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김홍일 센터장 “디캠프 없는 세상 만들고파”

“창업실패비용 낮춰야...규제혁신 주체 정부 아닌 우리”

중기/벤처입력 :2019/07/24 15:41    수정: 2019/07/29 08:31

“디캠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 같은 응원 기관이 없어도 누구나 좋은 환경에서 창업 할 수 있고, 연결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디캠프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디캠프 상임이사인 김홍일 센터장이 희망하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디캠프 같은 지원 기관이 없어도 누구나 창업에 도전해볼 수 있는 세상이다. 지금처럼 창업한다고 하면 실패부터 우려하고, 무모한 도전이란 시각부터 갖는 사회의 인식이 180도 달라진 시대가 오기를 바라고 있다.

2012년부터 국내 20개 금융사가 만든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운영하는 디캠프는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 자본, 홍보, 인재가 필요한 스타트업들을 적시에 찾아내 키워주고, 밀어주고, 기존 사회와 연결시켜주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해 초 디캠프 3대 센터장직을 맡은 김홍일 이사는 산업은행, 리먼브러더스, 노무라증권 등 금융권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창업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나, 이와 관련된 경력은 없지만 국내 창업 생태계가 기존 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보기 힘든 금융 경력자란 점, 남들과 조금 다른 시각과 네트워크를 지녔다는 면이 김홍일 센터장의 강점으로 손꼽힌다.

김홍일 디캠프 센터장(상임이사)

■ 디캠프 경쟁력은 “직원들의 열정”

이제 1년 넘게 디캠프에서 선장 역할을 한 김 센터장은 여러 투자사와 보육기관들 중에서 디캠프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직원들의 열정’을 꼽았다. 창업가와 스타트업들을 돕는 자신들의 역할에 자발적인 열정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개방성과 유연성을 디캠프의 경쟁요소로 설명했다.

“입주사들한테 저는 최고마케팅직원이라고 생각을 해요. 외부 손님들을 가능한 디캠프에 모시고 와서 입주사들의 서비스와 제품을 팔아주려고 하죠. 강매 담당자예요 저는. 또 직원들도 이 일이 좋아서 하더라고요. 입주사나 투자사들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열정, 그리고 이를 잘 받아들이는 조직의 유연성이야말로 디캠프의 강점인 것 같습니다.”

■ “취업 통해 실패비용 낮추는 것도 창업 성공 높이는 하나의 답”

모두가 창업을 응원하고, 창업이 필수인 것처럼 말하지만 창업의 현실은 냉혹하다. 죽음의 계곡을 넘기도 어렵지만, 근처까지 가는 길도 고되다. 간신히 죽음의 계곡을 넘어 안정권에 들어가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요구를 따라가 진정한 성공궤도에 오르는 일도 쉽지 않다.

이 같은 현실에 김 센터장도 고민이 깊었다. 무조건 창업하라고 등을 떠밀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고. 기존 회사에 취업하는 길은 점점 좁아지고 한계가 명확해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보면 취업재수생은 있는데 창업재수생은 잘 없어요. 한 번 창업에 실패하면 낙인을 찍죠. 너 그럴 줄 알았다, 공부 열심히 해서 취업이나 하지라면서 손가락질 해요. 그런데 그렇게 취업하려고 했던 기업도 30~40년 전에는 스타트업이었거든요. 창업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인데, 우리 사회는 창업 실패비용이 너무 높아요.”

그래서 김홍일 센터장이 찾아낸 나름의 현실적인 해법은 모두 그럴 필요는 없지만 취업과 창업을 동시에 해보는 것이다. 취업을 통해 기존 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창업에 도전한다면 실패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겠냐는 계산이다.

“저희 아들도 창업을 하려고 해요. 저는 지지를 합니다. 그 대신 이런 얘기를 하죠. 이런이런 거는 기존 사회에서 좀 더 배워서 했으면 좋겠다고요. 기존 조직에서 조금 더 경험을 쌓고 창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합니다.”

■ “창업가는 용기 있는 사람...시간은 이들 편”

이런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냉혹한 현실 가운데서도 창업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기업가치 1조원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킨 스타트업들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배달의민족)나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이런 성공을 거둘 순 없다. 대부분 처절한 실패를 경험한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결국 창업한 사람들은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 분들이 결국 우리 리더예요. 믿으라는 얘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결국 시간이 당신네들 편이라는 얘기를 꼭 해주고 싶습니다.”

반대로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고, 배고팠을 때를 금세 잊어버리는 창업가들도 적지 않다. 작은 성공에 취해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 김홍일 센터장은 구성원들의 합의로 리더가 된 만큼 왕관의 무게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젊은 나이에 대표님, 사장님 이야기를 듣가 보면 붕 떠요. 젊은 나이에 누군가의 리더가 되려고 할 때는 왕관의 무게를 분명히 알아야 해요. 합의에 의해 리더로 인정받은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정부는 국민의 그림자...우리의 선택이 더 중요해”

스타트업 업계에서 바라는 규제혁신에 대한 김홍일 센터장은 결국 정부의 생각과 판단보다는, 이런 규제를 필요에 의해서 만든 개인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규제를 만든 것도 국민이니, 이를 고치거나 없애는 것도 결국 국민이 합의를 보고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정부는 사실 국민의 그림자잖아요. 우리나라가 규제를 선언적으로 정해놓고, 이 위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인 건 맞아요. 하지만 사실 정부가 우리를 규제하는 게 아닌데, 우리 스스로가 규제를 하면서 남을 욕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거죠. 우리가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를 먼저 스스로 생각해보고 합의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新-舊 산업 대결...“시장부터 열어라가 아닌, 시장부터 키우는 게 답”

택시단체와 카카오·VCNC 등 모빌리티 업체 간 갈등에 대한 김홍일 센터장의 입장은 “자신 있다면 시장을 먼저 키워야 한다”이다. 모든 규제는 시장의 힘에 의해서 변하는 만큼, 시장이 커지기도 전에 규제부터 풀라고 주문할 것이 아니라 훌륭한 서비스로 시장에서 힘을 키운 뒤 이를 기반으로 협상에 임하면 된다는 뜻이었다.

“사실 어떤 정부도 스타트업을 죽이고 싶어하는 정부는 없어요. 스타트업이 사회에 긍정적인 자극의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정부가 기존 세상에 있는 사람들을 자극하면서까지 스타트업 편에만 설 수도 없죠. 정말 자신 있다면 시장을 키우는 게 답이라고 봐요. 그러고 나서 협상에 들어가는 순서가 맞다고 봅니다.”

■ 서울의대와 공동 교육과정 개설..."10월, IF 2019도 기대해"

디캠프 IF 2018

디캠프는 하반기 서울대학교 의대 본과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혁신가 공동 교육 과정을 만들어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헬스케어와 바이오 시장이 커진 만큼, 인류를 구할 수 있는 분야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는 게 디캠프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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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0월12, 13일 서울 신촌 일대에서 열리는 ‘IF 2019’의 성공적인 개최도 디캠프로 올해 추진할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이곳에서 100여개의 스타트업들은 부스를 차리고 자사의 서비스와 브랜드를 부스를 알리면서 고객들과 소통하게 된다. 또 이번에는 9개 국가에서 참여해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이 밖에 11월에는 부산시와 함께 유망한 스타트업들을 발굴하는 ‘디데이’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단순한 행사에만 그치지 않고, 기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창업가분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은 세상과 연결하는 데 디캠프는 힘쓸 생각입니다. IF 2019와 디데이 행사에 더 많은 창업가 분들이 참여해주시고, 투자사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