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 채권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원금 손실이 일부 확정됐다.
은행들은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과도한 영업으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들의 핵심성과평가(KPI) 항목 손질 등을 약속하며 수습에 나섰다.
23일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대규모 DLF 손실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약속하면서, 추후 비슷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고객 자산관리 시스템의 전면 개편안을 잠정적으로 내놨다.
조기 상환 요건을 만족하지 못해 만기가 계속 연장됐던 KEB하나은행의 영국·미국 채권 금리 연계 DLF도 평균 46%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번 손실이 발생한 상품은 25일 만기 상품이다. 영국 파운드와 미국 달러의 이자율 금리 스왑(CMS) 금리 수준에 따라 수익률이 확정되는데 둘의 금리가 기준가를 미치지 못해 투자자 손실이 확정된 것이다.
지난 19일 우리은행의 독일 채권 금리 연계 DLF도 약 60.1%, 24일 도래하는 DLF의 손실율도 약 63.2%로 결정됐다.
이처럼 두 은행이 판매한 DLF 상품의 손실이 연이어 확정되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한 시스템 개편을 단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핵심성과지표 항목에 고객 서비스 만족도와 고객 수익률 개선도를 포함시킨다. 영업력보다는 고객 관리에 중점을 둔다는 복안이다.
고객 자산관리도 고객 관리 강화를 중점으로 조직과 인력, 평가제도, 프로세스 등을 바꾼다. 고객 관리 집중 조직을 신설해 투자 상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만약 이 투자상품 수익률이 위험구간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일러주고, 고객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게 할 계획이다.
이밖에 고객의 투자 역량 강화를 꾀하기 위해 금융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외부 자산 관리 전문가 강의를 제공하고, 고객 맞춤형 정보를 전달한다.
KEB하나은행도 영업점 및 프라이빗뱅커(PB)에 대한 성과 평가에 고객 수익률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 측은 "올해 하반기까지 PB 성과 지표에 고객 수익률 비중을 2배 이상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투자 상품 판매에 대한 시스템화, 해피콜 확대, 사후 관리 기능 강화안도 고려 중이다. 고객 성향과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관찰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 리스크를 줄인다는게 KEB하나은행 측 방침이다.
KEB하나은행은 또 자산관리 전문 직원과 투자상품 인력 전문 역량 제고, 상품위원회 구성 시 상품 도입 프로세스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 "금감원 현장 결과 나와봐야…"
엄밀히 말하면 두 은행이 현재 제시한 방안들은 DLF 사태에 관한 수습책에 불과하다. 은행들은 어떤 건이 불완전판매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현장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맞는 대응책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 손태승 우리은행장 "DLF 손실 고객 대응에 최선 다하겠다"2019.09.23
- 우리은행 DLF 19일부터 만기 도래…원금 최소 371억 손실2019.09.23
- [기자수첩] DLF 사태는 금융회사만의 책임일까2019.09.23
- DLF 판매 '사각지대' 놓인 5060 조기은퇴자2019.09.23
투자자들의 손실 보전은 투자자끼리 형평성에 어긋나는데다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잘못된 대응책을 내놓을 경우 은행장 및 임원진들은 배임 혐의로 주주들로부터 고발조치 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양 은행 관계자들은 금감원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분쟁조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