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공유주방·공유주거 등 과거에는 없었던 신산업들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속속 탄생하고 있다. 종전에 없었던 산업의 태동은 더 나은 서비스를 불러왔다. 반면, 사고나 책임의 사각지대도 남아있는 실정이다. 신산업군들은 사각지대를 좌시하기도 하며, 기존 규제와 산업에 맞춰 사건·사고를 보장해줬던 보험사들은 시장성을 핑계로 맞춤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모빌리티와 배달 대행·공유 주방과 오피스 등 새로운 서비스가 해결해야 할 부분을 진단, 업계와 고객·근로자에게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세 편에 걸쳐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新 모빌리티
② 공유 공간
③ 전문가 진단
■보험사 "배달기사 보험, 보험료 비싸거나 이익 안남아"
“짜장면 집 사장들이 보장 빵빵한 이륜차 보험을 다 들어줬었다고요? 아닐 걸요. 수백만원 하는 걸 어떻게 들어줬겠어요. 지금 배달대행 업체들이 보험사랑 제휴해서 만든 상품보다 더 보장성이 큰 보험이 나오긴 힘들어요.”(A 배달대행 업체 관계자)
“보험사가 상품성이 있으면 먼저 만들어서 접근해요. 보험 상품 개발 안 하는 걸 법으로 강제할 수 없어요.”(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
배달대행 업체들은 ‘음식점 사장님들의 배달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겠다’고 말하며 자신들의 브랜드를 내세우면서도, 상해보험 수준의 보험사 제휴 상품 밖에 제공하지 못한다.
보상범위가 무한인 대인배상이나, 자기차량손해 보상까지 넓게 보장하는 이륜차 보험에 가입시키려면 고용주가 인당 300만~400만원의 보험료를 납입해야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법적으로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최소한의 보험인 책임보험으로는 교통사고 상대 피해자만의 피해만 일정 한도 내에서 보상한다.
그래서 배달대행사들이 택한 최선의 선택지는 단체 상해보험과 운전자 보험을 섞은 제휴 상품이다. 가입은 라이더 자유다. 교통사고 상대 피해자 외에도 라이더 본인, 차량손상에 대한 피해, 교통사고 처리 비용을 보상해준다.
그런데 보험료 금액대별로 보장범위가 크게 좁혀지는 게 문제다. 배달대행 B업체의 월 9천500원짜리 단체 상해보험으로는 교통상해 사망에 대해 3천만원밖에 보장되지 않는다. 이를 두곤 일각에선 '생색내기용 보험'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공유 전동킥보드와 같은 퍼스널모빌리티 업체들도 책임보험 수준으로 밖에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망에 대한 보상금은 따로 없으며, 대인사고의 경우 2천만원 한도로 보장한다.
■보험업계, 신종 모빌리티 따라 새 '위험율' 산출하기 사활
막연히 사고 위험이 높다는 업계 인식을 뒤집고, 모빌리티 업체의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보험사가 신종 모빌리티 관련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
기본적으로 보험사는 ‘위험율’이란 조건별 상수를 기준으로 상품을 만든다. 위험요인과 사람과의 영향을 따진 생명보험을, 손해보험사는 위험요인이 언제 얼마나 높아지는지 등의 인과와 관계를 파악해 상품을 만든다.
만약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해 위험율을 구할 수 없다면 경험율과 재보험사의 참조율을 통해 가격을 매기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외 사례를 연구해 상품화를 제시하는 재보험사들은 협의요율을 알리고 상품 출시를 돕기도 한다.
하지만 협의요율일 뿐 정확한 위험율이 아니라는 점, 보험사의 리스크를 보전해주는 재보험사의 출재가 없다면 사실상 새로운 보험 상품은 나오기 어렵다. A사 관계자는 "위험율이 얼만큼 입증됐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상품을 출시하기 어렵다. 무조건적으로 보험사가 리스크를 떠안기 어려워서다"라고 설명했다.
■"보험사, 모빌리티 회사가 정보 줘도 제대로 활용 못해"
모빌리티 회사들이 이용자들의 주행 및 사고 데이터를 보험사에 제공한다 해도, 보험사가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행 신용정보법상 각기 다른 기업이 고객 정보를 결합하거나 데이터를 매칭할 수 없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모빌리티 회사들은 자신들의 정보를 활용해 보험상품을 만든다는 제안은 좋지만 현행법상 한계가 있다”며 "모빌리티 회사들이 데이터를 주고 손해보험사와 엄청난 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것처럼 선전하는데, 사고발생률만 주면 보험 상품이 나온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 상품의 근간이 되는 위험율 등에 대해 이해도가 낮아 현재 칼자루는 보험사가 쥐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손해보험협회 방병호 팀장은 "지금 수준으로는 모빌리티 회사가 제공한 정보로 보험사는 사고의 패턴 정도만 알 수 있다"며 "가령 특정 상황에서 어떤 연령대 이용자들의 사고가 많더라 이런 패턴은 알 수 있는데, 모수가 많고 정확한 데이터가 많으면 훨씬 정교한 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동기 아닌 '퍼스널모빌리티' 별도 지위 필요"
퍼스널모빌리티는 킥보드, 자전거의 형태이나 모터가 달려있다는 이유로 원동기로 편성되면서 적확한 보험 상품 개발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전동스쿠터 등 퍼스널모빌리티는 현행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상 정의가 없다. 전동 킥보드 등을 보도에서 운행하는 것도 불법이다. 이는 현재 퍼스널모빌리티 업체와 보험사들이 책임보험 수준으로밖에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방병호 팀장은 "지금은 원동기가 도로만 주행해야 하나, 보도나 자전거 도로로 다녀도 되냐의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며 "보험 쪽 상황에서 봐도 퍼스널모빌리티의 사고를 차도에서만 인정하느냐 등이 불분명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공유 전동자전거 및 전동스쿠터 플랫폼을 운영하는 매스아시아의 한 관계자는 “원동기 보험도 제대로 들면 수백만원씩 하고, 유상운송보험도 적용이 어려워 아직은 책임보험의 일부로 하고 있다”며 “사업을 하려다 보니 신체 피해가 예상돼 책임보험에서라도 보험을 준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매스아시아는 DB손해보험과 제휴를 맺고 관련 보험상품을 만들었다.
이 관계자는 또한 “퍼스널모빌리티도 새로운 교통 수단으로 인식되면 차대차 문제, 대물보상 등에도 대응 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는 단계다”며 “퍼스널모빌리티에 대한 법령이 확실히 만들어져야 괜찮은 상품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업자 보험 강제는 모빌리티 발전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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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모빌리티 회사들이 수준 높은 보험을 마련하는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산업의 발전을 고려한다면 사업자에 보험 가입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한 해외 모빌리티 회사들이 보장성이 높은 보험을 제공하겠다고 나설 경우 국내 업체들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태언 변호사는 “그랩이나 우버 같은 해외 플랫폼은 적자를 보면서라도 우리 시장에 들어와 사업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해외에서 큰 이들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데, 국내 플랫폼에 보험을 강제하고 곧 규제로 작용한다면 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