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왜 세종텔레콤과 계약했을까

상호접속제도 순기능 활용해 KT 망 이용대가 낮췄을 듯

방송/통신입력 :2019/10/02 11:56    수정: 2019/10/02 13:54

페이스북이 오는 4일 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돌연 KT와 세종텔레콤과 네트워크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해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1일 최근 네트워크 계약과 관련한 페이스북의 공식 입장이라며 KT와 네트워크 재계약을, 세종텔레콤과 추가 네트워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측은 “KT의 네트워크로 페이스북 앱패밀리 이용자에게 변함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면서 “세종텔레콤과 별도의 계약을 체결해 한국에 더욱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의 이 같은 발표가 실제로는 망 이용대가를 줄여 실리를 취했음에도, 국감 증인 출석에 앞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무임승차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행보로 해석한다.

이날 세종텔레콤과 새로 네트워크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사진=씨넷)

페이스북은 세종텔레콤과 네트워크 계약을 맺어 KT에게 지불해야 할 망 이용대가를 최대한 낮췄다. 하지만 외형적으로는 다수의 국내 ISP 사업자들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1석2조 효과를 거뒀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KT의 캐시서버를 이용해 국내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2016년 전기통신사업법 상호접속고시가 개정되면서 페이스북은 KT로부터 망 이용대가 추가비용을 요구받았다.

법 개정 이전에는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SP 3사간에는 인터넷 트래픽에 대한 접속료 정산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도가 바뀌면서 발생된 트래픽 양에 따라 상호정산을 해야 했고 KT가 페이스북으로 인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지불해야 할 접속료가 새롭게 발생돼 이를 요구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가 KT의 캐시서버를 이용하지 않고 해외망을 통해 홍콩에 있는 자사의 팝업 서버로 직접 접속하도록 경로를 변경토록 했다. 이것이 2016년 말 접속지연 사태를 불러일으킨 페이스북 사건이다.

이후 페이스북은 KT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접속 경로를 복구시켰다.

하지만 또 페이스북은 다른 한 쪽에서는 KT에 지불해야 할 이용대가를 줄이기 위해 SK브로드밴드와 캐시서버 설치 계약을 맺고, LG유플러스와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둔 KT에서 발생되는 트래픽을 줄여 ISP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대가를 낮추기 위해 세종텔레콤과 새롭게 네트워크 계약을 맺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페이스북이 내부적으로 KT에서 발생되는 트래픽의 절반은 캐시서버를 통해 또 다른 절반은 세종텔레콤의 해외망을 통해 홍콩 팝업 서버에 직접 접속하도록 내부 규정을 둔 것으로 안다”며 “세종텔레콤과 트랜짓 계약을 맺는 것이 KT보다 몇 배 저렴하기 때문에 비용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페이스북과 KT의 재계약에는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된 결과가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KT가 페이스북과 재계약을 하면서 금액 규모가 낮아진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는 페이스북이 지난 8월 방통위와의 1심 소송에서 승소하고 해당 사건이 국내 상호접속제도로 인해 발생된 문제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면서도, 반대편에서는 상호접속제도의 순기능을 활용해 요금을 최대한 깎으려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호접속제도의 긍정적 효과 중 하나는 ISP간 경쟁을 통해 CP의 망 이용대가 부담을 경감시키고 이용자의 요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무임승차를 했던 해외 대형 CP의 대가 지불도 전제로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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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상호접속제도의 접속요율이 높은 편이어서 페이스북은 KT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것보다 타 ISP에 캐시서버를 추가 유치하거나 세종텔레콤을 통한 중계접속을 이용해 트래픽을 분산시켜 이용대가를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행 상호접속제도에서 접속요율을 낮추는 등의 제도개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제도 개선 이전에도 페이스북과 같은 방법으로 국내 CP들도 앙 이용대가를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