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마케팅·과장광고 없이도 쑥쑥 큰 해피문데이 이야기

[안희정의 사심가득 인터뷰] 김도진 대표 "제품 개선에 집중"

인터넷입력 :2019/04/07 12:34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에 대한 불안감을 마케팅으로 쓰고 있는 생리대 회사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의 행복한 월경을 위해 연구·개발과 콘텐츠 발굴에 힘쓰는 스타트업이 있다. 창업 3년차 된 해피문데이다.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도 해피문데이는 고집이 있다.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사용해야 하는 생리대인 만큼, 공포심을 조성하며 마케팅을 하지 않겠다는 고집이다. 당장 매출이 J커브로 성장하는 것보다는 차근차근 성장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난해 2월 김도진 대표 인터뷰가 나간 후 1년 만에 다시 만나 그동안 회사의 성장과 변화에 대해 들었다. 김도진 대표는 그동안 제품 개선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많이 받게 된 피드백을 제품에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생리대 포장지에 붙어 있는 스티커나 접착지 재료를 바꾸면서 포장지에 대한 이슈를 개선했어요. 날씨에 따라 생리대 부피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는데 제품을 안정화 시켰어요. 여러 시행착오들을 겪으면서 제품 개선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해피문데이에 가입한 회원 수는 2만명이 넘어섰다. 생리대를 정기배송으로 받는 회원 수도 1만명이 됐다. 지난해 정기구독자가 2천명 이었는데, 5배가 늘은 것이다. 정기배송으로만 받아볼 수 있었던 제품도 일반 드럭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생리대를 판매하는 회사가 많이 생겨났어요. 이 분야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생겼나 봐요. 안정성 측면을 신경 써야 하는데…자극적인 광고도 많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김 대표에 따르면 '생리대'라는 포털 검색 키워드 광고비가 크게 올랐다. 마케팅 비용을 어느정도 써야할 지 감도 안잡히는 상태에서, 대기업처럼 돈을 많이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결국 마케팅에 쓸 비용을 콘텐츠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콘텐츠가 쌓이다 보면 알아주는 소비자도 많을 것이고, 만족도도 올라갈 것이라고 김 대표는 판단했다.

라돈 생리대 논란 때도 해피문데이 생리대가 안전하다는 광고를 하지 않았다. 방사능검사를 추가로 했고, 가입자들에겐 안심하고 쓰라고 공지 정도만 했다. 공포조장 등으로 마케팅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과장광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피문데이는 지난해 월경언니라는 블로그를 만들며 여성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했다. 서울대병원 응급실 출신 간호사를 채용했고, 월경에 대한 글과 영상을 만드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우리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더니 성과가 나왔어요. 유튜브에서 '좋은 생리대를 찾는 당신에게'라는 콘텐츠가 입소문을 잘 탔어요. 우리의 원칙을 공유했더니 많은 분들이 진정성 있게 봐줬어요. 스타트업은 성장이 최우선되는 문화이지만, 차근차근 밟아나가자고 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다른 회사를 비방하지 말고, 중심을 잘 지키면서 우리 상품을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지키고자 하는 것, 우리 회사가 만들고 있는 것을 콘텐츠화 해 내외부적으로 쌓아나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해피문데이 유튜브 영상 화면 캡쳐

김 대표는 해피문데이를 월경 경험이 나아지게 만드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 여정에서 필요한 제품이 생리대이기 때문에 생리대를 가장 먼저 출시했다. 올해 안에는 해피문데이가 만든 탐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삽입형 생리대에 대한 인식이 국내에서도 높아지고 있어요. 지금은 생리대 시장에서 탐폰이 차지하는 비율이 6~7% 정도지만, 앞으론 1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떤 생리용품이라도 소비자 만족도를 100% 로 이끌 순 없겠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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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월경케어 서비스를 위해 앱 개발을 하는 중이다. 여름 정도에 베타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월경 경험이 나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기능과 콘텐츠를 넣을 예정이다.

"월경을 케어하려고 보면 생리 주기도 중요하고 제품도 중요한데 그런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할 겁니다. 생리대는 한 번 쓰고 말 제품도 아니고, 유행이라고 할 수 없는 제품이 아니에요. 많은 생리대 회사가 사라지겠지만, 해피문데이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