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원전 계획정비 항목 3년간 823건 누락"

중요 항목 198건 누락…원전 안전관리 소홀 실태 드러나

디지털경제입력 :2019/10/14 10:34

안전한 관리가 요구되는 원자력발전소에서 계획예방정비 항목 800여건이 누락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미흡한 원전 안전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자중기위 소속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4년부터 2017년 사이에 진행된 원전 계획예방정비에서 정비항목을 823건 누락했다.

원전의 지속적이고 안전한 운영을 위해 실시하는 원전 계획예방정비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등 관련 규정에 의거해 일정 기간마다 원전 가동을 멈추고 계획적으로 진행하는 정비를 의미한다. 계획정비는 정비 항목마다 점검수행주기가 있고, 주기는 항목별로 다양하게 규정돼 있다.

한수원은 자체 정비관리시스템을 활용해 계획예방정비 작업항목을 선정하고, 검토과정을 거쳐 작업항목이 확정되면 작업오더를 생성해왔다. 작업항목을 확정한 후에도 추가 작업항목이 필요하다면 시스템을 활용해 작업항목을 직접 생성, 발행하도록 돼 있다.

다만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4년도부터 3년간 823건에 해당하는 작업항목에 대한 예방정비를 수행하지 않고 건너뛴 것으로 드러났다. 이전작업 수행이력의 확인불가로 누락, 이후 수행주기를 재등록해야 했던 경우가 3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단순 작업누락이 203건, 시스템오류로 작업항목 오더에 누락이 189건 순으로 나타났다.

항목별 안전등급도가 높은 A와 B 등급에 해당하는 등급의 항목누락건도 198건에 달했다.

한수원은 효율적인 예방정비 시행을 위해 '기능적중요도결정 지침'에 따라 각 기기별 설비등급, 중요도, 운전 빈도, 운전환경을 고려해 기능적 중요도를 결정하고 있다. 정비항목별 중요도 등급코드는 A, B, C, X 등 4가지로 분류해 운영되고 있다.

A등급과 B등급에 대한 작업항목 누락 중 A등급은 115건, B등급은 83건으로 조사됐다. 이 두 등급은 고장발생 시 발전소 출력 감발, 원자로 정지 등 발전소 안전과 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기기로, 원자로의 안전과 발전소 운전 등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A등급과 B등급에 대한 작업항목 누락 중 A등급은 115건, B등급은 83건으로 조사됐다. A등급 누락 115건 중 이전작업 확인불가로 누락된 건이 77건, 단순작업누락이 24건 순으로 나타났다. B등급 누락 건은 단순작업누락이 4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전작업 확인불가로 누락이 21건 등으로 조사됐다.

작업누락이 가장 많이 발생한 원전은 월성원전이었다. 월성3호기는 전체 누락 823건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221건의 누락 건을 보여 가장 많았다. 이어 월성4호기가 137건, 월성2호기 94건, 월성4호기 64건 등 월성호기만 전체의 60%를 넘는 516건의 누락을 기록했다.

누락해 건너뛴 작업주기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주기마다 점검해야하는데 누락한 경우가 21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A등급에 해당하는 누락 건이 64건, B등급이 19건이었다.

A등급에 해당하는 작업 내용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노심냉각계통 중수 격리용 전동밸브 일반점검'을 들 수 있다. 이 점검은 원전노심 냉각을 위해 사용되는 여러 냉각계통내 중수를 격리, 조절하는 밸브의 절연저항을 측정하는 검사로 매주기마다 정비대상이다. 그러나 한수원은 월성1호기에서 22차 정비때 점검한 이후 23차, 24차 정비에 걸쳐 점검하지 않다가 25차 정비에서야 수행을 완료했다.

'주급수펌프 전동기 및 차단기 점검' 역시 매주기마다 점검하는 A등급 항목으로 전동기 단자함과 차단기 보조계전기 단자조임을 해야 하는 점검이다. 주급수펌프는 물을 끌어다 발전기 터빈을 돌리는 증기나 노심을 냉각시키기 위한 냉각수에 쓰이는 등 매우 중요한 설비다. 월성3호기에서는 이 항목을 12차 점검 시기에 점검한 이후 누락이 발견된 이후인 16차 정비에 이르러서야 수행이 이뤄졌다.

이 의원은 "원전은 다른 발전원에 비해 더욱 엄격하고 신중한 운영·안전관리가 요구되기 때문에 계획예방정비가 정말 중요하다"며 "이와 같이 800건이 넘는 작업항목 누락이 있었다는 것은 안전관리에 소홀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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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특히 중요등급 A, B에 해당하는 발전설비 점검이 제 때 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은 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이고자 하는 본래의 취지를 달성할 수 없어지기 때문에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한수원은 이에 대해 시스템 보강과 직원들의 검수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계획예방정비가 수십만 건의 항목으로 이뤄지는 만큼 공백과 누락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축할 수는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체계적이고 다층적인 검증과정을 통해 앞으로의 계획정비에선 또 이와 같은 누락사례가 발견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