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에서 적지 않은 손실이 발생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우리은행·KEB하나은행이 고객 관리 강화안을 발표했지만, 이미 상품 판매 내부 준칙으로 설정된 안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두 은행은 내부 준칙으로 고객 이익에 반하지 않고, 자신의 실적을 위한 상품 판매를 금지해 왔다. 그럼에도 일부 DLF 판매가 준칙을 어긴 것으로 간주돼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은행들이 새롭게 내놓은 고객 관리 강화안과 유사한 수준의 내부 준칙이 이미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게 문제란 뜻이다.
24일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상품 판매 내부 준칙을 통해 권한 남용과 적합성의 원칙을 은행 직원들이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공지해놨다.
우리은행은 '금융상품에 관한 계약 체결과 관련해 금융소비자 의사에 반하는 다른 금융 상품 구매를 강요해선 안 된다'며 '직원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 구매 시 소비자 성향·재무 상태·이해수준·연령 등 충분한 정보를 파악해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구매 권유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KEB하나은행도 '임직원의 실적을 위해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계약조건의 금융상품을 추천하지 않고 다른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적시해놨다.
하지만 일부 보도에 따르면 두 은행은 DLF 상품을 오인하게 설명하거나, 투자자 투자 성향과 맞지 않음에도 반강제 가입한 경우가 있었다.
우리은행은 '고령 금융소비자 보호 내부 준칙'도 운영 중이다. 구조가 복잡하거나 손실 가능성이 큰 금융상품을 따로 규정, 만 65세 이상의 고령 소비자에게 팔 경우 지점장과 준법감시담당자 등이 확인하고 내용을 기록해야 한다.
KEB하나은행은 상품 판매 내부 준칙에 '취약한 소비자(65세 이상 고령층·은퇴자·주부 등)에 대해 소비자의 불이익 사항을 우선적으로 설명하고 그 이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고 별도 준칙은 없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투자 권유 유의 상품 판매 시 고령 투자자 체크리스트를 사전에 하고 숙려제도를 시행 중"이라며 "투자자 숙려제도는 고객에게 사후 확인 차 전화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판매된 DLF 상품의 연령별 구성을 보면 우리은행의 경우 만 60세 이상~만 70세 미만이 401명이며 전체 투자자 대비 비율은 28.3%, 투자 잔액은 811억원이다. KEB하나은행 DLF를 가장 많이 산 연령층은 만 60세 이상~만 70세 미만으로 405명이다. 투자 잔액은 871억원이며 전체 투자자(기관 제외) 대비 차지하는 비중은 33.53%다.
판매 준칙에 불완전판매를 줄일 수 있는 요소들이 담겨 있는 상태라, 이를 준수했다면 일부 불완전판매가 이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은행의 내부 통제가 해이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23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고위험 파생결합상품 손실 사례와 관련해 "성과 보상 체계 및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개선해 이런 일이 다신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고령 금융소비자 보호 내부준칙에는 상품 판매 주관 부서는 준법지원부와 협의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은 거래를 추출해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기록을 남겨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상품 개발 프로세스 원칙에 '사후관리' 절차를 마련, 점검하게끔 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파생연계증권(DLS)이나 DLF 가입자의 민원이 시작된 시점은 지난 6월이다. 이는 수익률 손실이 예상됐던 지난 8월보다 2개월이나 빠르다. 금감원 분쟁조정국 측은 "중도해지한 고객들이 '직원들이 상품 설명을 잘못했다'는 식의 민원을 넣었다"며 "접수 직후 은행의 판매 직원들과 3자 면담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DLF를 판매한 이후 상품 판매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이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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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있는 준칙에서 강화할 부분은 강화하는 등 사후 관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일 기준으로 금감원에 접수된 DLF 관련 민원은 159건이다. 지난 8월부터 민원이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게 관계자 측 설명이다. 해당 관계자는 "접수가 들어오는 즉시 삼자대면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법률을 검토하는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불완전판매 유형 등 사례별 분류를 통해 분쟁조정위원회에 사안을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