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내년 초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서울리전 가동을 예고하며 한국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 3위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해외망을 거치지 않고 국내 고객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점을 살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업체들이 일찍이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든 점을 고려하면 다소 뒤늦은 행보다. 지난해부터 국내 공공·금융 클라우드 규제 완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국내외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 뿐만 아니라 IT 서비스 업계,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공급자(MSP) 등 다수 업체들이 올해 클라우드 사업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해 클라우드 관련 법인을 별도로 국내에 설립하는 등 국내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을 쌓아왔다. 우선 자리가 비어 있는 업계 3위 사업자로서의 안착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과 마찬가지로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업계 1, 2위는 서비스형 인프라(IaaS)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웹서비스(AWS), 서비스형 플랫폼(PaaS)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지하고 있다. 두 업체가 주류 사업자 위치를 확고히 한 가운데 3위 사업자 자리를 두고 KT, NBP, 오라클, IBM 등 여러 후발 주자들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인공지능(AI) 등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사업 역량을 보유한 구글이 본격적으로 국내 클라우드 시장 지원을 확대하게 되면 시장 구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핵심 포트폴리오 서울서 제공...8번째 아시아 리전
GCP 서울 리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여덟 번째로 세워진다. 해당 리전은 3개 영역으로 가동된다.
구글은 서울 리전에서 컴퓨트 엔진, 쿠버네티스 엔진, 클라우드 스토리지, 클라우드 빅테이블, 클라우드 스패너, 빅쿼리 등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의 핵심 제품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고객사로는 삼성, 넷마블, 티몬, LG CNS 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리전 설립 발표는 구글의 연례 클라우드 전략 컨퍼런스 '구글클라우드넥스트'에서 이뤄졌다. 글로벌 각지 구글 클라우드 파트너와 업계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개최되는 행사인 만큼, 업계는 구글이 리전 설립을 시작으로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 확장에 적극 나설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장 진출 6년만...데이터 처리 속도 지연 단점 극복할 듯
구글은 지난 2014년부터 국내 시장에서의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확장을 추구했다. 클라우드 사업도 그 일환으로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장혜덕 전 AWS 코리아 부사장을 기업용 클라우드 사업 담당자로 영입하는 등 전문 인력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구글코리아 법인의 한국클라우드컴퓨팅산업협회(KACI) 회원사 가입도 이 과정에서 이뤄졌다.
다만 지금까지는 아시아 리전들을 토대로 클라우드 사업을 제공해왔다. 그만큼 국내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사업자들에 비해서는 서비스 지연 측면에서 불리한 점이 있었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리전을 설립하면 해외 망을 거치지 않는 만큼,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내 클라우드 수요에 맞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리전에 들여와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 지원도 모색할 수 있다.
■늦은 출발 얼마나 만회할지가 관건
다만 리전을 설립한 것이 타 경쟁사에 비해 이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그 동안 구글이 클라우드 사업을 펼치는 데 있어 불리했던 부분을 일부 극복했을 뿐이라는 게 경쟁 업체들의 분석이다. 반면 구글의 강점인 AI,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등이 클라우드 사업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되면 빠른 성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GCP 리전 설립이 1년 뒤라 아직은 시간 여유가 있고,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이미 국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어 큰 시장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는 "구글은 AI 등 기술을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어 시장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타 글로벌 IT 업체에 비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글이 AI 관련 기술력에 강점이 있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긴 한다"면서도 "리전 가동까지 1년 가량 시간이 남아 있고, 구글이 강점을 갖고 있는 기술력에 대해서도 업체별 차이는 실상 크지 않다는 평가 또한 있다"고 말했다.
1위 사업자인 AWS의 경우 지난 2013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뒤 3년 후인 2016년 데이터센터를 처음으로 국내 설립했다. 국내 법인은 그보다 10년 전인 2006년 설립했다.
MS도 서울과 부산 두 곳에 리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그 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ISMS-P), 클라우드서비스 보안인증 등 고객사 유치에 유리한 클라우드 관련 인증들을 획득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지난해 조용히 별도 법인도 설립
지난 2018년 2월에는 구글이 클라우드 관련 별도 법인인 구글클라우드코리아를 설립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법인은 유한회사로, 대표는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 코리아 대표가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국내 클라우드 사업 시동을 뒤늦게 건 상황을 고려해 소수의 조직으로 운영이 가능한 유한회사 형태로 법인을 설립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유한회사는 외부 감사 의무 없이 소수직원으로 패쇄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며 "통상 신규 사업에 진출할 때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가 잘 되면 합병, 안되면 매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리 분리시켜놓은 것은 그 사업만 정리하기 위함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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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MSP인 베스핀글로벌의 경우 그 동안 구글클라우드코리아와 사업 논의를 진행해 왔다.
구글 측은 별도 법인 설립 배경에 대해 "국내 클라우드 비즈니스 지원을 위해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 법인이 설립된 것은 맞다"며 "관련해 추가로 설명할 것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