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선도 거래소로서 자금세탁방지 모범 보이겠다"

강화된 규제 맞춰 자금세탁방지센터 신설...전사 최우선 과제로 인식

컴퓨팅입력 :2019/06/28 08:44    수정: 2019/06/28 11:38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최근 발표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암호화폐 규제 권고안에 대응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7월부터 '자금세탁방지센터'를 신설하고 30명을 배치하는 등 규제 준수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이번 규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업체만 결국 살아 남아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전사적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게 빗썸 측 설명이다.

FATF 권고안은 암호화폐 취급업체에 기존 금융권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부과하고, 문제가 되는 업체에 대해선 각국 금융 규제 기관이 '사업 중지'에 해당하는 강력한 제재를 내리도록 요구하고 있다. 실제 거래소 명운이 좌우될 수 있는 엄중한 규제다.

빗썸이 FATF 권고안에 빠르게 대응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글로벌 선도 거래소가 먼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FATF 권고안에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로는 구현할 수 없는 지침도 포함돼 있어 업계 내 혼란이 크다. 암호화폐 취급업체는 자금을 보낸 사람(발신자)뿐 아니라 받은 사람(수신자)의 정보도 확인해야 한다는 일명 '여행 규정'이 포함됐는데, 거래에 쓰이는 주소 자체가 익명이라 수신자를 확인하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빗썸은 글로벌 선도 업체들이 먼저 나서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하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야 후발 업체들도 투자에 나설 것이고, 결국 FATF와 각국의 금융 규제 기관에 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달라고 요청할 명분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업계 대표주자로서 빗썸이 이번 FATF규제 이슈를 어떻게 풀어갈지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점을 찍었을 당시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가격을 확인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사진=빗썸)

빗썸, 전사 최우선 과제된 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 의무 준수

빗썸은 7월부터 자금세탁방지센터를 가동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컴플라이언스팀, 이상거래탐지(FDS) 모니터링 팀 고객자산보호팀이 각각 AML 관련 업무를 개별적으로 수행해 왔는데, 이제 자금세탁방지센터가 관련 정책 수립과 운영을 총괄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그동안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수행하던 AML 보고가 금융정보원(FIU)에 직접 보고 하는 형태로 바뀌는 상황을 반영한 조직 운영이다.

빗썸 준법감사실 이성미 실장은 이런 조직 정비에 대해 "현실적으로 감독기관에서도 취급업체들과 보고체계를 위한 시스템과 조직적인 운영 등에 경험이 없고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빗썸은 탄력적으로 자금세탁방지 정책 운영하고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게 자금세탁방지센터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200여 명의 직원 중 30명을 이 업무에 배치한 것도 눈에 띄는 파격 조치다. 이는 암호화폐 AML이 단지 지갑 추적 솔루션을 도입해서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내린 결정이다.

이 실장은 "시중에는 많은 관련 솔루션이 있지만 이러한 서비스들은 거래소에 특화되지 않거나 데이터에 한계가 분명하다"며 "빗썸은 자금세탁방지센터 조직의 기능을 강화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운영 노하우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가능한 규제 대신 암호화폐 산업에 맞는 방법 찾아야

이번 FATF에 권고안에 대한 대비는 전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실장은 "정상적으로 사업할 거래소라면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사안으로 빗썸에서는 제 1번의 과제로 보고 있다"며 "대표이사부터 직원들이 다 숙지할 수 있게 모든 유닛에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FATF 권고안 중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여행 규정'이다. 거래 발신인에 대한 정보는 서비스 가입시 고객확인절차(KYC)를 거쳐 알 수 있지만, 수신인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이 실장은 "처음부터 어떤 암호화폐 취급업체도 지킬 수 없는 규정이라 결국 다 문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여행 규정에 대한 빗썸의 입장도 업계 전체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암호화폐 거래소 선도기업으로 규제에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자 하지만, 강화된 규제가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서는 안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무조건적인 규제는 오히려 음성화된 거래를 확산시킬 우려도 있다고 보고 있다.

대안에 대해서 이 실장은 "기존 금융권을 완벽하게 모방하는 체계를 구현하는 게 아니라 암호화폐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위험기반접근 방식을 이용해 탄력적 적용과 단계적이고 실현가능한 규제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암호화폐 산업의 자금세탁방지 체계는 암호화폐가 악용되지 않는 범위에서 꼭 필요한 절차를 우선 적용하고 암호화폐의 철학, 생태계, 시스템에 대한 적절한 합의사항들을 단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달 28일과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V20서밋(가상자산 서비스 제공 업체 서밋)에서 '여행 규정'에 대한 업계 요구사항이 정리될 예정이다.

암호화폐 산업 가치 인정 받으려면 규제 준수 필수...정부도 합리적인 규제안 만들어주길 기대

빗썸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현재 할 수 있는 조치는 먼저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빗썸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란, 파키스탄 등 FATF 제재 국가에서 서비스 이용을 막고 있고, 회원이 범죄 관련 의심 주소(블랙리스트)로 출금하는 경우 알람이 뜨도록 했다. 또 이상거래에 대해선 금융권과 똑같이 이용자가 소명하기 전까지 계정을 동결하고 있다.

정부 기관-은행-거래소들 간 긴밀한 공조 체계 구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보이스피싱 의심 사건이 발생할 경우 본인확인 및 자금의 원천을 확인하는 등의 강화된 고객확인을 실시하는 한편, 신고가 접수 동시에 경찰, 은행 등과 공조체제를 이루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실명계좌로 연결된 은행과는 핫라인을 통해 사전 예방과 사후적 조치를 수행하고 있다. 또, 국내 주요 7개 거래소 간에는 AML 공조 협력협약을 맺고, 사고신고 접수된 계정이나 의심 계정 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

이 실장은 "빗썸은 글로벌 규제 동향에 맞춰 내부 AML 규정과 프로세스를 계속 업데이트해 왔다"며 "선도 업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먼저 다 해야 다른 거래소도 따라오고 규제 기관에서도 우리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FATF가 암호화폐 AML에 대한 1차 의무 이행을 각 정부에 부과한 만큼 정부에서 거래소에 이를 준수하려면 어떻게 해야한다는 정확한 숙제를 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현 가능한 규제가 정립되면, 오히려 규제가 있는 것이 산업 발전 전체에 긍정적이라고 보는 게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다. 이 기회에 난립해 있는 불량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산업이 정상화.제도화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실장은 "규제가 없는 것이야 말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며 "결국 회색지대에서 암호화폐 거래소가 200개 넘게 생기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거래소가 윤리의식을 가지고 자정노력하지 않으면 정말 불법적인 영업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킬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선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규제 움직임 자체는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