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4용 어드벤처 게임 데스스트랜딩은 출시 전부터 두 가지 측면에서 대단한 관심을 받아온 게임이다. 하나는 메탈기어 시리즈와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를 통해 자신만의 뚜렷한 세계관과 작품성을 알려온 게임 개발자 코지마 히데오의 작품이라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수년간 게임에 대한 호기심만 자극할 뿐 구체적인 게임의 특성은 고사하고 콘셉트마저 공개하지 않은 특유의 마케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베일을 벗은 데스스트랜딩은 호불호가 갈릴만한 요소로 가득찬 게임이다. 게임 플레이가 펼쳐지는 무대인 오픈필드는 허허벌판으로 비어있지만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게임은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가를 받지만 데스스트랜딩은 근래 출시된 게임을 통틀어 가장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게임이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표현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게임이다. 게임의 그래픽이나 배경음악을 십분 발휘해 분위기를 강조하는 연출은 너나할 것 없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공허한 벌판에 처음 발을 내딛으며 배송물을 나르기 시작할 때 음악이 울려펴지는 순간 다양한 감상에 젖어들게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메인 스토리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이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요소를 노골적으로 때로는 은근하게 내비치며 다음 이야기를 따라 게임을 진행하게 만드는 동기부여 능력도 훌륭하다.
기자 개인의 생각으로는 데스스트랜딩의 재미는 이용자가 캐릭터를 조작하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체험하는 재미보다 이런 스토리와 캐릭터의 이야기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포일링이 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캐릭터의 성격과 각 캐릭터가 스토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개연성 역시 인상적이기 때문에 이런 요소에 집중해서 게임을 하는 이들에게 데스스트랜딩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플레이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데스스트랜딩은 무척이나 지루한 게임이다. 게임의 템포는 물론이거니와 사실상 화물을 운반하는 것 외에 이용자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요소가 전혀 없는 구성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을 운반해야 하는 거리는 긴데 이동속도는 매우 느리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가 할 일은 화물을 잔뜩 짊어지고 걸어가는 주인공이 넘어지지 않도록 LT와 RT 버튼을 번갈아가며 누르며 무게중심을 잡는 일 뿐이다. 걸어가지 않고 탑승물을 타고 내달릴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오히려 텅 비어있는 고속도로를 나 혼자 내달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편리함을 강조되지만 지루함도 배가되는 경우다.
넓게 펼쳐진 오픈월드를 계속해서 화물 배송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느끼게 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코지마 히데오 감독은 여러 이용자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내가 지금 설치한 사다리나 앵커를 이용해 다른 이용자가 같은 지역을 지나가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여기에 이 장치를 이용한 다른 이용자가 이 시설물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 나에게 재화가 보상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이는 같은 목적을 지닌 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이용자들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시스템이며 실제로 코지마 히데오 감독을 이를 통해 소통이라는 주제의식을 강조하려 했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결국 화물을 운송에 도움을 주는 부가적인 요소에 그치고 만다. 이용자가 굳이 이런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으면 그 재미를 알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내가 설치한 표식이 같은 공간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다른 이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요소는 데스스트랜딩 이전에도 있던 요소다. 새로운 요소도 아닌데 굳이 이런 요소를 부각하기 위해 텅 비어 있는 필드를 다녀야 하는 이용자들은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게임 디렉터가 이용자가 즐길만한 요소를 자연스럽게 배치를 하는 역할을 해야지 이용자가 게임 디렉터의 주제의식을 살려주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데스스트랜딩이 코지마 히데오 디렉터의 기존 작품과 달리 유난히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이런 스토리텔링과 플레이 등 두 가지 요소에서 무게 중심이 스토리텔링에 지나치게 치우쳐진 탓으로 보인다.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가 뒤로 진행될 수록 코지마 히데오 감독은 컷신 영상의 비중이 지나치게 많은 반면 게임 플레이 타임이 줄어든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게임의 재미에 대한 지적이 없던 것은 플레이 경험 자체는 매우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데스스트랜딩의 인게임 요소의 핵심인 화물 운송이 자체가 비교적 느릿하고 지루하게 구성됐으며 결국 장단점이 상쇄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출시 후 이용자와 평단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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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마 히데오가 만든 이야기가 궁금한 이라면 데스스트랜딩은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게임의 여러 구성요소 중에 시나리오와 이를 풀어내는 각종 장치에 집중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 그 자체와 캐릭터 컨트롤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그다지 즐거운 경험이 아닐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데스스트랜딩은 플레이스테이션4의 패드를 들고 마주할 게임이 아니라 리모콘을 들고 넷플릭스에서 마주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게임이다. 1시간에 육박하는 컷신 영상이 자주 나오는 구성을 보건데 코지마 히데오는 이용자가 즐거운 플레이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주제의식을 전달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