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오픈소스(공개SW)로 창업을 하면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한다.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 이런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신정규 래블업 대표)
"15년만에 처음으로 나이파(NIPA,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하고 공개SW 발전과 활성화를 놓고 토론한다. 그만큼 공개SW 중요성이 커졌다. 요즘 학생들은 개발때 대부분 공개SW를 활용한다. 공개SW와 상용SW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김종배 숭실대 교수)
"미국은 공개SW를 기반으로 해 창업한 회사가 많다. 이들이 시리즈 A, B 같은 투자를 받는다. 합병하기도 한다. 국내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난다. 공개SW가 활성화 되려면 먼저 공개SW 기업이 살아야 한다. 국내는 공개SW와 관련한 전문기업이 많지 않다. 유지보수 환경도 상용SW처럼 열악하다."(정병주 한국공개SW협회장 겸 큐브리드 대표)
"공개SW에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이전에는 리눅스 커널이 윈도 커널에 비해 업데이트가 빨랐다. 지금은 아니다. 윈도 커널이 더 빠르다.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하면 파일을 생각하는것도 잘못된 거다. 오픈소스는 SW 제품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공용준 카카오 상무)
"협회에 있다보니 개발자들을 구해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는다. 현재는 개발자들이 계속 경력을 높일 환경이 안된다. 갈만한 공개SW 기업이 없다. 가더라도 오래 못 버틴다. 개발자들이 계속 올라갈 구조가 형성이 안됐다. 생태계가 무너졌다."(김순중 한국IT비즈니스진흥협회 부회장)
공개SW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세상을 삼키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대부분 공개SW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개SW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해외 조사 기관에 따르면 세계 상용SW 중 96%가 공개SW를 활용해 제품및 서비스를 개발했다. 우리나라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조사에 따르면 95% 기업이 SW 제품 및 서비스 개발시 공개SW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공개SW 환경은 열악하다. 국내기업 93%는 내부 자원에만 의존하는 폐쇄형 개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공개SW 인력도 약 1만5000명으로 세계(2800만명)의 0.05%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고급 개발자도 태부족하다. 커뮤니티 지원도 미약해 국내 SW기업의 90% 이상이 공개SW 커뮤니티를 후원 및 지원하지 않고 있다.
NIPA가 김창용 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9일 판교 소재 글로벌R&D센터에서 '제 2차 ICT CEO 포럼'을 개최한 이유다.
공개SW 활성화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NIPA에서 김 원장과 송주영 SW산업본부장, 한복미 공개SW팀장 등이 참석했고 김종배 숭실대 교수와 정병주 한국공개SW협회장 겸 큐브리드 대표, 공용준 카카오 상무, 신정규 래블업 대표, 김순중 한국IT비즈니스진흥협회 부회장, 박상근 한국레드햇 이사, 김항진 아이콘루프 이사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패널들은 하나같이 "공개SW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면서 "공개SW로 돈을 버는 전문기업이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사는 NIPA 한복미 팀장이 국내 공개SW 현황과 문제점을 발표하고 이를 기반으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국내 공개SW 전문 기업 76곳...2018년 시장 규모는 2337억
KRG 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개SW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2337억 원으로 전년보다 19% 성장했다. 이런 추세로 가면 2022년에는 3천억 대를 돌파(3324억 원)하고 2022년에는 4천억대(4687억 원)로 진입한다.
매년 15% 이상의 두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공개SW를 4차산업에 활용하는 측면에서 보면 규모가 훨씬 커진다.
KGR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4차산업에 활용되는 공개 SW 시장 규모가 2018년 7조3733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 규모는 올해 18조 원으로 껑충 뛸 전망이다.
공개SW 국내 기술 수준은 질과 양 모두 높은 편이 아니다. 우선 기술 지원 가능 분야가 OS, DB, WAS 등 특정 분야에 편중돼 있다.
시장이 요구하는 다양한 공개SW 기술 공급 능력이 부족하다. NIPA는 공개SW 전문기업을 76개로 추산했다. 국내 전체 SW기업(2만101개)의 0.38% 수준이다. AI, IoT,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관련 신SW 분야의 공개SW 기술 기업 활성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또 국내 기업 93%는 내부 자원에만 의존하는 폐쇄형 개발을 고수하고 있다. 시장 친화적이거나 지속 가능 서비스 실패와 해외 공개SW 의존형 개발 환경이라는 것이 NIPA 판단이다.
실제로 해외는 65%기업이 외부 자원을 활용해 SW를 개발하지만 국내는 이 비중이 7% 밖에 안된다는 것이 2017년 블랙덕(Blackduck) 조사 결과다.
공개SW 인력도 많이 부족하다. 국내 공개SW 인력은 약 1만5000명으로 세계(2800만명)의 0.05% 수준이다. 반면 활용률은 96%로 높은 편이다.
한복미 NIPA 팀장은 "국내 기업이나 개발자가 주도하는 글로벌 프로젝트가 제플린 등 10개 내외로 글로벌 기업이 부족하다"면서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공개SW 기반의 신SW 활용을 위한 전문인력 과 인식도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패널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나
이날 패널들은 국내 공개SW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제안을 했다.
머신러닝 분산처리 솔루션 기업인 래블업의 신정규 대표는 우리나라는 기술 창업이 성공하는 토양이 부족하다면서 "오픈소스를 그냥 가져다 쓰는 분위기가 강하다. 오픈소스로 창업을 하거나 비즈니스를 하려면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정병주 한국공개SW협회장 겸 큐브리드 대표는 AI, 빅데이터 등 신SW를 관통하는게 공개SW라면서 "인위적으로 인력을 키우기 쉽지 않으니 먼저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현장에서는 100원짜리를 20원, 30원밖에 받지 못한다면서 "이런 환경이 공개SW 기반 창업을 어렵게 한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가 집중해야 할 분야가 인프라인지 응용인지에 대해서는 일부 패널간 의견이 갈렸다. 정병주 회장은 "플랫폼을 놓치면 안된다.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애플리케이션만 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원천기술 개발자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상근 한국레드햇 이사는 "우리가 너무 인프라 중심의 SW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오픈소스, 클라우드 가상화, 이런 영역은 시장이 커보여 관심을 많이 갖는데 이게 함정일 수 있다. 이미 레드오션이 되가거나 국내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분야다면서 인프라보다 응용이나 서비스 쪽에 더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용준 카카오 상무는 리눅스를 개발한 토발즈가 관리(메인터넌스)를 안하겠다며 장기 휴가를 간 사실과 몽고DB가 라이선스를 개정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것 등을 들며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 상무는 "예전에는 코드를 만드는 사람을 자애로운 독재자라는 말을 썼다. 커널에는 테스트 코드가 없다. 모든게 한 사람에 맞춰져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이 하기에는 너무 버거워졌다"며 테스트를 통해 일반 개발자들을 커널에 끌어들이는 움직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배 숭실대 교수는 글로벌 기업의 예를 들며 공개SW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누가 대가 없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겠는냐"면서 "레드햇도 아파치도 커뮤니티 활동에 보상을 하고 이런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리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발자들에게 자발적 참여를 너무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개SW와 상용SW 간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면서 공개SW 산업 활성화와 인력 양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펀드 설립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공개SW도 처음부터 연구개발(R&D) 계획을 세워 활성화나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순중 한국IT비즈니스진흥협회 부회장은 공개SW 생태계 무너졌다면서 "교육 활성화와 전문 기업 육성 등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용 NIPA 원장은 인사 및 마무리 발언에서 "벛꽃이 많이 피었다. 공개SW도 만개 하도록 좋은 의견을 주면 정책에 반영하겠다"면서 "인공지능 등에 공개SW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오늘 나온 의견이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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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나는 오픈소스에 오염된 지 오래됐다"며 오픈소스에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송주영 NIPA 본부장은 "오픈소스로 가고 싶다는 문의를 많이 받는다"면서 "인력 등 현장에 밀착된 지원을 하기 위해 이번 포럼을 열게 됐다"며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