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한상범 부회장, 'OLED' 대세 위해 용퇴

내년 정기주총까지 대표이사직 유지, 이후 고문으로 활동 예정

"올해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일등 아니면 꼴찌라는 마음가짐으로 뼛속까지 변하겠다는 자세로 더 빠르게 처절하게 도전해 나가자." - 2019년 신년사에서

"올해로서 지난 2017년부터 시작한 미래준비를 위한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예정이다. 반드시 OLED 대세화를 성공시켜 LG디스플레이는 물론 우리나라가 OLED로 다시 한 번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 - CES 2019 기자 간담회 현장에서

"광저우 OLED 공장이 가동함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는 OLED TV 수용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대세화를 앞당기겠다." -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준공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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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부회장)가 용퇴를 결정했다. 미래 디스플레이 산업인 올레드(OLED)로 사업 공정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물량 공세로 최근 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LCD) 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한데 따른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다.

16일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한 부회장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 이사회가 새로운 사령탑을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재정비하는 한편, 조직분위기를 쇄신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를 바라는 한 부회장의 뜻을 존중해 이날 사퇴의사를 수용한 것이다.

지난달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OLED 공장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사진=LGD)

한 부회장은 이사회 결의에 따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지만,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게 된다. 이후에는 고문 자격으로 활동하며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세화 전략을 지원하는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한상범 부회장이 현 대표이사로 경영상황에 대한 책임을 느껴 용퇴를 결심했고, 이는 정기인사 이전에 이뤄진 이례적인 결정이지만 새로운 최고경영자가 더 빨리 LG디스플레이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 "LCD 주도권 내줬지만, OLED는 LGD가 대세"

LG디스플레이 내부에서는 한상범 부회장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는 소신에 따라 전격적으로 퇴임 결정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부회장이 그간 과감한 경영활동을 통해 LG디스플레이를 세계 유일의 대형 OLED 패널 업체로 거듭나게 하는데 공헌했지만, 중국의 추격으로 LCD 사업에서 주도권을 내준 만큼 OLED 대세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으로의 탈바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 2019년 2분기 실적 추이. (자료=LGD)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분기 6년 만에 첫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OLED로의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경영혁신 활동을 펼쳐왔지만, 적자폭은 올해 1분기 1천320억원에서 2분기 3천690억원으로 늘어나 지속적인 위기를 겪어왔다.LG디스플레이 한 관계자는 "LCD 공급과잉으로 인한 위기 속에서 희망퇴직 등을 실시했고, 동시에 OLED 대중화를 위한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준공 등 조직쇄신을 위한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며 "한 부회장의 용퇴는 LG디스플레이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OLED 대세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OLED 전도사'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한상범 부회장은 지난 35년 간 정보기술(IT) 산업 분야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에 종사하며 제품 및 장비개발부터 생산공정, 영업·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를 두구 섭렵한 IT 업계 최고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힌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초 CES 2019에서 선보인 올레드(OLED) 폭포. (사진=LG전자)

그는 1955년 생으로 1982년 연세대학교 세라믹공학과를 졸업해 1991년까지 미국 스티븐슨 공과대학에서 금속공학 석사와 재료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공학도이기도 하다.한 부회장은 LG그룹과는 1982년 LG반도체에 입사해 인연을 맺었다. 2011년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장, 2004년 LG디스플레이 패널 4/5 공장장, 2006년 LG디스플레이 패널 센터장, 2007년 LG디스플레이 IT사업부장, 2010년 LG디스플레이 TV사업본부장을 역임했으며, 2012년부터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CEO)로 재직해왔다.

그는 LG디스플레이가 8년 연속 대형 LCD 시장 1위(매출액·면적기준)를 이어가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또 과감한 투자로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러다임을 LCD에서 OLED로 전환하는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부회장의 지휘 아래 LG디스플레이는 2012년 세계 최초로 TV용 대형 OLED 패널 양산에 성공했으며, 2013년 커브드 OLED, 2014년 18인치 플렉시블 및 투명 디스플레이, 2018년 65인치 롤러블 및 88인치 8K OLED 등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을 주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