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판결 2심서 뒤집힐까

[이슈진단+]페북이 불 당긴 글로벌 대형CP 규제④

방송/통신입력 :2019/09/30 13:53    수정: 2019/10/02 13:15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의 소송 결과를 계기로 글로벌 대형 콘텐츠 사업자(CP)의 이용자 이익침해 행위에 대한 규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입법을 서두를 태세다. 따라서 오는 10월2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 이후에는 계류된 관련 5개 법안의 병합심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축에서는 이 사태의 빌미가 된 상호접속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이 올 연말까지 마련된다.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와 CP간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이어서 정부는 제도반 운영과 점검을 통해 제도 개선 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용자보호’와 ‘상호접속제도’란 말이 낯설고 어렵지만, 향후 인터넷 서비스 품질과 요금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내용이어서 상세히 짚어본다.[편집자주]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원이 ‘이용자 보호’ 측면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이용자 보호가 담보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페북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와 페북 간 소송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은 페이스북의 임의적인 네트워크 경로 변경이 이용자 불편을 초래했으나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하게 저해하지는 않았다며 페북의 손을 들어줬했다.

이용자가 페북 접속에 불편을 느끼긴 했으나 서비스에 제한이 발생하진 않았다는 점에서 방통위의 과징금 부과 행위가 과도했다는 해석이다. 근거로는 이용자의 서비스 접속이 차단된 것은 아니라는 점과 해외 평균 접속 시간과 비교할 때 이용자 피해가 크지 않다는 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원의 페북 판결은 해외 대형 CP에 대한 이용자보호를 위한 국내 규제기관의 집행력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과 통신·인터넷 규제 합리화 측면에서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는 "법원이 페이스북 판결에서 이용 제한이라는 것을 협의적으로 해석했다"며 "과거 시행령을 바꾸는 과정에서 이용 제한 내용에 구구절절한 내용을 넣을 수 없어 이렇게 적시했지만 법의 취지에서 보면 이용 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 이용자 피해, 어떻게 봐야 하나

이용자 피해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이번 페이스북 사태의 심각성은 달라진다. 페이스북 접속 지연이 단순 불편을 초래했다고 볼 것인지 사실상의 서비스 제한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추후 2심 법원의 판단은 물론 추후 인터넷 사업자들이 준수해야 할 ‘이용자 보호’ 수준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이용자 피해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및 시행령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했다고 지적한다.

최경진 교수는 “법원은 문제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이용자 이익 저해 부분을 입법자의 의도를 넘어 과도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했다”며 “이용자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접속보다 콘텐츠를 열람하는 것으로, 단순히 응답 속도로만 판단한다면 SNS라는 서비스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기대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대 이익은 이용자가 장래 행동 예측으로부터 파생된 이익을 말한다. 가령 페이스북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는 사진과 동영상 등 콘텐츠에 대한 예상을 기대 이익으로 볼 수 있다.

신 교수는 “이용자 기대 이익 침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품질과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페이스북은 약관을 통해 원활한 서비스 연결을 명시하고 있는 만큼 품질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용자 접속에 다른 광고 송출을 통해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 보호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이용자 이익 침해를 판단하기 위해 고려한 '근거'가 국내 실정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법원이 근거로 판단한 미국 ISP의 응답속도는 75ms지만 우리나라의 응답속도는 2017년 기준 36.3ms로 미국에 비해 2배 이상 빠르다”며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는 2배 이상 지연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용자 이익은 해당 국가의 네트워크 인프라나 시장 경쟁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만큼, 이익 침해와 관련해서는 국내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서비스 품질, 누가 책임져야 하나

서비스 품질 저하가 이용자의 이익 침해로 이어진다고 판단한 이후 쟁점은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로 옮겨간다. 여기서 인터넷제공사업자(ISP) 진영과 콘텐츠제공사업자(CP) 진영의 갈등이 발생한다.

ISP 진영에서는 이번 사건의 시작이 페이스북의 경로 변경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CP의 선택이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진 만큼 ISP와 CP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윧상필 KTOA 대외협력실장은 “페이스북 이용자 품질 저하 책임은 ISP가 아니라 CP인 페이스북의 행위에 기인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로 확인됐다”며 “ISP의 망 내부 구간에 대해서는 ISP가 품질관리의 주체지만, CP가 ISP로 트래픽을 보낼 때 어떤 경로를 선택할지는 CP에게 통제권이 있기 때문에 CP도 품질관리의 한 주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CP 진영은 망 품질에 대한 책임과 이용자 보호 책임을 나눠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용자 보호에 따른 책임은 ISP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 맞지만 망 품질에 대한 책임을 CP에게 부담케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CP는 이용자의 불편에 따라 사업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일부러 서비스를 지연하거나 품질을 저하할 필요가 없다”며 “이용자 보호 주체는 CP와 ISP 둘 다 부담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망 품질을 관리하기 위한 책임을 CP에게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망 품질 의무는 ISP가 부담하되, CP의 행위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CP가 부담해야 한다는 절충안도 나온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은 “CP의 접속 경로 변경 행위로 소비자 불편이 있었다면, 책임은 CP에게 있다"며 “다만 CP가 망 품질까지 보장하도록 규정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CP는 라우팅 변경 둥에 대해 소비자에게 사전 고지할 의무만 부담하면 된다" 고 전했다.

책임 소재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정부가 제도 및 기준을 더욱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ICT 서비스 환경이 플랫폼 경제로 발전하면서 하나의 서비스에 다양한 사업자가 연결되는 방식으로 전환됐고, 이 과정에서 불명확해진 이용자 보호 주체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종관 전문위원은 “기존 경제구조에서는 이용자 보호 책임의 주체가 명확했지만, 플랫폼 경제는 다양한 참여자 연계되기 때문에 이용자 보호 책임의 주체가 누구인지 불명확하다”며 “기존의 전통적인 사후규제 체계의 방식이 전면 재검토돼야 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나 기준이 더 명확히 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페북 2심 판결은

국회를 비롯한 업계, 법조계에서는 이번 페북 1심 판결이 지나치게 해외 대형 CP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2심, 3심에서는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검사 출신의 국회 과방위 소속 김경진 의원은 “글로벌 CP에게 이용자 피해를 야기한 책임도 묻지 못하는 상황이 선례로 남는다면 더 이상 글로벌 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할 방법이 있다”며 “국회에서도 향후 법제도를 개선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방통위 역시 착실히 준비한다면 2심 판결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법원이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정하는 이용 제한에 대한 입법취지나 국내의 통신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사실인정의 오류를 범했다는 점에서 이를 고려한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공정거래법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에서도 거래를 개별적 계약 자체보다는 거래질서 등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며 “페북 건에서도 이용 자체는 가능했지만 실질적으로 이용을 어렵게 했다는 행위를 이용 제한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CDN 사업자인 아카마이에 따르면 동영상의 재생이 2초 지원되면 이용자의 25%가 콘텐츠 시청을 중단하고 5초 지연될 경우 50%가 시청을 중단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며 “재판부가 이용자의 CP 이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실인정의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즉, 페북의 접속경로 이용으로 인한 이용자 이익침해 행위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국내 환경과 맞지 않는 국제적 기준이란 잣대를 들이대 페북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페북이 접속 지연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먼저 통신사에게 해외 회선용량 증설을 요청하고 접속경로를 변경했더라면 향후 페북과 통신사가 소송을 할지언정 이용자 보호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며 “글로벌 CP가 이용자를 볼모로 벌인 일이기 때문에 이용자 보호를 근본적 책무로 하는 방통위에서는 향후 해당 사건에서 승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재 순서>

①페북 사태, 서비스 품질요금 이슈가 핵심

②상호접속료 중소CP 부담 늘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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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페북 판결 2심서 뒤집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