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연계펀드(DLF)의 손실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상품을 처음 판매 제안한 해외 투자은행(IB) 등은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KEB하나은행의 DLF 가입자들은 3~4%(만기 6개월 기준)대의 상품을 주로 선택해 사실상 금융사가 개인에게 리스크를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외 금리 기초자산 파생연계증권(DLS)을 제안한 해외 IB들은 이제까지 77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 판매 건에 대해 제이피(JP)모건은 17억499만원, 소시에테제네랄은 22억8천600만원의 수수료를 징수했다. KEB하나은행의 영국·미국 이자율스왑금리 연계 DLF 판매에 대해 소시에테제네랄은 36억8천200만원을 받았다.
해외 IB들은 해외 금리를 연계로 한 DLS를 국내 증권사에 소개, 펀드로 판매 제의를 한 곳이다. 이 과정서 해외 IB는 국내 증권사가 노출될 수 있는 손실을 떠안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IB들은 손실 위험을 분산(헷지)하기 위해 반대 거래를 해와 사실상 손해를 크게 입지 않았다는 게 제윤경 의원 측 설명이다.
해외 IB 외에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수수료도 십억원대를 기록했다.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의 경우 2억8천300만원, 엔에이치(NH)투자증권이 3억5천400만원, 하나금융투자가 3억3천500만원을 수취했다. 이 상품을 은행에 판매한 10개의 자산운용사도 5억 5121만원의 수익을 챙겼다.
국내외 금융사가 수수료를 챙긴 것과 다르게 손실에 대한 리스크는 개인에게 돌아갔다. 원금 전액 손실 등과 같은 리스크에 비해 DLF 가입자들이 주로 가입한 수익률은 3~4%(만기 6개월)로 집계됐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도 이날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우리·KEB하나은행 DLF 최고 수익 금리대별 현황'을 살펴본 결과 최고 수익이 4%대인 상품이 2천575건(5천287억원) 판매돼 전체 판매액 7천626억원 중6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3%대 수익을 기대한 가입 건도 574건(1천485억원)으로 집계돼 최고 수익이 3~4%대인 판매 비중이 전체 판매 대비 89%로 집계됐다.
최고 수익률이 3~4%대이다보니 은행으로부터 정확한 설명없이 예·적금 금리보다 조금 높은 상품으로 안내받았을 확률이 의심된다는 게 김병욱 의원 측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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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의원은 "금융사들은 DLF 설계·판매·관리 명목으로 리스크 없이 6개월간 최대 4.93%의 수수료를 가져가는데, 고객은 원금 손실의 부담은 다 안고 수익률은 연 3%대 밖에 되지 않는 상품도 있다"며 "구조적으로 투자자에게 불리한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제윤경의원은 "DLF 손익 구조는 금융지식이 제일 무지한 개인이 전적인 리스크를 지고, 금융지식으로 무장하고 설계한 금융사는 모든 리스크를 헤지한 역설적인 상품이자 모든 리스크를 짊어진 개인이 이 손익 구조에 대한 설명과 이해도가 가장 낮았던 사기성이 짙은 상품" 이라며 "개인에게 팔리는 원금손실상품에 대해 설계부터 판매과정까지 근본적인 제도개선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