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몸에 좋은 대표 영양제 하면 비타민만 떠올리던 시기,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프로바이오틱스를 국내에 널리 알린 기업이 있다. 나무물산을 2015년에 인수 합병한 바이오 일레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바이오일레븐은 일반 바이오 헬스케어 회사와 달리 IT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보장균수(4천500억)를 함유한 제품뿐 아니라, 정기배송 서비스인 ‘또박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달라진 현대인들의 생활패턴에 맞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기업부설 연구소를 세워 장내 미생물을 분석하는 등 현대인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 개선을 위한 연구 활동도 병행 중이다. 이 회사는 2016년 IT 서비스 퍼블리싱 기업 민앤지를 중심으로 약 7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계기로 IT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와 유통망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는 마케팅에 능한 조규윤 대표가 이끌고 있으며, 창업주인 김석진 소장은 기업부설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26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바이오일레븐을 찾아 조규윤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에서 프로바이오틱스 분야가 성장하는 현재, 바이오일레븐이 IT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에서 갖는 경쟁력과 향후 계획 등을 알아봤다. 또 동종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오리지널 원료 논쟁에 대한 회사의 입장도 들어봤다.
■ 식약처 인정 4천500억 보장균수 유일...‘또박배송’ 등 IT 기술과 서비스로 차별화
조규윤 대표에 따르면 바이오일레븐 창업 배경에는 김석진 소장의 개인적인 경험이 밑바탕 됐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한 김 소장이 미국 유학 시절 때다. 아이가 중이염을 앓아 자주 항생제를 먹게 되면서 면역 체계가 무너졌다. 그러던 차 드시모네 이탈리아 교수가 개발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구 VSL#3, 현 드시모네)을 먹이게 됐고, 효과를 본 것이다. 이에 김 소장은 제약회사인 악티알 파마수티카(이하 악티알)로부터 사업권을 따내, 2009년 한국에서 드시모네(구 VSL#3)를 수입 판매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프로바이오틱스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때다.
그러다 한 방송국을 통해 프로바이오틱스가 소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유명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였던 조규윤 대표는 최고마케팅책임자로서 회사에 합류해 약국 영업도 강화했고, TV 광고 등 드시모네(구 VSL#3)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에 적지 않은 돈을 썼다.
“국내에서는 식약처가 최소 1억에서 최대 100억 마리의 보장균수를 보장하는 제품에 한해 건강기능식품으로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판매를 허용하고 있어요. 저희는 이 기준보다 45배나 높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식약처로부터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개별 원료 인정을 받았고, ‘장 면역을 조절해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문구를 저희만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메인 유통 채널로 약국을 가져가면서도 입소문을 타면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드시모네(구 VSL#3) 매출은 빠르게 성장했다. 약사 추천과 지인 추천의 도움이 컸다. 현재는 종근당 락토핏, 여에스더 등의 제품이 광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8개 프로바이오틱스 균을 배합해 고함량 균수를 보장하는 드시모네(구 VSL#3)는 고유의 시장을 만들어 내며 인정을 받았다. 드시모네 포뮬러는 세계 특허 취득과 150편이 넘는 SCI 등재 논문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현대인들의 잘못된 식습관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일으키고 있어요. 또 항생제를 먹고 자란 육류나 어류 때문에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게 된거죠. 장이 안 좋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유산균을 먹어야 좋을까 연구하다 드시모네 박사가 8가지 균이 시너지를 내는 완벽한 배합법을 알아냈고, 덕분에 저희 제품이 유산균의 에르메스, 루이비통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바이오일레븐은 국내에서 2016년 정기 구매 서비스 ‘또박배송’을 도입해 매달 원하는 날짜에 제품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맞춤형 주문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는 많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당일배송, 정기배송 등을 하고 있지만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는 신선한 시도였다. 사용자가 설정해 놓은 시간에 알림을 띄워주는 ‘매일 섭취 알림’과 같은 기능도 마찬가지다.
“저희 공식몰 전체 회원 중에 30% 넘는 고객이 현재 또박 배송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앱 사용자들의 70~80%가 알림 서비스를 이용하고 계시죠. 또 키즈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달력과 칭찬스티커를 제공해 아이들이 빠지지 않고 저희 제품을 잘 챙겨 먹일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 원료 변경으로 빚어진 소송전...바이오일레븐에도 불똥
국내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커지면서 순항하던 바이오일레븐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드시모네 교수와 공동 사업을 해온 악티알이 경영진 교체 이후 드시모네(구 VSL#3)에 사용된 균을 다른 회사의 균으로 대체하려 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과 드시모네 교수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둘은 갈라졌고, 양측은 스위스에서 소송전을 벌였다. 드시모네 교수가 드시모네(구 VSL#3) 복제품을 유통하는 것과 관련해 협조를 거부하고 달라진 악티알 제품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바이오일레븐도 한국에서 판매하던 제품의 원료를 바꾸거나 혹은 브랜드를 바꿔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VSL#3(현 드시모네) 이름을 알린 회사 입장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여러 어려움 끝에 VSL#3 브랜드 대신, 드시모네 교수가 사용한 원료와 식약처에서 개별인정을 받은 드시모네 포뮬레이션을 선택했다.
“저희에게 2020년까지 판매권이 있었는데, 악티알에서 원료를 바꾸든지 기존 제품명으로 팔고 싶다면 원료를 바꾸라고 했어요. 이미 마케팅비만 몇십억을 쓴 상태에서 말이죠. 결국 저희는 상표를 VSL#3에서 '드시모네'로 바꾸게 됐습니다. 브랜드가 아닌 원료를 선택한 것이죠.”
다시 맨땅에 헤딩을 시작한 바이오일레븐은 기존 고객들이 VSL#3 브랜드가 아닌 드시모네 오리지널 원료에 신뢰를 보여줘 꺾인 매출을 차츰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미국 법원은 원료 노하우 소유권이 드시모네 교수에게 있다는 판결을 내렸고, 악티알 측에게 ‘현재 VSL#3 제품이 2016년 이전에 생산된 제품과 동일한 원료를 담고 있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물론, 이를 암시할 수 있는 표현까지 금지시켰다. 연구논문에서도 마찬가지 조치를 내렸다. 미국 법원은 또 악티알 측이 허위광고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 드시모네 교수 측에 손해배상으로 1천800만 달러(약 216억원)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미국에서는 2016년 6월 이후 악티알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1월, VSL#3 제품 원료가 변경된 이후 기존에 사용해온 홍보문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럼에도 최근 의료용품 도매업체인 S사가 VSL#3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재출시하면서 바이오일레븐은 곤욕을 겪게 됐다. 원료와 소유권을 놓고 법적 분쟁 배경을 잘 모르는 국내 소비자들은 다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VSL#3 제품이 ‘원조’라고 오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같은 이름과 옷차림만 보고 예전에 내가 알던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드시모네 교수에게 특허와 소유권이 있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고, 악티알은 더 이상 자기네 제품이 예전 제품과 원료가 같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에요. 미국 법원은 항소까지 기각했어요. 배신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더 무서운 집단소송을 제기했고요. 기존 VSL#3는 캐나다, 영국에서도 신뢰를 잃었죠. 미국 공식몰에서는 아예 판매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제품이 S사에 의해 국내에 재출시된 상태입니다.”
미국 법원의 판결로 일단락될 줄 알았던 소송전은 변수를 만나게 된다. 이탈리아 로마 법원이 독일 균주은행(DSMZ)에 기탁한 균주(일종의 샘플)에 대한 1심 소송에서 악티알의 소유권을 인정한 것이다. 균주코드가 드시모네 교수가 아닌 악티알에 있다는 것인데, 균주코드란 소량의 샘플에 대해 균주은행에서 부여한 수탁번호(일련번호)다. 원료 자체가 아닌, 원료 샘플에 대해 은행이 부여한 일련번호다. 예를 들면 노란색을 YW로 표기하기로 했는데, YW 소유권이 개인이 아닌 회사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S사가 마치 이탈리아 법원이 드시모네 포뮬러 원료에 대한 소유권이 악티알에게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이를 영업에 활용하는 게 또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샘플과 수탁번호에 대한 논쟁은 오리지널 원료(드시모네 포뮬러)에 사용되고 있는 핵심 균주에 대한 권리를 판단하는 게 아니에요. 드시모네 교수의 노하우 권리와 전혀 무관한 판결을 놓고, 국내 판매처가 이를 작의적으로 오역하고 잘못 알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미 미국 법원 최종판결 등을 통해 원료의 오리지널리티가 드시모네 교수에게 있음이 분명해진 상황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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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윤 대표는 S사의 상도덕을 넘어선 영업행위를 비판,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기 원한다고 밝혔다. 지금 타사가 판매 중인 VSL#3는 예전과 원료가 달라졌고, 국내에서 식약처로부터 개별 인정을 받지 못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국내에 7~9년 알리면서 식약처 개별인정을 받는 등 열심히 여기까지 달려왔어요. 바이오일레븐에 최고마케팅책임자로 합류해 현재 대표를 맡으면서 매출 100억원에 가까운 회사로 키웠죠. 그런데 상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흠집내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려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