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커머스는 '양방향 TV 홈쇼핑'으로 불린다. 화면 내 다수의 상품 판매 VOD 중 리모컨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자가 일반 TV 홈쇼핑과 큰 차이를 느낄 만큼 양방향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공존해왔다. 중소기업 제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도 덤으로 따라왔다. 한 번에 여러 상품 방송에 접속할 수 있다는 특성상 납품자의 진입 허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탓이다.
이는 TV 플랫폼이라는 특성에서 기인한 한계였다. 각사 사정에 따라 달리 제작된 셋톱박스를 통해 제공되는 방송 영상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TV 영상 트래픽이 막대한 탓에 부가 서비스를 붙이기 어렵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지난달 SK스토아는 클라우드 기반 VOD 플랫폼 'SK스토아 온'을 출시, 이런 한계점을 프라이빗 클라우드 기술로 극복했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IT 운영 관리를 지원하는 클라우드 기술 특성을 살렸다. 이를 통해 모바일 앱처럼 한 달에도 수시로 화면 업데이트가 가능한 환경을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명대호 SK스토아 매니저는 클라우드 기술 도입을 지휘했다. T커머스 등장 초기부터 방송업계에 몸을 담아온 만큼 이 플랫폼이 진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열망이 크다.
■클라우드로 일 년씩 걸리던 UI 개편 주마다 실시
"시중에 셋톱박스가 100종이 넘어요. 일일히 맞춰서 개발을 하는 게 불가능하죠. 또 사업자별 니즈에 따라 개량된 측면도 있어서 동일한 표준이랄 게 없어요. SK브로드밴드, KT 등 각 플랫폼사마다 찾아가서 방송 UX를 각각 개발하는 과정을 거치면 정말 열심히 해야 1년에 한 번 정도 업데이트를 할 수 있었어요."
클라우드를 도입하기 전의 상황이다. 대개 연초 만든 사용자 경험(UX) 기획안이 연말이 되서야 TV 화면에 반영되는 식이었다.
명대호 매니저는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춘 방송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 클라우드 도입을 제안했다. 모바일 앱이 한 달에 두 세 번씩 업데이트하는 시장 환경에서 T커머스도 적절히 대응하려면 수시로 서비스 대응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단 업계에 익숙치 않은 기술인 만큼 개발하면서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이전엔 셋톱박스에서 처리하던 방대한 TV 트래픽을 자체 처리하는 만큼, 효율적인 서버 관리가 주요 난제였다. 어렵사리 만든 서비스의 품질 향상에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애니메이션 방식의 UX도 처음이고, 동영상 재생 시점이나 로딩, 화면 전환이 잘 안 되기도 했죠.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까지 400번 가량 수정을 거쳤어요. 아예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는 작업만 세 네 번을 했어요."
클라우드 기술을 도입하면서 SK스토아는 UX 개편 비용을 5년 기준 1천억원 가량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는 올해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동영상 빨리 감기·일시 중지·리와인드 등 신규 기능을 개발 중이다.
SK스토아는 해당 플랫폼을 관계사인 SK브로드밴드의 'Btv 스마트 셋톱박스'를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주요 셋톱박스에 적용을 마칠 계획이다.
■5초만에 이탈하는 50% 시청자 공략
"방송에 유입된 시청자 중 5초만에 50%가, 30초가 지나면 90%가 이탈해요. 조사해봤더니 이유가 단 하나에요. 관심 없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으면 채널을 돌리는 거죠. 이 점을 노렸어요."
개편된 SK스토아 UI에서는 시청자가 300여개의 제품들을 탐색할 수 있다.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이 있다면 TV 화면 상에서도 능동적으로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SK스토아는 UI 개편에 따라 상품 판매 영상 재생 횟수도 업계 평균보다 60~70배 가량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실시간으로 제품 재고량을 파악해 품절 시 화면 하단에 실시간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VOD를 보여주는 T커머스 특성상 이런 서비스가 어려웠다. 클라우드를 도입, 소비자가 고객센터에 전화해 확인해야 했던 부분을 자동화한 것이다.
"소비자 테스트를 실시했을 때, 이 정도면 모바일 앱을 안 써도 되겠다는 이야기도 나왔었어요. TV 쇼핑 플랫폼이 모바일 앱에 맞춰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게 됐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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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매니저는 클라우드 도입 등 T커머스가 데이터 방송이라는 특성을 살린 서비스 개편을 추구하면서, 향후 TV홈쇼핑을 뛰어넘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봤다.
"T커머스가 종종 '촌스럽다, (TV홈쇼핑의)아류다'라는 얘길 듣곤 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T커머스는 양방향 플랫폼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미래형 홈쇼핑 모델이거든요. 단순히 상품 결제 문자를 주고 받는 것을 넘어서, 언제든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기 위해 접근하는 TV 플랫폼이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