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집단 지주회사 규제 강화

손자회사 공동출자 금지, 내부거래 투명성 개선

디지털경제입력 :2019/10/23 14:19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손자회사 공동출자 금지가 명확해지고, 지주회사의 대규모 내부거래 투명성이 강화된다. 공시의무 위반의 경우 행위 중대성으로 제재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3일 지주회사 관련 제도 정비 등을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의 경영컨설팅 수수료, 부동산임대료 거래내역을 매년 공시토록 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하 기업집단 현황공시) 개정안을 마련해 11월 12일까지 행정예고한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개정된 시행령은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출자 금지 명확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의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강화, 공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 개선, 자산총액 기준에 미달하는 지주회사의 지위 상실 규정 정비 등의 내용을 담았다.

현행 규정상 지주회사 체제라도 출자비율이 같으면 여러 자회사가 하나의 손자회사에 공동으로 출자하는 행위도 가능하다. 입법공백을 이용하는 사례의 지속 발생으로 지주회사 제도 취지에 반해 소유·지배 구조를 불분명하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현행 제도상 자회사는 '자신이 직접 지배하는 손자회사가 아닌 국내 계열사(다른 자회사가 지배하는 손자회사 포함)에 출자하는 행위는 금지됐다.

바뀐 시행령은 손자회사 출자요건을 정비해 지주회사 체제 안에서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 출자가 인정되지 않음을 명확히 했다. 기존 공동 손자회사에는 개정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신규 회사에만 적용한다.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대규모 내부거래 시 미리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공시해야 한다. 2007년 7월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같은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에 대해서는 동 의무가 면제됐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등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관련 정보가 시장에 제공되지 않아 지주회사에 대한 시장의 감시와 견제 기능에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

지주 체제로 전환한 집단의 지주회사-자·손자회사 등 간 내부거래 비중은 55%인 반면,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4.1%(2018년 7월 조사기준)다.

개정에 따라 지주회사가 자·손자회사 등과 50억원 이상 대규모 내부거래를 하면 이사회 의결 및 공시를 하도록 했다.

공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의 경우 현행 과태료 기준은 고의나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허위 공시를 누락 공시보다 무겁게 제재하고, 허위 공시는 누락 공시와 달리 정정에 따른 과태료 감액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연 공시나 정정 공시의 기한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아 부당하게 과태료를 감액받는 사례도 발생했다.

새 시행령은 허위와 누락을 구별하지 않고, 고의 또는 과실 여부와 같은 위반행위 중대성에 따라 제재수준을 결정하고, 허위공시도 정정 여부를 반영해 과태료를 산정하도록 했다.

지연공시나 정정공시 인정 기한을 공정위의 과태료처분 사전통지서 발송일로 설정해 제도 악용 가능성을 차단했다.

자산총액 기준에 미달하는 지주회사 지위 상실 규정도 정비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산총액이 최소 기준금액인 5천억원 미만으로 떨어지면 그 날부터 지주회사 지위를 상실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 자산총액 기준 상향 당시 지주회사 지위가 유예된 회사는 자산총액이 1천억원 미만으로 감소해도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으면 지주회사 지위를 계속 유지했다.

새 시행령은 지주회사 제도 운영 상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지주회사 지위가 유예된 회사의 경우에도 자산총액이 1천억원 미만이 되면 그 날부터 지주회사에서 제외되도록 경과규정을 정비했다.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가 자·손자회사 등으로부터 수취하는 배당 외 수익(경영컨설팅 수수료 등)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거래내역에 관한 정보는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시장의 자율감시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의 배당 외 수익은 브랜드수수료, 경영컨설팅 수수료, 부동산임대료로 구성되며, 배당 외 수익 비중(43.4%)이 배당수익 비중(40.3%)보다 높다. 배당외 수익 중 브랜드수수료 거래내역은 공시항목에 반영되고 있다.

개정된 규정은 기업집단 현황 공시대상에 지주회사와 자·손자·증손회사 간 경영컨설팅 및 부동산 임대차 거래 현황 항목을 신설하고, 연 1회 공시 사항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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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과 기업집단 현황 공시규정 개정으로 지주회사 체제의 소유지배구조를 명확히하고, 시장과 이해관계자에 의한 자율감시를 활성화하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공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수범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법 집행의 합리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는 입법(행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규제 심사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오는 12월 2일까지 통합입법예고센터 또는 공정위에 직접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기업집단 현황 공시 개정안에 대해서는 오는 11월 12일까지 공정위에 직접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