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블랙홀 사진, 한국 연구진도 힘 보탰다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과학자 8명, 공동연구 참여

과학입력 :2019/04/11 11:19    수정: 2019/04/11 11:35

세계 최초로 초대질량 블랙홀의 증거와 모습이 공개됐다. EHT(사건지평선망원경, 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은 전 세계 협력에 기반한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사건지평선망원경으로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는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 등 8명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 EHT 연구진, 먼 은하 M87의 중심부 블랙홀 관측

EHT 연구진이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 (사진=EHT공동연구진)

10일(현지시간) 공개된 사진은 처녀자리 은하단 중앙에 위치한 거대은하 M87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을 보여준다. 이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천 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EHT 프로젝트 총괄 단장인 하버드 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센터의 쉐퍼드 도엘레만 박사는 “우리는 인류에게 블랙홀의 모습을 최초로 보여주고 있다”며,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의 협력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과학적인 성과”라고 의미 부여했다.

블랙홀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건지평선 바깥을 지나가는 빛도 휘어지게 만든다. 때문에 뒤편에 있는 밝은 천체나 블랙홀 주변에서 내뿜는 빛은 왜곡돼 블랙홀 주위를 휘감게 된다. 왜곡된 빛들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블랙홀을 비춰 블랙홀의 윤곽이 드러나게 하는데 이 윤곽을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한다.

연구진은 여러 번의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 즉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M87의 사건지평선이 약 4백 억km에 걸쳐 드리워진 블랙홀의 그림자보다 2.5배 가량 더 작다는 것을 밝혀냈다.

EHT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처음으로 검증된 역사적인 실험의 100주년이 되는 올해, 우주에서 가장 극단적인 천체들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과학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 전 세계에 있는 8개의 망원경을 통해 가상 망원경 구축

블랙홀 관측을 위해 EHT는 전 지구에 걸친 망원경 8개를 연결해 이전에 없던 높은 민감도와 분해능을 가진 지구 규모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었다. 이 가상 망원경을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라고 하는데, EHT의 공간분해능은 파리의 카페에서 뉴욕에 있는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분해능이다.

사진=EHT공동연구진

이번 관측은 2017년 4월 5일부터 14일까지 6개 대륙에서 8개 망원경을 활용해서 진행됐다. 같은 시각, 서로 다른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의 전파신호를 컴퓨터로 통합 분석해 이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블랙홀의 모습을 담았다..

EHT 연구진은 앞으로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NOEMA) 천문대, 그린란드 망원경(GLT) 그리고 킷픽(Kitt Peak) 망원경의 참여로 더욱 향상된 민감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EHT 프로젝트에는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 등 8명이 동아시아관측소(EAO) 산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과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의 협력 구성원으로서 참여했다. 한국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의 관측결과도 이번 연구에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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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이번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며, 그동안 가정했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며 “향후 EHT의 관측에 한국의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관측 결과는 10일 미국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특별판에 6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