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정 KTR 원장 “시험인증도 R&D 단계부터 참여해 기여해야”

“결국은 좋은 사람과 첨단 장비…고급 인력 양성 힘 쏟겠다”

인터뷰입력 :2019/12/16 11:37    수정: 2019/12/16 13:30

권오정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원장
권오정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원장

“과거 산업부 시절 초임 과장으로 디자인산업과를 맡았는데, 당시만 해도 디자인 개념이 도입되긴 했지만 외형만 예쁘게 하면 된다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단순히 외형만으로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연구개발(R&D) 단계부터 디자인이 참여해야 통하는 제품이 됐습니다. 시험인증도 마찬가지입니다. R&D 단계에서부터 참여해야 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좋은 사람과 첨단 장비입니다. 미리 투자계획을 세워서 첨단 장비를 잘 운영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을 양성할 계획입니다.”

낮은 톤이지만 신뢰감이 배어 있다. 오랜 산업정책 경험에서 나온 인사이트임을 직감했다.

최근 과천 본원에서 만난 권오정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원장은 특유의 차분한 모습이었다. 권 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재직 시절 ‘신사’로 통했다. 조용하면서도 업무의 결을 꿰뚫은 인사이트는 명확했고 업무처리 방식은 묵직했다.

행정고시 34회로 상공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소속부처 이름이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로 바뀐 30년 가까이 무역·산업·기술·에너지 등 전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전문성과 장기적 안목을 길렀다. 권 원장은 지난 9월 변종립 전 원장의 바통을 이어 KTR의 새 사령탑으로 자리를 잡았다. 취임 100일을 맞은 권 원장이 그리는 ‘창립 50년 KTR’의 운영 방향과 미래 100년 비전을 들어봤다.

권오정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원장

= 곧 취임 100일입니다. 공직에 계실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일 텐데요. 취임 이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 KTR는 1000명이 넘는 직원이 과천 본원을 비롯해 전국 7개 시험소와 15개 지원 7개 해외지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취임 초기부터 KTR 전국 네트워크를 다니며 임직원들과 대화하면서 업무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지원을 마지막으로 투어를 마치고 KTR의 업무범위와 역량, 극복해야 할 과제와 앞으로 펼쳐질 기회 등을 살피고 제가 해야 할 역할과 수행할 방법 등을 모색했습니다.

= 30년에 걸쳐 공직생활을 하셨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셨을 텐데, KTR 운영에 어떻게 접목할 계획이신지요.

▲ KTR는 화학·환경, 소재·부품, 토목·건축, 전기·전자, 의료기기·헬스케어, 기간산업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시험인증과 기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30년 가까운 공직생활 동안 무역·산업·기술·에너지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동안 쌓은 저의 산업 전반에 걸친 정책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국내 시험인증산업 발전을 선도하며 글로벌 기관을 성장해 온 KTR가 4차 산업혁명과 융복합 시대에 걸맞은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권오정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원장

= 올해 KTR가 창립 50주년을 맞았습니다. 미래 KTR는 어떤 모습일까요.

▲ 올해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KTR는 이제 미래 100년 비전과 전략을 갖추고 국내 시험인증 리더에서 글로벌 톱 기관으로 위상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시험인증 기관 역할을 넘어 우리기업의 제품 개발에서 생산, 출시와 수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종합 기술서비스 기관’으로 역할을 강조해 나가야 합니다.

KTR는 시험인증 제공과 글로벌 역량 강화를 양대 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융합제품과 미래 기술에도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대한 맞춤형 투자와 고부가가치 시험 확대, 시험인증 서비스 고도화, 세계시장 핵심 권역별 조직 구축 및 선제투자를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KTR 발전 전략으로 꼽았습니다.

= 국내에는 비슷한 규모의 시험인증기관이 있습니다. KTR만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 KTR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사람’입니다. KTR는 국내 기관은 물론 글로벌 기관과 견주어도 자랑할 만한 인적 인프라를 갖췄습니다. KTR는 국내 시험인증기관 가운데 석·박사 및 기술사 등 전문인력 비율이 가장 큰 자산입니다.

KTR는 또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와 업무 포트폴리오를 자랑합니다. 세계 수준의 시험장비 등 인프라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관명으로 ‘융합’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KTR는 국내 적합성평가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7개의 해외지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럽·중남미·중국·베트남 해외 지원은 현지에서 우리기업 진출을 직접 돕고 있습니다. 아울러 세계 30개국 140개 기관과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인증과 기술규제 대응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국내 기관 가운데 가장 폭넓은 규모입니다. KTR가 우리 기업과 세계시장을 함께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권오정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원장

= 해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수출을 유지하려면 해외 시험인증기관의 협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 KTR는 국내 기관 가운데 전 세계에 가장 많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현지 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KTR 성적서와 공장심사 등을 통해 현지 인허가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중국 등에서는 KTR가 유일대리인 역할을 통해 수출기업에 현지 인허가와 등록·통관 등 수출 전 과정에 걸쳐 직접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브라질·콜롬비아 등 중남미에서도 전기전자분야 등 현지 기술규제를 KTR 심사나 시험결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럽 CE인증과 러시아 및 인접국가 인증, 각국의 화학물질 등록 업무 등도 KTR가 직접 수행합니다.

KTR는 신남방·신북방 및 중남미 국가와 성적서 상호인정을 확대하고 신남방지역 수출 교두보 확대를 위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지역 시험인증 진출, 의료기기 수출지원 활성화 등 지역·분야별 맞춤형 세계시장 진출 전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우리 중견·중소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기 위해 KOTRA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핵심 권역별 업무 전담조직을 구성해 지역 전문가를 배치해 우리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고 있습니다.

= KTR는 비영리법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을 돕고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등과 경쟁하려면 수익 등도 뒷받침돼야 할 것 같습니다.

▲ KTR는 1969년 설립 이후 50년간 우리 기업의 도움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1970년 1억원이 채 안 된 수입액은 지난해 1천600억원을 넘길 정도로 커졌습니다. KTR의 성장은 모두 우리 기업 발전 인프라 확대로 환원됩니다. KTR는 현재 매년 3만여 기업에 30만여 건의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운영하는 장비만 5천200종이 넘습니다.

KTR는 미래 100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단순한 시험인증 서비스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기술규제 분석, 컨설팅, 신기술평가, 교육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환경·안전·헬스케어·에너지·화학물질 등록 등 분야에서 시험인증 고도화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미래 전략산업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권오정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원장

=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소재·부품·장비 분야 경쟁력강화가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KTR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최근 한일 갈등과 미중 간 무역전쟁 등으로 어려운 글로벌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사업에도 KTR가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KTR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지원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돕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시험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KTR는 지난해 9월 전남 광양에 조성한 융복합소재지원센터를 통해 기능성 화학소재 개발과 상품화를 돕고 있습니다. 이 센터는 전기·전자, 자동차, 이차전지, 의약품 등 제품 생산에 필요한 특수기능을 가진 화학소재 국산화와 만성 대일 무역적자 해소, 국내 화학 산업 고부가가치를 위해 조성했습니다. 내년 초에는 전남 순천 해룡산단에 첨단고무소재지원센터를 완공합니다. 지난 8월부터 일부 가동을 시작한 이 센터는 항공·우주, 자동차, 전기전자 등에 사용하는 고강도·고내열·극저온 첨단소재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고무소재 개발을 돕고 있습니다.

KTR는 이와 함께 소재·부품·장비 시험인증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기업을 전방위로 돕고 있습니다.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과 함께 9월부터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 포함된 6대 분야에 해당하거나 대일 의존도 감소에 기여하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소요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해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전할 말씀이 있으시면.

▲ KTR가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오며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발맞춰 함께 성장해 온 것은 임직원과 선배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100주년을 위해 새로운 목표와 전략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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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데이터 검증 강화, 분야별 숙련도 비교시험 실시 등을 통해 연구원 시험인증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시행해 나가야 합니다. 신뢰도 높은 서비스는 우리 연구원의 기본이지 필수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모든 대책을 찾아 시행할 계획입니다. 접수에서 처리까지 연구원의 서비스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기적으로 고객만족 모니터링을 실시해 고객 서비스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시험 결과가 나온 원인과 불합격 사유 등 고객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등 고객 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