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태계 조성, 삼성과 SK 어떻게 다른가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 SK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4/26 17:54    수정: 2019/04/26 17:55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반도체 사업의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반도체 생태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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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반도체 생태계 조성 계획은 정보통신기술(ICT) 통해 산업영역이 융·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향후 급격한 수요증가가 예상되는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

다만, 이를 실행하는 양사의 전략 방향은 다르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역량을 강화한다면, SK하이닉스는 기존과 차별화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의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차세대 메모리 생산거점)에 12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 메모리 위기론의 해법, 반도체 생태계 조성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조성 계획의 이면에 지난해 불거진 메모리 반도체 위기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시장의 초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달성했지만, 올해 1분기 들어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실적 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악화로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사진=ZDNet)

이들 기업 내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중국 정부의 ‘제조2025’ 정책에 따른 메모리 시장 경쟁심화 ▲글로벌 IDC 업체들의 투자 지연 등의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상저하고의 흐름 속에 상반기는 사업이 어렵고 하반기에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2017년과 2018년에 이어진 슈퍼사이클은 이제 끝났다고 봐야한다”며 “결국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메모리 반도체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갖춘 시스템 반도체 영역을 공략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 세계 1위 파운드리 노리는 삼성

삼성전자가 집중하는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는 앞으로 급격한 수요증가와 더불어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이는 시스템 반도체가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메모리)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데이터를 분석·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해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의 새로운 시장영역에서 적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호황 배경 및 시사점’에 따르면 이미 시스템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2017년 기준)이 메모리 반도체(1천240억 달러)를 넘어 전체의 약 70%(2천882억달러)를 점유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석상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에서 글로벌 시장의 19.1%를 점유해 시장 2위(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기준)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서 글로벌 시장의 11%의 점유율로 세계 4위(시장조사업 IBS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에서는 세계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보다 앞선 미세공정 기술력(EUV)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부터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노광기술을 활용한 7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시스템 반도체 양산에도 돌입할 예정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는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019년 1분기 기준 파운드리 점유율은 2위(19.1%)를 기록하며 1위(48.1%)와 격차가 벌어진 상태”라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분야의 집중 투자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 공장 건설이 완료되는 화성에서 EUV 라인을 통해 7nm 공정 제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GPU, 이미지 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 차세대 메모리로 진화하는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용인에 차세대 메모리 공장(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을 짓고, 향후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STT-M램, Re램 등)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2년부터 2028년까지 용인 원삼면 일대 부지에 약 135만평 규모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순차적으로 4개의 반도체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STT-M램(Spin Torque Transfer-Magnetic RAM·스핀주입 자화반전 메모리)과 Re램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다.

STT-M램은 D램보다 빠른 데이터 처리속도와 함께 낸드플래시처럼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을, Re램은 D램보다 데이터 처리속도는 느리지만 낸드플래시보다 더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용인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경기 용인 처인구 원삼면 일대의 모습. (사진=뉴스1)

이 같은 차세대 메모리는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보다 막대한 데이터를 저장·분석하기에 용이해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STT-M램과 Re램 등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준비해 기술 리더십과 제품 경쟁력을 공고히 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며 “특히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기술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급변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판을 주도하는 강자 입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나선 가운데 실적은 메모리 시장의 악화로 상반기까지 부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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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 14조8천260억원, 영업이익 4조1천8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8.62%, 영업이익은 63.74% 감소한 수치다. 2분기 실적도 매출 15조1천450억원, 영업이익 3조9천910억원으로 전년동기 매출은 31.13%, 영업이익은 65.63% 줄어들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실적으로 매출 6조7천772억원, 영업이익 1조3천665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69% 줄어들었다. 하이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2분기 실적으로 매출 6조3천140억원, 영업이익 5천490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39.12%, 영업이익은 90.15%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