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가 어느 나라보다 데이터를 잘 쓰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만큼, 데이터 3법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파급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데이터 이용 허들이 다소 낮아졌기 때문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관련된 분야서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반면 데이터 3법에 따라 개인 정보가 주체 동의없이 상업 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 3법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다방면으로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작년 말부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점쳐졌던 '데이터 3법'이 해를 넘겨 9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날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데이터 3법이 모두 문턱을 넘어섰고, 본회의서 가결됐다.
이중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개인 정보 중에서도 개인의 금융 거래 정보인 '신용정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많은 금융사와 핀테크에서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신용정보법 개정 법률은 올해 7월께 시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는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하위 법령 개정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 신정법 개정안 어떤 내용 담겼나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 째는 개인정보보호법처럼 신용정보를 가명처리한 경우, 개인정보 주체 동의 없이도 ▲통계작성(상업적 목적 포함) ▲연구 ▲공익적 목적 기록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정보원이나 금융보안원과 같은 데이터 전문기관에서 이종산업 간 데이터 결합도 가능해진다.
두 번째는 신용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곳은 정보 주체들이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쌓여있던 신용정보를 정보 주체가 동의한다면 A은행에서 B은행으로, 혹은 C은행에서 D핀테크 업체로 한번에 이관할 수 있는 것. 이는 금융위원회가 혁신 금융서비스로 강조했던 '마이데이터' 산업이다. 최소 자본금 5억원과 표준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구축한 곳이라면 마이데이터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사업자들은 정보 주체로부터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신용과 자산관리 서비스,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과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세 번째는 신용조회업(CB)의 인가 단위가 세분화된다는 점이다. 현행 신용정보법에 없었던 개인사업자CB와 비금융정보CB사가 생길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개인사업자CB는 개인사업자에 특화된 신용평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CB사로, 최소 자본금 요건은 50억원이다. 개인사업자CB에는 카드사도 진입할 수 있다.
이중 비금융정보CB는 통신료·전기·가스·수도 요금 등 비금융정보,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신용을 평가한다. 금융정보가 부족한 대학생이나 주부 등과 같은 '씬 파일러' 들이 제도권 금융을 통한 대출이 가능해질 발판이 될 수 있다. 비정형 데이터를 이용하는 CB사를 설립하기 위한 최소 자본금 조건은 5억원, 대량의 정형 데이터를 이용하는 CB사의 자본금 요건은 20억원이다.
■ 마이데이터 향배 촉각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가장 업계 이목을 끄는 것은 마이데이터 산업이다. 대형 금융사에서만 이뤄졌던 자산관리 서비스의 통로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페이코·한국신용데이터·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등은 마이데이터 시범 사업자로 지정됐으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공을 준비 중이다. 다른 핀테크 업체들도 마이데이터의 사업을 눈여겨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핀테크 업체 '핀크' 권영탁 대표는 "신용정보법을 포함한 데이터 3법은 금융의 혁신과 빅데이터 산업의 마중물이기에 이번 통과를 핀크는 물론 업계 모두가 두 팔 벌려 환영한다"며 "마이데이터 사업 인가를 통해 금융데이터에 기반한 진단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며, 금융에 소외되는 이가 없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는 "그간 준거법이 없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법령해석 회신문 등서 인정되는데 그쳤던 데이터 비즈니스가 활발히 전개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김 대표는 또 "데이터 활용 범위가 폭넓어지는 만큼 그에 따른 정보 보안 및 컴플라이언스에 기대하는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대로 은행권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범위가 정해지지 않아 세부안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E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계열사들이 경영관리 목적 외에 계열사 간 개인정보를 공유하거나 활용하면 안된다는 지주사 특별법이 신용정보법 개정안보다 우선"이라며 "지주회사 특별법에 대한 규제가 어떻게 될 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에게도 마이데이터 사업 진입이 허용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소비자의 선택 범위를 확대하고 효용 증대를 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F은행 관계자는 "법이 통과됐지만 세부 지침을 확인하고,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법리적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검토가 완료되면 할 수 있는 사업을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G은행 관계자는 "정보 보호 등 각종 컴플라이언스 체계 강화와 함께 그룹사 빅데이터 분석 역량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룹이 통합해 자산을 조회하고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길이 열리면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신용정보원(신정원)은 금융보안원과 '마이데이터 워킹그룹' 간사로 금융사와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신정원은 금융사가 마이데이터 지정 사업자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와 같은 서비스적인 측면을 논의 중이며, 금융보안원은 정보의 통로인 표준 API 구축과 보안 지원을 맡는다.
■ 신용평가 정당성과 정보 관리 상시평가 이뤄져
다양한 신용정보를 통한 신용평가가 정당하게 이뤄졌는지, 정보 관리 상시 평가도 진행된다. 신정원은 '개인신용평가체계검증위원회'를 설치해 CB사들이 개인 신용평가 시 쓴 기초 정보들이 적절한지, 결과는 공정한지에 대해 검증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신정원은 금융사들이 고객 정보를 잘 관리하는지에 대해서도 상시 평가한다. 금융사가 자체 평가 결과를 제출하면 신정원과 금융보안원이 공동으로 평가 후 현장 조사나 금융감독원에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신정원 이병철 팀장은 "금융사 외에도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되는 핀테크 업체까지 이 상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금융보안원은 오는 3월 오픈 예정 중인 '금융분야 빅데이터 거래소' 구축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현행 법에선 판매가 이뤄질 수 없었던 가명처리된 정보도 이번 개정안 통과로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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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안원 성인제 팀장은 "비식별(익명정보)정보는 거래를 할 수 있는 상태였는데, 신정법 개정안 통과로 가명정보까지 유통할 수 있도록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 금융위가 정보 주체 보호를 위해 자료제출, 처리중단, 시정조치, 공시 등을 요구하는 조치안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