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국내 카메라·오디오 시장서 1위 굳힌다"

[인터뷰] 소니코리아 오쿠라 키쿠오 대표

홈&모바일입력 :2019/04/29 07:32    수정: 2019/04/29 09:31

소니코리아 오쿠라 키쿠오(大倉喜久雄, Okura Kikuo) 대표는 1992년 소니에 입사했다. 이후 알파 DSLT 태동기인 2007년부터 5년간 소니코리아에서 컨슈머 프로덕트 부문 본부장을 역임하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표를 거쳐 2018년 4월 소니코리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소니코리아 오쿠라 키쿠오 대표. (사진=지디넷코리아)

지난 24일 여의도 소니코리아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오쿠라 키쿠오 대표는 지난 한해의 성과에 대해 카메라와 센서 부문이 호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올해 목표로 '시장 대세론'을 강조했다.

경쟁이 한층 격화된 국내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은 물론 지난 1년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완전 무선 이어폰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 "풀프레임 미러리스 성장에 보람, 센서도 호조"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오쿠라 대표는 각종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인터뷰에서도 통역이 필요 없을 만큼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소니 본사도 그만큼 한국에 이해가 깊은 그에게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개척이라는 큰 임무를 맡겼다.

오쿠라 대표에게 지난 1년간의 성과와 스스로 매긴 점수를 물었다.

"본사의 지시에 따라 알파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성장을 위해 노력한 결과 점유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해에는 알파7 Ⅲ 등 좋은 제품들이 많았고 고성능 렌즈 제품군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열풍이 불면서 스마트폰과 카메라에 밀렸던 캠코더 분야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오쿠라 대표의 설명이다. 또 유튜버들이 음성을 깨끗하게 녹음하기 위해 IC 레코더를 구입하면서 관련 시장의 수요도 늘어났다.

방송 장비도 교육이나 의료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매출이 늘어났다. 다만 오쿠라 대표가 작년 성과에 스스로 매긴 점수는 80점이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에서 1년 내내 점유율 1위를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 "스마트폰 멀티 카메라 추세, 매출에 긍정적"

소니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또다른 분야인 오디오와 각종 센서에 대해서도 물었다.

"스마트폰 성장이 둔화되면서 주력 제품인 카메라 센서에 영향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듀얼 카메라, 트리플 카메라처럼 카메라 탑재 개수가 늘어나면서 좋은 실적을 거뒀습니다. 올해는 이미지 센서 뿐만 아니라 피사계 심도(ToF) 등을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센서도 실적이 좋을 것으로 봅니다."

오쿠라 대표는 한국 시장의 특성중 하나인 양극화 현상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국내 시장은 특히 양극화가 두드러진 시장이다. 비싸고 좋은 제품, 혹은 철저히 가격 대비 성능을 추구한 제품이 잘 팔린다. 오쿠라 대표는 이런 한국 시장의 특성이 간판 상품인 무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WH-1000XM3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WH-1000XM3는 이전 모델 대비 두 배 이상 잘 팔렸죠. 온도가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서 일부 터치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실제 접수된 사례는 극히 적었습니다. 한국 시장은 제품이 좋아야 잘 팔리는 시장입니다. 원가 절감 등 일부에서 제기된 문제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 "AF 성능이 가장 큰 장점, 풀프레임이 최우선"

소니에 이어 니콘, 캐논, 파나소닉 등 주요 업체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풀프레임'이라는 입지만으로도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오쿠라 대표가 생각하는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가장 큰 장점은 초점이 안 맞아 실패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델의 움직임이나 상황에 따라 AF(오토포커스) 포인트를 놓치는 경우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성공률은 80% 이상입니다. 또 TV 등 영상 장비를 만들며 쌓아 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양이, 강아지 등 동물에게도 자연스럽게 초점을 맞추는 AI 기반 기술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은 소니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비교적 부담없이 살 수 있는 APS-C 센서 탑재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부실해졌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오쿠라 대표는 소니 알파 카메라 진출 초기 국내 시장을 담당하기도 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2006년 소니가 미놀타의 자산을 인수하고 렌즈 교환식 카메라 시장에 처음 뛰어들던 당시 국내 컨슈머 프로덕트 부문을 담당했던 오쿠라 대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내놨다.

"단순히 우선순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라는 본체(바디) 뿐만 아니라 렌즈도 중요합니다. APS-C 미러리스 카메라라 해도 좋은 제품을 만들면 그에 맞는 렌즈를 새로 개발해야 합니다. 이를 한꺼번에 진행하기는 부담이 커서 현재는 풀프레임 제품에 집중하는 것 뿐입니다."

■ "올해 목표는 일등 '대세' 굳히기"

한일 양국 관계는 여러 정치적 요소로 인해 지난 해 하반기부터 급속히 냉각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일본산 제품 구매를 꺼리는 기류까지 흘렀다. 주요 거점을 일본에 둔 기업인 소니, 그 지사인 소니코리아의 일본인 대표로서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지난 해 한국에서 일본을 찾은 관광객이 700만 명이고 반대로 일본에서 온 관광객은 280만 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만약 양국 국민들이 정말로 불편한 일이나 안 좋은 일을 겪었다면 이런 인적 교류가 불가능하겠죠. 눈에 띄는 실적 악화도 없었습니다."

오쿠라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대세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 시장은 대세에 올라타기까지가 특히 어려운 시장입니다. 전체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에서 1위를 시작으로 오디오 부문에서는 완전 무선 이어폰과 노이즈 캔슬링 제품을 강조할 예정입니다."

그런 오쿠라 대표의 올해 개인적인 목표는 다름아닌 '다이어트'다. "한국은 일본보다 식사량이 1.5배 정도는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 특유의 '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무심코 먹다 보면 살이 찌더군요. 체중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관리에도 신경쓰려 합니다."

■ 오쿠라 키쿠오 대표, 한국어 신조어에도 능통한 지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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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교토 출생, 1992년 3월 오사카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졸업 후 같은 해 4월 소니에 입사하여 홍콩, 일본, 라틴아메리카 등에서 방송장비와 디지털 이미징 마케팅 등을 담당했다.

오쿠라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공부한 한국어를 통해 실무자와 한국어로 소통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알파 DSLT 태동기인 2007년부터 5년간 소니코리아에서 컨슈머 프로덕트 부문 본부장을 역임하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표를 거쳐 2017년 소니코리아 컨슈머 프로덕트 부문 사장, 2018년 4월 소니코리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능숙한 한국어를 살려 모든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한국어로 진행하며 통역 등 실무자들의 언어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는 평가다. 모르는 신조어나 줄임말은 그때그때 검색해 보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취미인 사진에도 조예가 깊어 사내·사외 행사 사진을 직접 찍는 것은 물론 출퇴근길 풍경을 담는 것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