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와 헨델은 같은 연도, 같은 국가에서 태어났는데 왜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로,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로 불릴까?
두 음악가 모두 누가 들어도 뒤에 익숙한 명곡을 작곡했기 때문에 수백년이 흘러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알겠는데, 왜 남성인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란 수식어가 붙었을까?
오스트리아 출신 음악가 모차르트는 정말 ‘프리메이슨’(18세기 초 영국에서 시작된 세계시민주의적인도주의적 우애를 목적으로 하는 비밀 단체)에 소속된 멤버였을까?
‘클알못’(클래식을 잘 알지 못 하는 사람)도 호기심이 일만 한 뒷 이야기를 알기 쉽게 들려주는 ‘팟튜버’(팟캐스터+유튜버)가 있다. 바로 유튜브, 팟빵, 트위치에서 음악 방송을 진행 중인 ‘송사비’가 그 주인공이다. 팟빵에서는 ‘송사비의 음악야화’란 코너를 운영 중이다.
■ “팬들의 응원 덕분에 힘 얻어”
본업과 실명은 ‘대외비’라고 밝힌 그는 작곡과를 졸업해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는 취미 그 이상의 취미를 가진 새내기 인플루언서다. 유튜브에서는 시청자들 노래에 즉흥 연주를 하며 20대의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고, 팟캐스트 방송인 팟빵을 통해서는 클래식에 대한 다양한 일화와 뒷얘기를 들려주며 청취자들에게 잔잔한 대화를 건넨다.
송사비는 플랫폼별 다른 콘셉트와 콘텐츠를 구성하는 전략으로 방송 1년도 안 돼 유튜브 구독자 약 8만8천 명, 팟빵 구독자 약 2천400명을 모았다. 아직 본인을 인플루언서라 하기엔 어색하고 이른 감이 있다고 밝힌 그는 음악으로 구독자들과 소통하면서 힘을 얻고 삶의 가치를 느낀다고 말했다.
“구독자분들이 제 방송을 보고 재미있다고 말해주거나, 저로 인해서 우울함이 없어졌다고, 또 취미를 찾았다고 했을 때 자극이 되고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방송을 들으면서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다는 말에 저 스스로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 “수익 목표 버리고 나에 집중”
서로 다른 콘텐츠를 각각의 플랫폼에 올리다 보니 그의 개인적 일상은 거의 없다. 눈 뜨면 다음 콘텐츠 기획에 대한 구상을 하고, 일과 시간에는 본업과 외부 미팅, 저녁에는 방송과 편집 등의 업무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일과 일상의 경계가 없어진 것 같아요. 생방송은 밤에 하고, 외부 미팅은 낮에 있고, 대본을 쓰고 기획 등 모든 작업을 혼자 하다 보니 그렇죠. 눈 뜨면 다음 주에 뭐하지 생각해요. 또 구독자 분들의 반응도 살펴야 하죠. 10분짜리 영상 몇 개 만들고, 3시간 생방송 하고 큰 수익을 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본인한테 맞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는다면 금방 포기하게 되는 일이라 생각해요. 수익성만 생각하면 버티기 힘든 일 같아요.”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 탓에 그는 실제의 나와 송사비 캐릭터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또 밖으로 보이는 송사비보다 나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번아웃이 올 뻔 한 상황을 겪기도 했지만 목표가 언제까지 얼마를 모으자가 아니라, 구독자분들의 응원과 격려를 통해 힘을 얻고 자극을 받으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독자와 수익을 보지 않고, 그냥 내가 잘 하면 결과와 보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생각을 갖고 (욕심을) 내려놓게 됐죠. 저와 송사비 캐릭터를 분리시켜 송사비보다 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함으로써 힘든 시기를 넘겼던 것 같아요.”
■ “한 때는 라디오 PD가 꿈...팬들과 함께 한 기부 잘한 일”
송사비가 꼽은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연초 계획한 팬들과 함께 한 기부 활동이다. 방송에서 팬들과 내기 게임을 통해 자신이 이기면 팬들이 5천원 이상 기부를 하고, 자신이 지면 100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는데 본인이 지고 말았다. 이에 100만원을 기부했는데, 40여명의 팬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연초부터 크리스마스 때 기부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팬들과 내기를 하고 제가 이기면 5천원 이상 기부 인증해 달라고 하고, 제가 지면 저만 기부하고 벌칙으로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죠. 그런데 졌어요. 100만원 기부했는데, 40명이 넘는 팬 분들이 기부에 동참해주셨어요. 저한테도 한 번에 100만원 기부는 큰 일이었는데, 팬들의 동참으로 감동적인 일이 됐어요. 올해에는 더 큰 금액을 목표로 할까 생각 중이예요.”
대학을 졸업하고 송사비는 라디오 피디가 꿈이었다. 실제로 한 방송국에 지원도 했다 최종 단계에서 탈락한 경험도 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일과 선택에 누구보다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작곡가로서 유학을 다녀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그렇다고 저의 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원래 라디오 피디가 꿈이어서 도전도 했었는데, 최종 단계에서 아쉽게 떨어졌어요. 그 땐 힘들었지만 지금 제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니 만족해요. 부모님도 처음엔 걱정하셨지만, 지금은 팟캐스트 애청자로서 아는 척도 해주시고 자랑스러워 하시고요.”
■ “오디오 콘텐츠 생소한 게 매력...올해는 협업과 분업 계획”
송사비의 올해 계획은 ‘협업’이다. 지금까지는 ‘원맨쇼’에 가까웠다면 앞으로는 방송에 다른 출연진을 소개도 하고, 촬영이나 편집 등의 업무를 전문가들과 함께 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통해 자신을 인플루언서가 아닌 동네 언니, 동생, 누나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졌다. 추후에는 클래식 장르뿐 아니라 대중음악과 문화에 대한 얘기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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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전문가들과 일을 나눠서 하고, 다른 분들을 소개하는 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원래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았었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어요. 꿈이나 목표에 집착하지 않고,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맞을까 고민하는 게 저의 목표예요. 요즘 세대들은 오디오 콘텐츠가 생소하지만, 이게 더 매력적이라 생각해요. 너무나 빠르게 디지털화 되고 스낵컬처가 유행하다 보니 감성적으로 충족이 필요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죠. 음악은 편식 없이 모든 장르를 좋아해요. 나중에는 대중음악이나 문화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요.”
어려울 수 있는 음악을 쉬운 언어로 소개하고 싶다는 송사비는 누구나 흥미를 갖고 재미를 가질만 한 클래식 이야기들을 한 데 모아 책으로 펴낼 계획도 세웠다. 아직도 팬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는 그는 당장 이번 달 방송이 마지막이었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고 인생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오늘을 살고 싶다는 끝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