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은 획기적…'그림자 규제' 걷어야 핀테크 성장"

[DT의 주역들] 페이민트 김영환 대표

금융입력 :2019/12/03 17:07    수정: 2019/12/03 17:53

오는 12월 18일 핀테크와 은행이 '계급장'을 떼고 한판 붙는다. 다양한 은행 계좌를 한 데 등록하고, 타 은행에서 타 은행으로 자금을 이체하는 등의 금융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는 오픈뱅킹이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누가 더 금융플랫폼 사업자로 고객에게 매력적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뱅킹과 더불어 고객이 자신의 금융데이터를 옮기고 관리해줄 사업자를 택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까지. 세분화되는 금융 라이선스로 국내 금융시장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중심에는 디지털이 자리잡고 있다. 은행부터 핀테크까지, 디지털 전환의 주역들을 만나본다.[편집자주]

핀테크 '페이민트' 김영환 대표는 업계에선 국내 금융산업과 결제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로 통한다. 리서치 회사 근무 경험을 기반으로 금융과 지급결제 구조·국내외 법적 이슈 등을 꿰뚫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김영환 대표는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장과 고객을 연결하는 스마트오더포스 '링크' ▲학원·병원·숙박업소 등에서 청구금액을 문자로 보내면 확인 후 바로 결제할 수 있는 '결제선생'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스피드' 등이 대표적이다. 페이민트는 다양한 지급 결제 솔루션을 기반으로 오픈뱅킹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구상 중이다.

그는 "오픈뱅킹은 정부가 한 사업 중 가장 큰 획을 그은 사건"이라며 "동남아시아 등에 비교적 선진적인 국내의 금융서비스를 널리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Q. 오픈뱅킹이 시범적으로 실시됐다.

"페이민트도 오픈뱅킹 이용 신청서를 냈다. 오픈뱅킹은 정부가 한 사업 중 가장 큰 획을 그은 사건이 아닌가 싶다. 통신망 개방한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파장이 어떨지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결국 오픈뱅킹은 이체 거래 등을 금융사, 핀테크가 무료로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크게 비용이 안들도록 구상이 됐으니까. 금융 산업 발전을 놓고 봤을 때 좋은 인프라가 될 것이란 것에 업계 이견이 없다. 오픈 API를 쓸 수 있도록 열어준 것에 큰 의미가 있다."

Q. 과거 '피처폰' 급 결제시스템을 '스마트폰' 급으로 바꾼다고 했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간 것이 있나. (관련기사: “피처폰급 결제시스템, 스마트폰급으로 바꾼다”)

"온라인 트래픽은 구글 분석툴로 분석한다. 근데 오프라인은 어떤가. 분석 툴이 없다. 하지만 단골 분석은 필수다. 언제 다시 오는지, 오면 어떻게 행동하는지 등 반복 경로가 있는지를 봐야 하는데 오프라인은 없는 거다. 또 온라인, 오프라인만 나눠서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온·오프라인 통합해야 한다. 포스는 몇 시에 얼마만큼 어떤 수단으로 결제했는지 정보만 있다. 이를 스마트화 해 온·오프라인 유입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도출, 분석해 도움이 돼야 한다고 본다.

페이민트 김영환 대표.(사진=지디넷코리아)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사람을 설명하는 일이다. 대부분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는 게 목적이다. 최근부터 시작한 것은 온도와 메뉴에 대한 고민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판매량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언제쯤 역전할까가 궁금하더라. 결국 결제 데이터와 기온 정보를 결합할 경우 가게를 더욱 잘 경영하게 도울 것이라고 본다. 페이민트는 단말기를 파는 것에 집중한 회사가 아니다.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여주고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전진 중이다."

Q. 해외 진출도 구상 중인가.

"그렇다. 한국은 간편결제 방식에 신용카드·휴대전화 소액 결제·은행 계좌이체를 한 데 묶어서 설계했다. 해외는 소액 결제가 없고 은행 계좌이체를 붙이는 것도 어려워 한다. 베트남이나 태국 등에 가면 국내 간편결제에 대해 놀라워한다. 이런 간편결제 방법을 패키징 해서 나가는 것을 고려 중이다. 확실히 동남아시아에 나가보면 국내 결제 시스템, 금융서비스가 한 단계 앞서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밖에 베트남 관광객이 한국에 왔을 때 QR코드 결제를 할 수 있는 방안도 고안 중이다."

Q. 혁신적 금융 기술을 금융사와 손잡고 할 수 있는 '지정대리인'에도 선정됐었다.

"지난 6월에 지정되고 12월에 서비스를 오픈하려고 했는데 계획이 연기됐다. 법, 시행령과 같은 큰 규제는 금융위에서 풀어줬는데 밑에 있는 기관 내규나 가이드라인에 엎어진 상태다. 문이 열렸는데 돌부리 때문에 자빠진 건데, 이는 '그림자 규제' 때문에 그렇다. 극단적으로 가이드라인은 1년이 지나면 없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폐기가 안되고 발목을 잡는다. 2014, 2015년의 가이드라인을 지금도 지켜야 한다. 규제는 덩어리로 다 연결돼 있는데, 한번에 모든게 바뀌진 않는 게 현실이다.

국내 핀테크 산업 육성 정책은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 잘해서 바뀐 거라 걱정은 된다. 담당자가 없어진다면, 회귀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는데, 금융감독원이나 여신금융협회, 은행연합회 등 민간 기관들은 규제를 쥐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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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내서 핀테크하기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우리나라는 국내 금융산업이 모두 대형 금융사에 독점돼 있는 구조다. 카드사가 카드 발행·정산·매입 등을 다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의 '지급결제서비스 지침 2(PSD2)'가 시행된다고 해도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 PSD2가 잘 되기 위한 기본 전제는 핀테크에게 기존 금융사가 했던 업무를 쪼개서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사에 독점돼 있다 보니 핀테크는 기존 금융사가 아예 못했던 거, 새로운 거를 해야 하니 규모가 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