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남녀 캐릭터 편향"...KAIST, 컴퓨터비전 활용해 분석

과학입력 :2019/10/14 13:39

KAIST(총장 신성철)는 문화기술대학원 이병주 교수 연구팀이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상업 영화에서 나오는 남성과 여성 간 캐릭터를 분석, 성별 편향성을 정량적으로 도출했다고 14일 밝혔다.

장지윤, 이상윤 석사과정이 주도한 이번 연구 결과는 소셜 컴퓨팅 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컴퓨터 기반 협업 및 소셜 컴퓨팅 학회(CSCW, Computer-Supported Cooperative Work and Social Computing)'에 발표됐다. (논문명: Quantification of Gender Representation Bias in Commercial Films based on Image Analysis)

일반적으로 영화는 여성 캐릭터의 성별 묘사 편향성을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를 통해 평가하고 있다. 벡델 테스트는 미국 여성 만화가 앨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고안한 개념으로, 균형적 성별 묘사를 위한 최소한의 요소가 영화에 반영돼 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벡델 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영화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 등장하고 ▲그 여성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여성 캐릭터 대화 주제가 남성 캐릭터와 관련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벡델 테스트는 여성 캐릭터 대사만으로 판별하기 때문에 시각적인 묘사와 전체 영화 내에서 여성 캐릭터 비중을 고려할 수 없고, 여성 캐릭터 혼자 극을 이끄는 영화에 적용이 어렵다.

또 여성 캐릭터만을 평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성 캐릭터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고, 테스트에 통과하거나 하지 못하는 이분법적 잣대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성별 묘사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충분히 대변하기 어렵다. 평가자가 영화를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오류 발생 가능성도 있다.

이병주 교수 연구팀은 영화의 시간적, 시각적 특성을 반영해 성별 묘사 편향성을 측정하기 위해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다.

효과적 분석을 위해 24프레임(fps) 영화를 3프레임으로 다운 샘플링한 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얼굴 감지 기술(Face API)로 영화 캐릭터의 젠더, 감정, 나이, 크기, 위치 등을 확인했다. 그리고 사물 감지 기술(YOLO 9000)로 영화 캐릭터와 함께 등장한 사물 종류와 위치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2017년과 2018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와 우리나라 영화 40편을 대상으로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통해 여덟 가지 지표를 분석, 상업 영화의 성별 묘사 편향성을 연구했다.

여덟 가지 지표는 과거 다양한 매체를 대상으로 이뤄진 성별 묘사 편향성 연구 결과에 기반, 영화의 편향성을 판별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로 연구팀은 ▲감정 다양성(Emotional Diversity) ▲공간적 역동성(Spatial Staticity) ▲공간 점유 정도(Spatial Occupancy) ▲시간적 점유 정도(Temporal Occupancy) ▲평균 연령(Mean Age) ▲지적 이미지(Intellectual Image) ▲외양 강조 정도(Emphasis on Appearance) ▲주변 물체의 빈도와 종류(Type and Frequency of Surrounding Objects)를 제시했다.

또 연구팀은 벡델 테스트(Bechdel Test) 통과 여부를 막론하고 여덟 가지 지표를 통해 영화 대부분이 여성을 편향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정량적으로 밝혀냈다.

감정 다양성(Emotional Diversity) 지표에 따르면 여성 캐릭터는 슬픔, 공포, 놀람 등의 수동적 감정을 더 표현하는 반면, 남성 캐릭터는 분노, 싫음 등의 능동적인 감정을 더 표현했다.

특이하게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보다 행복한 감정을 유독 많이 표현했다. 이는 표현 가능한 감정의 다양성에도 불구, 여성 캐릭터 감정이 단조롭게 표현됐음을 보여준다.

주변 물체 빈도와 종류(Type and Frequency of Surrounding Objects) 지표에 따르면, 여성 캐릭터가 자동차와 함께 나오는 비율은 남성 캐릭터 대비 55.7%밖에 되지 않았던 반면, 가구와 함께 나오는 비율은 123.9%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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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캐릭터의 시간적 점유 정도(Temporal Occupancy)는 남성 캐릭터 대비 56% 정도로 낮았고, 평균 연령(Mean Age)은 79.1% 정도로 어리게 나왔다. 특히 앞서 언급한 두 지표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됐다.

이병주 교수는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평균 영화 관람이 4.25회로 가장 영화를 많이 보는 나라고, 대중이 많이 접하고 영향력 있는 매체 중 하나"라며 "이에 따라 영화 내 묘사가 관객들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영화 제작은 더욱 신중히 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병주 KAIST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