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질병 규정 땐 윤리적 부정평가 우려"

오태원 교수 지적 "규제보다는 조화로운 문화 형성이 우선"

디지털경제입력 :2019/06/21 17:57    수정: 2019/06/21 20:03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할 경우 윤리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태원 경일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진행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와 표현의 자유’ 토론회에서 WHO 게임이용장애가 갖는 윤리적 평가 문제를 지적했다.

‘규범조화의 관점에서 본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의 문제’란 주제로 발제한 오 교수는 게임이용장애는 질병이라는 명제가 사람들에게 윤리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혹자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에 넣는 것이지 게임자체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사회적 영향을 무시한 일방적 주장이라 생각한다”라며 “원인과 결과에 대한 논증이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특히 게임의 범주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태원 경일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오태원 교수는 바둑을 온라인으로 즐기다가 게임이용장애가 발생할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런 경우에 온라인이 문제인지 아니면 바둑이 문제인지 또는 이를 게임이용장애로 볼 수 있을 것인지 판단이 어렵다는 지적이었다.WHO가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려는 시도가 게임의 과도한 이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자극하는 취지로 이뤄졌다면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방향과 국민의 일상생활에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이라는 전제를 적용하는 것은 이와는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오 교수는 질병 예방이라는 목적을 두고 게임이용 문화를 형성하면 모든 규범이 규제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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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질병 예방이라는 목적을 두면 게임 이용자와 개발자의 자발적이고 건전한 윤리의식 형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사회의 게임이용에 대한 바람직한 규범문화 형성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발제 말미에 오태원 교수는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각심을 중심으로 한 교육보다는 시민역량을 증대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오 교수는 “과거 인터넷중독 예방교육은 VDT 증후군, 거북목 증후군, 잔영현상 증후군 등 해로운 증상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나 그다지 효과가 높지 않았다. 게임이용에 대한 건전한 문화 형성도 마찬가지다”라며 “미래사회의 게임이용 문제는 질병예방 문제로 풀어야하는 것이 아니다. 근대 시민사회 형성을 위해 문맹 탈피와 근대적 시민성 교육이 필요했던 것처럼 미래사회를 위한 디지털 시민성 배양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고 발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