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 암호화폐 거래소까지 다양한 분야 글로벌 기업들이 스테이블 코인 발행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나섰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오픈블록체인 프로젝트인 '비너스'를 발표하며,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가치안정화코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소셜 플랫폼인 페이스북이 스테이블 코인 '리브라(Libra)'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두 달 만이다.
그 뿐 아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도 지난 2월 스테이블 코인인 JPM코인 발행 계획을 공개했다. JP모건은 연내 실증 시험을 통해 JPM코인을 시험 제공할 예정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이렇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금융 산업, 그리고 블록체인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 흐름은 기존 금융시스템의 규제에서 벗어나고, 법정화폐를 암호화폐 생태계 안에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스테이블 코인이 법정화폐로 돌아가는 현실 세계와 암호화폐로 돌아가는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또 향후 스테이블 코인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와도 경쟁하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내놨다.
■ 바이낸스 비너스, 스테이블 코인 왜 발행하나…"크립토 월드에서 리얼 월드로"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 변동성을 낮춰 가격이 일정하게 고정되도록 설계한 암호화폐를 말한다. 주로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연동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코인은 단일 법정화폐가 아닌 미국 달러를 비롯해 유럽연합 유로와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 등으로 구성된 통화바스켓에 리브라를 연동한다. 반면, 바이낸스의 스테이블 코인은 어느 법정화폐에 연동될 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비너스 프로젝트의 스테이블 코인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바이낸스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쓰이는 자체 스테이블 코인을 출시할 지, 다른 나라의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어주는 형태가 될지 그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낸스가 비너스를 통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바이낸스의 목표를 통해 추론해 볼 수 있다.
바이낸스는 공지사항을 통해 "비너스의 목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새로운 통화를 촉발하는 것"이라며 "개발도상국이 더 많은 재정 자율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의 재정 안정성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 기업, 기술 회사 등 다양한 파트너들을 확보해 디지털 세계의 가능성을 논의할 것"이라며 "금융 헤게모니를 깨고 세계 금융 시스템을 재편성하고자 한다"고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바이낸스의 중국어 버전 공지사항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디지털 통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흥 기술 혁명에 직면해 먼저 포용하고자 하는 국가들이 이점을 갖게 될 것"이라며 "변화에 저항하고 기회를 잃는 대신 변화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며 디지털 스테이블 코인의 개발을 적극 촉구했다.
결국, 바이낸스가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는 스테이블 코인이 피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며, 이를 글로벌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적극 수용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인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은 "바이낸스가 크립토 월드에서는 클 수 있지만, 그 밖에서는 잘 모르는 작은 기업"이라며 "바이낸스는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실생활에서의 유즈 케이스를 만들어 크립토 월드에서 리얼월드로 가려는 것"이라고 바이낸스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하지만 "비너스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파트너를 참여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그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스테이블 코인을 활성화시키려면 유저를 많이 보유해야 하는데, 바이낸스를 쓰는 사람들은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기업에 대항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스테이블 코인, 돌풍 이유는? "실생활과 연계 가능, 기존 화폐 기능 제한적"
그동안 암호화폐는 주로 투기적인 요소로 전락해왔다. 가치 변동성이 큰 탓에 화폐로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가치 변동성을 줄여줄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함에 따라, 화폐로서의 사용성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한 센터장은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 변동성이 적어 화폐로서 실제 유즈 케이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부분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JP모건과 같은 기관용과 페이스북 리브라와 같은 소매용으로 양분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폐로서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가상 세계가 아닌 실제 세계에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며, 이는 곧 블록체인 생태계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 블록체인 기업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이유는 이들이 실생활에 사용 가능한 코인을 만들어, 이를 통해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실제 세계에 편입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블록체인 컨설팅업체 디쿤의 장중혁 토큰이코노미스트는 "법정화폐가 암호화폐 시장으로 쭉쭉 들어올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럴 수 있는 경로가 현재 규제에 의해서 막혀 있다"며 "그 부분을 뚫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법정화폐를 암호화폐 생태계 안에 끌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정화폐가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고, 규제가 없다면 사실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 동기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기업이 아닌 기존의 금융 회사, IT기업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이유는 뭘까.
장 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기존 화폐가 갖고 있는 기능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제공하기 어려운 화폐 시스템을 결국은 그것이 필요한 민간 기업이 직접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바일 상품권도 온라인으로 유통이 안 되는 등 화폐로서의 기능이 제한적"이라며 "그런 부분을 기능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디지털 화폐가 출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화폐 내에서도 민간 기업, 그중에서도 글로벌 거대 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앞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와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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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이코노미스트는 "중요한 건 스테이블 코인이 화폐로서의 영향력을 어디까지 확대하느냐"라며 "결국 발권 주체의 세력 싸움"이라고 현재 흐름을 진단했다.
이어 "개별 기업의 스테이블 코인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기존 발권 주체가 법정화폐가 암호화폐 산업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지만, 스테이블 코인을 많이 발행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주체가 생기면 스테이블 코인은 '대마불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