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을 앞두고 스타트업 업체들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창업자들은 ‘업무 효율성이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반면 재직자들은 ‘효율성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2일 서울 삼성동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2019년 스타트업 생태계 트렌드 보고서 발표회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업체 오픈서베이가 업계 현황 및 인식 변화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며, 김재영 리서치 팀장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주52시간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조사결과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보통 주 52시간제로 인한 업무 효율성이 나빠진다고, 재직자들은 효율성이 좋아진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스타트업 창업자의 27.2%는 업무 효율성이 낮아질 거라고 보는 반면, 높아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2.9%였다.
재직자의 경우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는 37.5%, 30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39.3%가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300인 이상 회사 재직자의 18.8%가, 300인 미만 회사 직원의 14.1%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5점 척도(1점에 가까울수록 효율성이 낮고 5점에 가까울수록 높음, 3점 중간)로 보면 창업자는 2.7점으로 업무 효율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재직자는 3.33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은 업무 효율성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재직자는 같은 업무량이라도 줄어든 근무시간에 해낸다면 업무 효율성이 좋아진다고 본 반면, 창업자는 업무 및 성과 총량이 줄거나, 수익 대비 비용이 커져 효율성이 낮아진다고 해석했을 수 있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서는 자리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며 “성공한 스타트업의 창업 멤버 같은 사람들은 스톡 옵션 등 적절한 보상을 받으니 주 70시간을 일하더라도 불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사람들은 회사를 나가더라도 성공적인 경력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창의성이 굉장히 중요한 스타트업의 경우 좀 더 휴식을 많이 취하게 해서 창의성을 이끌어낸다는 점에 방점을 찍는다”고 말해 주52시간제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회사들의 입장을 대신 설명했다.
다만 최 대표는 스타트업들에게 전면적으로 주52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스타트업의 혁신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회가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제도로 보장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스타트업의 문화와 성과에 대한 보상 방식은 기존 제도와 딱 맞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지금 당장 300인 이상 사업장들을 보면 주52시간 제도를 지킬 준비는 됐으나 익숙하지 않아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병규 4차산업위원장도 지난 9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3주년 행사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에 일괄 주 52시간 제도 시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당시 그는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0에서 1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몰입과 성과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특히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처음 2년의 몰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스타트업 절반 이상 대비 계획 없어
주 52시간 제도를 지키기 위해 회사가 가장 먼저 도입해야 하는 것은 근무태도 관리 시스템이다. 그런데 스타트업 창업자의 75.8%는 근태 관리 시스템이 현재 없다고 답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창업자는 ‘근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300인 이상 스타트업 창업자는 전체 응답자(1천99명)중 단 2명으로 유의미한 수치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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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300인 미만 사업장의 창업자들 중 57.1%는 '현재로서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내 인사 규정을 도입하거나 수정할 계획'이라고 답한 창업자는 28.6%, '근태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응답은 20.4%였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 스타트업 관계자로 참여한 응답자는 스타트업 창업자 149명, 재직자(대표 외 직원) 250명 등 총 449명이다. 창업자 응답자 2명을 제외한 147명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했다. 창업자(62.4%)와 재직자(60%)는 대부분 5인 이상 50인 미만 규모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