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수준인 연 1.25%로 결정했다. 10월 16일 열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하향 조정한 후,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신인석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 상황을 낙관하지 않아, 내년 추가 금리 인하 여부를 남겨뒀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내려잡았으며 내년 경제성장률도 2.5%에서 0.2%p 낮춘 2.3%로 예측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마지막인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경제 성장 회복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순 없다"며 "국내 경기 흐름은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총재는 "다소 등락은 있겠지만 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다가 내년 중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IT 업황이 개선되면 수출과 설비투자 중심으로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수출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반도체가 내년 중반께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반도체 업황은 전문기관 예측을 많이 참고하는데, 전문기관들은 내년 중반에 반도체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 경기 전망에 있어 반도체 경기 회복 시기와 정도, 미중 미역분쟁의 진전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주열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닫아두지 않았다. 이 총재는 "아직 금리 정책으로 대응할 여력이 있다"며 "금리 정책 외 수단 활용 가능성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향후 금리 정책 여력이 소진된다면 정책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어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주택 가격의 상승으로 금리 인하가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금통위는 주택 가격 움직임에 직접 대응해 통화정책을 결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주택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면 높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어 금융 안정 측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25%)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 세계경제는 교역이 위축되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었다. 국제금융시장은 미·중 무역협상 진전 등으로 위험회피심리가 완화되면서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나타내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정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 받을 것으로 보인다.
□ 국내경제는 건설투자 조정과 수출 및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일부 개선되는 움직임을 지속하였다. 내년중 국내경제는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지겠지만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소비 증가세는 완만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GDP성장률은 금년중 2% 내외, 내년중 2%대 초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 가격의 하락폭 축소 등으로 0% 수준을 나타내었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대 중반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대 후반을 유지하였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높아져 내년중에는 1% 내외, 근원인플레이션율은 0%대 후반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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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의 영향 등으로 장기시장금리와 주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세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주택가격은 수도권 지역의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상승하였다.
□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중 무역협상,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전개와 국내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깊게 살펴보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