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비식별화 했다고 안심할 수 있나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데이터 3법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식지 않은 상태다. 향후 가명정보 도출 과정을 구체적으로 논하는 과정에서 이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질 필요가 있다.

데이터 3법은 국회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도 이같은 이유로 진통을 겪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본회의에서 데이터 3법 중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 반대 토론을 신청, 정보 주체의 자기 결정권이 고려되지 않은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신용정보법이 정보 보호, 감독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추 의원은 "금융사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반성 조치인데 이를 무위로 돌리는 것이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도 신용평가사가 동의 없이 활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언급했다.

9일 국회 본회의장(출처=뉴스1)

참여연대는 데이터 3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규탄하는 성명을 10일 발표했다. 제대로 된 개인정보 보호 장치 없이 법안이 통과돼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법안 재개정에 매진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뒷받침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넷플릭스는 영화 평점 알고리즘 개선 대회를 열고 가명 처리한 이용자 50만명의 영화 평가정보 1억개를 활용케 했다. 그러나 영화 평점 사이트 IMDb 이용자 50명의 평점 정보를 활용해 특정 정보의 주체가 도출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해 8월 발표한 '데이터 경제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 법제 관련 쟁점 및 개선과제'를 통해 정보집합물 관련 감독 강화와 구체적 기준 마련을 주장한 바 있다.

■ 개인 데이터, 왜 공유해야 하나요

산업계에서는 데이터 활용이 급증할 수 있도록 개개인 또는 기업·기관이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공유하게 하는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축적되는 데이터의 질이 향상되고, 데이터 경제 시대에서 국가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의료"라며 "의료 데이터를 전산화 시스템에 올려 축적해둔 국가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러나 데이터 개방이 미진해 축적된 데이터의 활용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다"며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유통하고 축적할 수 있는 정보 포털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 기관들에 대해 데이터를 공유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픽사베이

■공공 데이터도 활용하고 싶어요

지난 2017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공공·행정기관 간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 행정·공공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타 기관에 공유하는 것을 주저하는 분위기를 법제적으로 해소해 공공 빅데이터 활용의 장을 열게 한다는 취지로 해당 법안이 발의됐다.

관련기사

이 법안은 현 정부 국정과제인 공공 빅데이터 센터 구축에 대한 근거 법안이기도 하다. 행안부는 공공빅데이터센터를 정부통합데이터분석, 공공과 민간의 빅데이터센터 허브, 크게 2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나 법안이 계류돼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공공기관 데이터 간의 결합 외 공공·민간 데이터의 결합 분석 및 활용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빅데이터센터 업무 체계도

가명정보 활용을 합법화한 데이터 3법 통과로 공공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범주도 확대된 셈이다. 이에 공공빅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후속 입법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