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반반택시 "기사 주도 승객 골라 태우기 불가능"

모빌리티 분야 규제 샌드박스 통과 1호 사업자

인터넷입력 :2019/08/02 17:40    수정: 2019/08/02 23:18

“택시 밖에서 풀면 카풀이 되는 거고, 택시 안에서 풀면 동승이 된다. 특정 밤 시간대에 승차대도 세워 소비자 편의성도 높이겠다.”

반반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는 최근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반반택시는 행선지가 비슷한 승객을 모바일 앱으로 연결하고 함께 이동 후 운임을 나눠 낼 수 있게 한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

지난 1일 서비스 첫 발을 뗀 반반택시는 지난 37년간 불법이었던 동승을 모바일 앱으로 풀어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과거엔 택시 기사가 타고 있던 승객의 불편을 뒤로한 채 동선이 맞지 않는 승객까지 억지로 태우거나, 원치 않는 합승에 서로 간 시비가 붙는 상황도 빈번했다. 그런데 이러한 불편을 해소할 IT 기술이 있다면 동승이 더 이상 불법일 이유가 없다.

반반택시는 앱을 통해 기사 개입 없이 완전한 승객 간 자발적 동승을 가능케 했다. 승객은 택시 좌석 앞뒤로 앉아 이동하게 되며, 동승 수수료를 포함한 택시 운임을 나눠 낸다. 또한 심야 승차난 때 잡기 힘든 택시를 탈 수 있게 돼 승객 입장에선 효율이 극대화 된다. 기사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것이 없다. 합승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로는 첫 사례다.

규제 샌드박스 심의 한 차례 반려...6개월만에 통과

김 대표는 합승 프레임을 깨고 시장 진입을 꾀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거쳤다. 지난 1월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신청 첫 날 반반택시 사업을 접수했다. 합승이란 이유로 불법취급을 받을 수 있으니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통해 택시 종사자들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겠다는 계획에서다.

김 대표는 “반반택시로는 무엇보다 기사 주도로 승객을 골라 태우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며 “또한 택시 기사의 무리한 대가 요구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승객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기사들에게 되도록 많이 분배되도록 하는 것이 방침"이라며 “기사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지역으로 향할 경우 수수료 분배율도 높여 원활한 서비스를 꾸려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코나투스는 8월부터 반반택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에게 반반택시 서비스가 이전의 합승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납득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심사 과정에서 한 차례 보류돼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5월 열린 모빌리티 분야 실증 특례 심사에서 유관부처인 국토교통부가 합승으로 촉발될 수 있는 여러 위험요소를 지적하며 제동을 건 것이다. 끈질긴 설득 끝에 지난달 11일 실증 특례 사업에 선정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김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보류 결과를 받았을 때다”며 “국토부에서는 동승을 다르게 해석해 보류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 서비스 하려고 했으나 최종 심사 결과 서비스 지역을 서울 내 12개 구로 한정하게 됐다”며 "최종 심의위원들 간 협의를 통해 과기부가 실증특례 승인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반반택시 동승은 서울 12개구(▲강남·서초 ▲종로·중구 ▲마포·용산 ▲영등포·구로 ▲성동·광진 ▲동작·관악) 출발 여정에 한하며, 목적지는 어디로든 설정 가능하다.

반반택시

■ "해외 카풀 보고 택시 동승 떠올려"

김 대표는 과거 미국 LA 여행에서 출퇴근 카풀러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도로를 보고 출퇴근이 빨라지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동승에 대해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됐다.

김 대표는 "미국 LA에는 카풀 전용 도로까지 갖춰져 있는데, 나는 이때 러시아워 교통체증도 해소하고 운송 효율도 높일 수 있는 동승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택시 동승도 마찬가지로 운송 효율을 높이고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코나투스가 세 번째 창업이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해 동대학원에서 산업공학을 공부했다. 대학 재학시절 서울 신림동 반지하 건물에서 친구들과 사무실을 차리기도 하고, 사회인이 된 후로도 한 차례 창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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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반반택시를 위해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았고, 최근에도 특허를 세 개 냈다” “택시 3천대 정도를 모으고 정신없이 준비하다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하니 더욱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심야 승차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와 시에서 기회를 준 거라 본다”며 “스타트업들이 자금력이 좋은 것도 아닌데 우리가 선례를 남겨야 이후의 모빌리티 기업들도 잘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