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기] 中 굴기의 핵심…화웨이 R&D 캠퍼스는 어떤 모습?

유럽풍 건물에 연구열기 후끈…AI 부문 R&D 인력 충원 계획

방송/통신입력 :2019/07/31 16:38    수정: 2019/07/31 16:46

<선전(중국)=선민규 기자> # 버스에서 내리자 전혀 다른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화려한 분수며 알록달록한 건물은 유럽 도시를 연상케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말끔한 거리와 낡은 느낌이 들지 않는 외벽뿐이다. 관광지나 놀이공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곳은 글로벌 IT 기업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화웨이의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R&D(연구·개발) 캠퍼스다. 화웨이는 전국에서 모은 R&D 인재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유럽풍으로 캠퍼스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중국 선전에 위치한 화웨이의 옥스혼(Ox Horn) R&D 캠퍼스에 발을 딛은 첫 느낌은 두려움에 가까웠다. 중국 현지에서 느낀 화웨이의 위상이 워낙 거대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비해 한 수 아래라고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화웨이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R&D센터는 규모부터 엄청났다. "규모가 큰 건 단지 중국 땅이 넓은 때운 아닌가?"라고 치부하기도 쉽지 않았다.

R&D 캠퍼스를 찾은 시간은 오후 2시. 조금은 나른한 분위기가 연출될 법한 시간이다. 하지만 이 곳엔 잠을 쫓을 겸 산책하는 사람도, 담배 한 대에 휴식을 갖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시원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찾을 수 없었다. 창문을 통해 건너본 사무실 내부에서만 간신히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책상 옆에 가지런히 놓인 간이침대는 섬뜩한 느낌을 더했다.

중국 선전 소재 화웨이 옥스혼 R&D 캠퍼스의 모습.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본따 건물을 지었다.

옥스혼 캠퍼스에는 총 1만 3천여명의 임직원이 화웨이의 미래를 이끌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1만3천명이라니. 2시간 남짓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마주친 사람이라고는 나처럼 캠퍼스를 둘러보기 위한 방문객과 식당 카페 점원이 전부였는데' 하는 생각이 스쳤다. R&D에 대한 화웨이의 열의를 훔쳐본 듯 했다.

화웨이 관계자는 R&D 캠퍼스 내 임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자부심은 회사가 R&D에 갖는 집중도에 비례한다. 설립 당시부터 R&D에 주력한 화웨이는 매년 매출액의 10~15%를 R&D에 쏟아붓고 있다. 이는 2018년 글로벌 5위에 해당하는 R&D 투자금액이다. 매출 대비 투자금액은 삼성전자의 2배 수준이다.

멀리 독일을 본떠 만든 건물이 보인다, 강에는 블랙스완이 살고 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강 언저리 어딘가에는 있단다.

주주가 없는 비상장 회사라는 특수성이 과감한 R&D 투자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그게 뭐 대수란 말인가.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유럽풍 건물을 만들고, 녹지를 조성하고, 하천을 만들고, 블랙스완을 풀어두다니. 저절로 자부심이 도취될 듯한 규모다.

여의도 절반 크기의 옥스혼 R&D 캠퍼스는 8개 도시의 모양을 본 따 만들었다. 유럽 문화에. 민감한 방문객이라면 10분마다 건축 양식이 달라지는 신세계를 만날 수 있다. 각 섹션을 잇는 열차는 스위스의 산악 열차를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스페인·프랑스·독일 영국 등 유럽 각 도시의 멋진 부분만 모아 만든 혼종. 과시를 좋아하는 중국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리라 정신 승리를 시도한다. 하지만 압도적인 스케일에는 숨겨둔 엄지손가락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캠퍼스 내 이동을 위해 도입된 열차. 사실상 이용하는 사람은 방문객밖에 없다. 임직원들은 화상 회의를 주로 이용한다고.

옥스혼 R&D 캠퍼스 내 임직원들은 퇴근 후 10분 거리에 위치한 사택에 머문다. 도시 외곽에 있지만, 식당과 술집, 헬스클럽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 덕분에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연구 개발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화웨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5G 관련 특허를 보유한 사업자로 거듭났다. 실제로 화웨이는 8만7천여건의 IP를 보유하고 있다. 그 중 5G 핵심특허는 2만5천건에 이른다. 아울러 현재 50여개 글로벌 사업자에 5G 장비를 공급하며 네트워크 장비 분야 성장세를 높여가고 있다. 늑대라고 불리던 화웨이가 시장 선두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자로 성장한 셈이다.

스페인 그라나다를 본따 만든 분수의 모습. 건물 안에는 화웨이의 R&D 인력들이 실제로 업무를 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간이침대와 함께

화웨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기세다. 대규모 R&D 센터에 걸맞은 신규 인력을 충원한다 계획이다. 기존에 있는 센터와 인력은 유지하되 새롭게 조성된 캠퍼스에 입주할 새로운 인력을 채용해 R&D 성장세를 가속한다는 전략이다. 통신을 넘어 화웨이가 주목하는 분야는 인공지능이다. 화웨이는 AI 인재를 공격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관련기사

이날 함께 옥스혼 캠퍼스를 방문한 국내 IT 전문가는 임직원이 마음껏 R&D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화웨이에 감탄하는 한편, 화웨이가 성장할 수 있던 배경으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있다고 지목했다.

오후 2시의 산책로. 맑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옥스혼에서 일하는 R&D 인력은 단 한사람도 찾아볼 수 없다.

IT 전문가는 "우리는 규제 때문에 새로운 R&D에 대한 레퍼런스를 만들기 어렵지만. 화웨이는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을 통해 막대한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는 배경을 갖고 있다"며 "아직은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아이디어나 신제품 개발 측면에서 한발 앞서 있는 만큼, 혁신 기업들이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개발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