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기술육성 투자, 결과 안따져...실패 당연"

올 상반기 44개 과제에 617억 투자…누적 6667억 지원

디지털경제입력 :2019/04/10 15:07    수정: 2019/04/10 16:33

“정부 지원 과제는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과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결과를 보지 않는다. 세계 최초의 독창적이고 모험적인 연구를 추구하기 때문에 실패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연구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이 창출되길 바란다.”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10일 서울시 중구 소재 태평로빌딩에서 ‘2019년 상반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연구과제’를 발표하며 이 같이 말했다.

삼성그룹은 2013년 8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를 설립 후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추진하며 517개 연구과제에 총 6천667억원을 지원해왔다. 올 상반기에는 기초과학 16개, 소재기술 11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17개 등 44개 연구과제를 선정해 연구비 총 617억원을 지원한다.

10일 열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기자간담회에서 음두찬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장(상무),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심사위원장 연세대학교 김은경 교수(왼쪽부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삼성그룹이 출연했지만 독립적인 공익재단으로 기업이 투자하기 어려운 기초과학 등 원천기술 분야를 지원한다. 삼성전자 내 설립된 미래기술육성센터 역시 소재기술, ICT 분야에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연구 과제를 지원하지만 연구자와 협력하며 삼성그룹의 연구 산실 역할도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은 “대기업이 출자한 만큼 이해관계를 우려할 수 있겠지만 삼성그룹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별개다. 공익재단법에 따르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지원한 연구 과제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미래기술육성센터가 지원하는 과제들은 삼성그룹과 연관될 수 있고 연구자들의 창업 지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래기술육성센터는 연구 개발한 기술이 산업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연구진들의 요청에 따라 삼성 관련 연구부서와 연구개발(R&D) 교류회를 진행한다. 또한 미래기술육성센터가 지원한 연구 개발에서 나온 지적재산권에 대해선 삼성그룹이 우선매수협상권을 가질 수 있다. 현재까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미래기술육성센터의 도움으로 국내 출원된 특허 건수는 500여건에 이른다. 해외 출원 건수도 130여건에 달한다. 이중 삼성그룹이 인수한 특허 건수는 1건이다.

삼성그룹이 현재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나 기술에 연구 과제 결과물이 적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 지원이 완료된 과제 중 삼성 계열사가 시너지를 기대해 함께 후속 연구 개발에 들어가거나 특허를 공동 출원하는 움직임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기술 개발 후 실제 시장에 적용되려면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호흡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미래기술육성센터는 3, 4년 정도 지나야 삼성그룹 차원에서 크게 키울 수 있는 협력 연구 과제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원 대상에 선정된 교수들은 본인 연구가 사회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산업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많다”며 “이런 연구자들은 미래기술육성센터가 R&D 교류회를 통해 삼성 관련 부서 연구원과 논의를 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류회에서 피드백이 나오면서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기술 개발 작업이 진행되기도 한다”며 “아직 연구 결과물들이 얼마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연구 과제와 업계 간) 협력 여부 등을 파악하는 작업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음두찬 미래기술육성센터장이 10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미래기술육성센터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과제는 연구 내용 요약과 기대 효과가 각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삼성그룹 외 다른 기업이나 연구소도 지원 대상에 오른 연구 과제에 관심을 갖고 협력 등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놨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오는 2023년까지 진행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사업 진행기간이 연장될 전망이다. 연구자들이 실패 부담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연구하도록 돕는 시스템이 있어야 국내 학계, 산업계가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퍼스트무버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김 이사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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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두찬 미래기술육성센터장은 “당초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10년간 1조5천억원 규모를 연구 과제에 지원하도록 계획됐다. 앞으로 8천억원 정도가 더 투입해야 하는데 (오는 2023년 내) 다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진행 기간을 더 연장할지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 연장 여부나 연장 기간 등에 대해선 나중에 다시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자기들 울타리 내에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왔다”며 “그동안 한국은 패스트팔로우로서 연구 환경을 관리하는 데 집중해왔지만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선 민간화된 연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이런 필요성을 고려해 만든 공익재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