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영업점 직원 KPI서 디지털 부문 뺀다"

[DT의 주역들] 신범수 디지털전략부 부장

금융입력 :2019/12/23 15:06

핀테크와 은행이 '계급장'을 떼고 한판 붙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다양한 은행 계좌를 한 데 등록하고, 타 은행 간 자금이체 등의 금융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는 오픈뱅킹이 본격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는 곧 누가 더 금융플랫폼 사업자로 고객에게 매력적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뱅킹과 더불어 고객이 자신의 금융데이터를 옮기고 관리해줄 사업자를 택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까지. 세분화되는 금융 라이선스로 국내 금융시장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중심에는 디지털이 자리잡고 있다. 은행부터 핀테크까지, 디지털 전환의 주역들을 만나본다.[편집자주]

우리은행 내 또다른 은행이라고 불리는 디지털금융그룹은 은행 사무실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자유로운 복장부터 사무실 배치와 구성까지. 보수적인 은행이 이렇게 '혁신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었다. 우리은행 신범수 디지털전략부장은 "디지털금융그룹의 분위기가 다른 부서까지 확산돼 디지털 기술을 업무에 적용하면 좋은 사례들을 제시했다"며 "내년에는 역할을 확대해 디지털금융그룹 자체 역량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범수 부장은 이어 "은행은 없어지고 브랜드명만 남게될 것"이라면서 "내년 은행과 핀테크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은행 신범수 디지털전략부장.(사진=지디넷코리아)

Q. 우리은행 내 은행(Bank in Bank, BIB)로 디지털금융그룹이 운영되고 있다.

"은행들이 '디지털, 디지털'하지만 CEO의 의지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외부 컨설팅 결과 가혹하지만 CEO가 톱다운(위에서 아래로) 방식으로 꾸준히 디지털을 추진해야 디지털 금융을 성공할 수 있다고 나왔다.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이 결단을 내렸다. BIB 개념으로 가니 3~4개월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여신이나 개인고객본부 등에서도 '이런 사업을 디지털로 하면 좋겠다'고 문의하기도 하고, 디지털을 접목된 사업을 꾀하는 곳도 늘었다.

예산과 인력충원, 상품 경쟁력 등 자율권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디지털 문화를 확산하는 작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리버스 멘토링'이란 제도가 있는데, 우리은행 내 임원을 대상으로 신기술을 설명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제도였다. 이를 내년에는 각 직급별로 나누어 체계적인 연수를 하고자 한다."

Q. 원(WON)뱅킹 출시와 오픈뱅킹 출시가 같은 해에 동시에 있었다.

"올 한해는 원터치뱅킹을 원뱅킹으로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작업도 있었고, 오픈뱅킹도 해야 했다. 원뱅킹은 8월, 오픈뱅킹은 10월 말이다 보니 다른 은행보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원터치뱅킹과 원뱅킹에 오픈뱅킹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냐, 한 군데만 할 것이냐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만약 둘 다 오픈뱅킹을 쓸 수 있게 하면 원터치뱅킹서 원뱅킹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다고 봐 원뱅킹에만 적용했다. 두 개로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이 양분되다보니 실적이 뛰어나진 않다 다만, 원뱅킹이 12월 10일 안정화됐다고 판단했으며, 오픈뱅킹도 장애없이 구축됐다고 평한다. 전행 차원서 오픈뱅킹 전담반(TF)을 통해 오픈뱅킹 확산, 정착에 주력할 것이다."

Q. 오픈뱅킹과 관련한 차별화 서비스는.

"공인인증서 없이 다계좌 이체가 가능하고, 오픈뱅킹 신상품 3종 세트를 내놓은 것이다. 자산관리서비스를 붙여야 완성되는데 이를 붙이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내년 대면채널에서의 오픈뱅킹도 열린다. 비대면과 대면을 망라한 자산관리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또 오픈뱅킹과 관련해 모바일 앱 인증서 개편도 고안 중이다."

Q. 내년 역점 사업이 있다면.

"디지털금융그룹이 재무적인 부분서 비중을 확대하도록 할 예정이다. 올해는 비대면 고객 수 확산에 주력했다면 내년은 은행 전체 여수신 총량과 수익에 기여도를 높이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 과정서 영업 조직의 힘을 빌리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금융그룹 자체로 할 것이며, 내년부터 영업 조직의 '디지털 핵심성과지표(KPI)' 평가 항목이 완전히 없어진다."

관련기사

Q. 영업 조직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일면있는데 대책이 있나.

"관건은 우리 앱에 대한 경쟁력이다. 또 정도로 가려고 한다. KPI라는 것은 인위적으로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목적이다 보니 성과 자체는 좋아도 사실 단점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자체의 경쟁력, 고객 사용 편의성, 좋은 상품으로 고객을 자연스레 유도하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오픈뱅킹 이용도를 높이고 우리은행 앱도 지속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