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실적' 농협금융, '김광수표' 질적 성장은?

은행·비은행 불균형 심화 불구 뚜렷한 해법 제시 못해

금융입력 :2019/07/31 13:36    수정: 2019/07/31 13:41

NH농협금융지주의 2019년 상반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0.2% 증가하면서 금융지주 출범 2012년 3월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임기를 반 년여 남겨둔 김광수 회장의 연임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김광수 회장이 취임 직후 강조했던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균형, 자산수익률 증가 같은 경영 전략은 지켜지지 않은 상황이다. NH농협금융지주 내 비은행 자회사들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018년 상반기에 비해 뒷걸음친데다 자산수익률도 4대 금융지주(신한금융·KB금융·우리금융·하나금융지주)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금융 김광수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사내방송 특별대담으로 지난 1년간의 소회를 밝히고 직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사진=NH농협금융지주)

3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가 올 상반기 최대 성과를 축하하는 샴페인을 터뜨리기 보다는, 장기 성장을 위해 자회사 포트폴리오 개편과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4대 금융지주는 은행 실적에 기대기보다는 글로벌과 비은행 부문 실적을 높여 추가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는데 NH농협금융지주는 이 같은 개편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전언이다.

■ 은행 부문 비중 81.8%…균형은 어디로?

NH농협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은 9천9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81.8%가 NH농협은행에서 나온 금액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은행 부문 비중이 65%, KB금융지주 67.4%인 점을 감안하면 NH농협금융지주의 은행 비중이 높은 수준이다.

특히 김 회장 취임 직전인 2018년 1분기 은행 비중은 74%였던 점을 감안하면 NH농협금융지주의 은행·비은행 간 불균형은 더 심화된 상태다.

NH농협금융지주의 자회사 실적(연결기준)을 들여다보면 더 명확하다. 2018년 상반기 501억원이었던 NH농협생명의 당기순익은 올해 상반기 121억원에 머물렀다. 1년 새 380억원(75.8%)이나 줄어들었다. NH농협손해보험도 마찬가지다. 2018년 상반기 205억원이었던 NH손해보험 실적은 올해 상반기 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억원(71.2%) 감소했다.

그나마 NH농협금융지주가 46.17%의 지분을 갖고 있는 NH투자증권이 선방했다. NH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은 2천78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천449억원보다 336억원(13.7%) 늘어났다. NH투자증권이 옛 우리투자증권임을 감안하면, NH농협금융지주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려운 실정이다.

김광수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균형을 이루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에 대해 금융사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를 탈피할 것을 유도해왔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금리 인하 기조를 대비해 비은행을 키우는데 노력해왔다"며 "NH농협금융지주가 은행 중심의 실적으로 사상 최대임을 강조하는 것은 시대 흐름과 조금 다르다"고 전했다.

■ 핵심익도 전년 대비 반토막 …성장 '먹구름'

정부의 가계대출 증가세 완화 기조와 2020년부터 시행되는 신 예대율 규제 적용을 감안하면, NH농협금융지주의 은행·비은행 간 균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NH농협금융지주의 핵심이익으로 꼽히는 이자이익은 올해 상반기 3조9천948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7년 상반기 대비 2018년 상반기 이자익이 9.6% 늘었다. 사실상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 관행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금융지주의 실적을 견인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NH농협생명 올 상반기 실적에 대해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역전 차로 인한 환 헤지 비용이 지속적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체질개선을 단행하곤 있지만 실적 개선이 쉽지만은 않다고 보고 있다" 답변했다.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강원도 산불 화재로 인한 보험금 지급 예정 금액이 커지면서 당기순익 증가액 규모가 줄었다"고 말했다. 다만, NH농협손해보험 올해 1분기 공시에 따르면 신계약 실적이 줄었으며 영업수익 대비 영업 비용이 커져 일시적 요인으로 인한 실적 증가액 감소로 보긴 어렵다. 2019년 1분기 NH농협손해보험의 신계약 실적은 31만6천743건으로 2018년 1분기 31만7천518건 대비 775건 줄었다. 2019년 1분기 NH농협손해보험 영업수익은 1조1천3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0억원 늘었지만 영업비용은 1조1천2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7억원 증가했다.

■ NH농협금융 ROA, 신한금융 대비 절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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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했던 자산수익률도 신한금융지주와 견주면 반토막이다. 올해 NH농협금융지주의 총자산수익률(ROA)은 0.42%다. 신한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ROA는 0.82%·KB금융지주 0.80%·우리금융지주 0.71%·하나금융지주 0.62%에 비해 현저히 낮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NH농협금융지주의 해외 전략 부재와 관료 낙하산 인사 일명 '관피아'의 한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A사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확실 시 되면서 사실 예대마진을 노릴 수 있는 동남아시아 등을 통한 글로벌 전략이 부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영업만 집중하다가는 은행 직원들만 괴롭히는 처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NH농협금융지주가 지역단위 농협과 유통 채널을 보유한 만큼 이를 통한 시너지를 꾀할 수 있으리란 긍정적 전망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