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배달 대행업체를 통해 위탁계약을 맺고 일한 오토바이 운전기사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회사와 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이하 노동청)은 6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배달대행 자회사 플라이앤컴퍼니의 위탁계약 배달기사 5명이 제기한 임금체불 및 계약변경 관련 진정에서 이들을 근로자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이하 요기요)는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회사로, 플라이앤컴퍼니 배달대행 기사들은 요기요플러스 라이더로 불렸다.
앞서 이 기사들은 플라이앤컴퍼니 성북허브가 지난 5월 개소하면서 사전에 위탁계약을 체결했고, 7월부터 회사가 시급을 하향조정 하면서 애초에 계약한 시급과 다르다며 문제점을 인식했다. 이들은 지난 8월 노동청에 "요기요로부터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하며, 체금된 임금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동청은 이들 기사들을 근로자로 인정한 근거에 대해 ▲배달기사의 임금을 시급(고정급)으로 지급 ▲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배달기사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면서 유류비 등을 회사가 부담 ▲근무시간근무장소 등을 회사에서 지정하고, 출퇴근 보고 등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달기사들이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고용주는 이들에게도 4대 보험·퇴직금·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
배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 단체 라이더유니온 측은 “요기요는 여타 배달대행과 같이 라이더와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했고, 지휘감독을 행사하지 않았으므로 근로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혀왔다”며 “그러나 결국 노동청의 판단으로 그간 요기요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번 배달기사의 근로자성 판정을 시작으로 요기요에서 근무하다 퇴직금을 받지 못한 기사들을 모아 진정서를 추가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노동청은 배달대행 기사의 근로자성 인정은 이번 사례에 한정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민라이더스, 배민커넥트, 쿠팡이츠와 같은 배달기사 프로그램에서도 회사가 기사들에게 직접적인 업무감독을 하는 사례들이 발견됐다고 경고했다. 또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드라이버들도 회사의 업무 지휘 감독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은 “그간 플랫폼 업체는 출퇴근 관리나 업무지시 등 본인들이 필요한 일에 대해 철저한 지휘감독을 행사하면서도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라며 4대보험·수당·퇴직금 등을 절감해 왔다”며 “이번 노동청의 판단을 토대로 플랫폼 업체의 위장도급 행태를 근절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라고 말했다.
다만 노동청은 플라이앤컴퍼니가 기사들에게 임금을 체불하는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해당 배달기사들은 지난 4월 주5일에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 시급 1만1천500원을 받으며 이 시간을 못 채울 경우엔 9천200원을 받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7월부터 일괄 9천200원으로 시급이 하향 조정되자 애초 계약과 다르다며 회사의 임금체불을 주장했다. 이에 노동청은 통상임금은 9천200원이 맞다며 회사가 더 지급해야 할 금품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노동청 관계자는 “진정을 낸 기사들은 시급 1만1천500원에 계약했다고 주장하나 통상시급은 9천2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9천200원을 기준으로 연장 야간 휴일 임금을 뽑아보니 더 지급할 금품은 없는 것으로 산정됐다”고 설명했다.
요기요 관계자는 “기사들이 속한 성북허브는 주문 건수가 많이 없던 곳으로, 이 센터가 5월 경부터 운영됐는데 한시적으로 2달 정도만 1만1천500원을 지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시급제가 회사 취지와 맞지 않아 최근 들어서는 배달 건당 수수료를 매기는 방식으로 전면 바꿨다"고 밝혔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건당 수수료 체계가 노동 유연성을 증진시킨다고 주장하나, 회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대부분의 관련 종사자들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사회보험 망 밖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사업주에 종속돼 있으면서 건당 수수료를 받고 소득을 올리는 노동자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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