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국가핵심기술지정 해야하나...딜레마에 빠졌다

핵심 기술 보호해야하지만 장비 업계 수출 제한 문제 부각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4/10 17:35    수정: 2019/04/11 16:06

정부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와 모듈조립공정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논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해외 기술 유출을 막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지만, 해외 수출길이 막혀 국내 장비 산업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때문이다.

10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부터 OLED 장비와 모듈조립공정기술을 포함한 OLED 기술 전반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 최근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산업부가 준비 중인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국내 디스플레이·장비·부품·소재 기업들이 보유한 OLED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수출과정에 검증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현재 OLED 관련 기술 전반에 대한 국가핵심기술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은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방향이 될 수 있도록 고심하고 있다”며 “가이드마련이 완성되는 시점은 불투명하지만,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 (사진=삼성D)

국가핵심기술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산업부가 지정한다. 이는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 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산업기술을 의미한다.

현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8세대 이상 박막트랜지스터 기반 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TFT-LCD)의 설계·공정·제조(모듈조립공정기술은 제외)·구동기술과 OLED 디스플레이 설계·공정·제조(모듈조립공정기술은 제외) 기술이 포함돼 있다. 국가핵심기술에 지정되면 해외 수출에 있어 산업부 장관의 수출승인을 받아야한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은 이 같은 국가핵심기술지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국내 OLED 시장은 최근 업황 둔화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장비 업체들이 사업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OLED 장비는 일본 기업들이 고가의 제품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적극 공략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미래 성장 동력을 상실하는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국내 신규 투자에 대해 보수적인 계획을 갖고 있어 당분간 수익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수의 국내 장비 업체들은 중국 매출 비중이 높아 국가핵심기술지정 문제가 수출악화로 연결되면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장비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액정표시장치디스플레이(LCD)에 이어 OLED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 됐다”며 “다수의 OLED 장비 업체들이 중국 진출을 위해 나서고 있어 일부 기업들은 조인트벤처 설립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OLED 장비에 대한 수출을 모두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OLED 전반의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출에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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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장비 기업이 국가핵심기술지정 후에는 해외 수출을 위해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수출 승인을 받아야하지만, 기존에 수출했던 품목은 심사항목에서 제외하는 등 보완책을 만들어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O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국가핵심기술지정 논의는 해외 수출을 막자는 게 아니라 핵심 기술유출을 막자는 게 기본적인 출발점”이라며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장비 업체들이 우려하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가 차원의 기술보호를 위해 핵심기술지정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기술에 대한 검증을 받는다는 것 뿐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OLED에 대한 국가핵심기술지정 논의는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인 톱텍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3D 라미네이션 장비를 무단으로 중국 경쟁사에 수출하면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