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단 시대’ 맞은 3D 낸드플래시 시장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어 도시바·WD도 기술 개발 완료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6/30 10:29    수정: 2020/07/02 17:04

적층형(3D) 낸드플래시 시장이 올해부터 100단 시대를 맞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내 100단 이상의 적층형 낸드플래시 제품 출시를 시작하는 가운데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WD)도 내년부터 제품 출시에 돌입할 예정이다.

적층형 낸드플래시는 기존의 단층형(2D)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미세공정 기술이 10nm(nanometer·10억분의 1미터)대에 이르면서 데이터가 저장되는 공간(셀) 간의 간섭현상으로 오류가 발생하자 이를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만들어진 차세대 낸드플래시 메모리다.

적층형 낸드플래시는 기존 단층형 낸드플래시와 달리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이 다른 곳에 위치한다. 적층형 낸드플래시가 데이터 저장 공간을 수직으로 쌓는다면, 단층형 낸드플래시는 데이터 저장 공간을 좌우로 배치하는 형태다.

삼성전자 V-NAND 구조. (사진=삼성전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도 조금 다르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제품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단층형 낸드플래시는 직사각형 형태의 도체에 전하를 저장하고, 이를 빼내는 방법으로 ‘0’과 ‘1’을 구분해 데이터를 쓰고 지운다. 반면, 적층형 낸드플래시는 전하를 붙잡는 힘이 더 강한 원통형 형태의 부도체를 수직으로 쌓고, 이를 관통하는 구멍을 뚫어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데이터를 쓰고 지운다.

적층형 낸드플래시 시장은 지난 2013년 삼성전자가 ‘V-NAND’란 제품으로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시장규모는 2021년 500억달러(약 57조765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적층형 낸드플래시 시장은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와 도시바,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등도 관련 기술을 개발해 삼성전자와 치열한 시장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업체 모두가 90단 이상의 적층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시장점유율(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 기준) 측면에서는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29.9%로 시장 1위를, 도시바가 2위(20.2%), 마이크론 3위(16.5%), 웨스터디지털 4위(14.9%), SK하이닉스 5위(9.5%)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적층형 낸드플래시 시장이 100단 시대를 맞이하면서 경쟁업체 간의 기술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각 기업들은 낸드플래시를 더 많이 쌓는 동시에 데이터의 밀도를 높이는 측면에서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4D 낸드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예컨대 삼성전자가 512Gb(기가비트, 64GB) 용량의 낸드플래시를 110~120단으로 쌓는 6세대 V-NAND(V6) 기술을 공개한 반면,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내 회로(Peri)들을 데이터 저장 공간 밑으로 배치하는 방식(4D)으로 1Tb(테라비트, 125GB) 용량으로 낸드플래시 128단을 적층한 4D 기술을 공개했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512Gb 128단 적층형 낸드플래시 외에도 데이터를 4bit(비트) 단위로 저장하는 쿼드 레벨 셀(QLC) 방식으로 1.33Tb 용량의 96단 적층 낸드플래시 기술을 공개해 고밀도 데이터 저장 기술로 승부를 던진 상황이다.

데이터 저장 단위가 높으면 그 만큼 더 많은 데이터를 동일한 면적에서 저장할 수 있다. 예를들어 512Gb 용량의 적층형 낸드와 1Tb 용량의 적층형 낸드를 동일하게 16개로 구성할 경우, 전자는 1TB(테라바이트)용량을, 후자는 2TB(테라바이트) 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적층형 낸드플래시 사업의 수익성 측면에서는 당분간 삼성전자가 우위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 장비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한 번에 128단까지 적층할 수 있는 공정기술(식각)을 보유하고 있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이를 2단계에 걸쳐 적층해야하는 수준으로 기술격차가 큰 탓이다. 이에 장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나머지 경쟁 업체들의 적층형 낸드플래시 제품의 마진은 많게는 40%포인트(p)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린 ‘삼성 인베스터 포럼 2019’에서 적층형 낸드플래시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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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섭 삼성전자 R&D 연구소 상무는 이날 포럼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에서는 단층에서 적층 구조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삼성전자가 만들었고, 그게 바로 V낸드”라며 “올해는 적층수를 100단 이상으로 쌓은 V6를, 2022년에는 적층수를 200단 이상으로 쌓은 V8을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삼성전자는 V낸드의 회로선폭을 머리카락의 1천분의 1수준 이하로 줄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또 두바이에 위치한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츠 할리파보다 7배 높은 종횡비를 구현할 수 있는 적층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