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제작 맡겼더니 발명품 가져온 문과생 광고쟁이

더크림유니언 이재기 CD...웰컴저축은행과 스마트 글래스 개발

인터넷입력 :2019/10/24 15:20    수정: 2020/01/02 14:44

광고 시장은 크게 주류와 비주류로 나뉜다. 미디어 소비 행태가 변했지만 여전히 TV광고가 주류 대접을 받는다. 반면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광고는 다른 매체보다 성장세가 빠른데도 여전히 비주류로 취급받는다. 입소문을 노린 기발하고 다양한 시도가 디지털 광고 시장의 붐을 일으켰지만, 이 역시 점점 식상해지는 분위기다.

디지털 광고 대행사인 더크림유니언은 뻔하고 정형화된 광고 시장에 ‘기술’이란 요소를 넣어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이다. 일반적인 디지털 광고 회사들이 ‘애드테크’(광고+기술)란 수식어를 붙이며 기술을 이용해 광고 도달 효과를 높이는 것과 달리, 더크림유니언은 기술연구소처럼 전문 조직을 꾸리고 스마트안경, 드론 등 IT 제품을 외주 형태로 직접 만들기도 한다.

■ 시각 장애인 위한 웰컴드림글래스...시각 정보, 소리로 전달

더크림유니언 이재기 CD

대체 왜 광고대행사가 IT 기기를 만드는 걸까. 이종 사업을 함으로써 수익을 높이려는 전략일까. 이런 의문은 이 회사가 최근 선보인 시각 장애인용 스마트 안경인 ‘웰컴드림글래스’를 보면 풀린다. 더크림유니언의 창의적인 발상과 과감한 도전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 발상과 아이디어는 독어독문학과 출신 이재기 더크림유니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에서 비롯됐다.

“이전에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번역기를 만들었어요. 저희는 디지털 광고 대행사지만, 기술 연구개발을 하는 기업부설연구소가 있어요. 대신 엔지니어들은 외부에 두고 창의적인 영역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고 있죠. 이를 통해 광고를 예술로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더크림유니언은 올해 초 웰컴저축은행 디지털 광고 수주를 맡으면서 웰컴드림글래스를 개발했다. 웰컴드림글래스는 시각 장애를 가진 마라토너가 소리만으로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밀 GPS, 이미지 인식 등의 기술은 타사의 원천 기술을 이용했고, 제작은 외주 전문 개발자를 통해 이뤄졌다. 카이스트 등에 기술자문 도움도 얻었다.

웰컴드림글래스는 RGB캠으로 경로 이미지 정보를 수집하고, 보디슈트 내 RTK-GPS(오차 범위 1cm)와 3D 캠으로 이용자의 위치 정보와 주변 정보를 정밀하게 수집한다. 수집된 사물(사람, 자전거, 장애물 등)의 종류, 동선지시, 노면상태, 코스 정보를 음악적 사운드로 시각화 해 이용자에게 청각신호로 실시간 제공한다.

■ “웰컴저축은행과 손잡은 로또 같은 캠페인”

이재기 CD가 제안한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뱅크를 표방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려는 웰컴저축은행과 뜻이 잘 맞아떨어졌다. 웰컴드림글래스 개발이 이뤄지는 과정, 그리고 스무살에 갑자기 시각장애를 갖게 된 국가대표 수영선수 출신 한동호 씨의 마라톤 도전기 등이 모두 감동적인 스토리가 됐다. 또 이는 자연스럽게 광고주인 웰컴저축은행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봤다. 웰컴저축은행과 함께 한 이 광고 캠페인은 한동호 씨가 11월 그리스 아테네 국제 마라톤 대회 프로 부문에 참가하는 것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 영상은 11월 말 유튜브에 공개될 예정이다.

“웰컴저축은행 광고 프로젝트는 로또 같은 캠페인이었어요. 운이 잘 맞았죠. 현재 유튜브에 총 3개 광고가 올라가 있어요. 이달 공개된 영상은 한동호 씨가 10km 국내 마라톤 대회를 완주한 내용이에요. 최종 광고는 다음 달 말에 공개될 예정인데, 세계 6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그리스 아테네 마라톤을 완주하는 내용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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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더크림유니언은 현지 마라톤 코스를 차량을 이용해 GPS 매핑하고, 현지 통신 환경 등을 점검 중이다. 스마트 글래스와 백팩을 착용하고 42km가 넘는 코스를 뛰어야 하는 만큼, 한동호 씨의 안전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완주가 목표지만, 중도 포기를 하더라도 웰컴드림글래스가 시각 장애인들의 눈이 돼줄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광고주인 웰컴저축은행이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고 지원했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번 광고 캠페인은 성공적이다.

웰컴드림글래스 프로젝트 추진 과정.

“좋은 기술이 좋은 세상은 만든다라는 철학을 갖고 있어요. 왜 창의력이 세상을 바꿀 수 없을까를 늘 고민하죠. 좋은 발명, 아이디어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디지털 광고 영역은 아이디어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주변에선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더 좋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헝그리 정신, 스타트업 정신으로 더 많은 발품을 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