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바디에 웃고, 렌즈에 울다’...캐논 EOS RP

캐논 EOS RP는 지난해 캐논이 출시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인 EOS R의 보급형 모델이다.

캐논 EOS RP. 2천620만 화소 센서를 탑재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EOS R과 동일한 35mm(35.9×24.0mm) CMOS 센서를 장착했지만 유효화소수는 2천620만 화소로 줄어들었으며 일부 버튼이나 다이얼에도 차이가 있다.AF(오토포커스)는 듀얼픽셀 CMOS AF이며 AF 프레임은 십자키 선택시 최대 4천779개, AF 영역은 최대 143개 선택 가능하다. 4K 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지름 54mm, 센서와 렌즈간 거리인 플랜지백은 20mm인 RF 마운트 기반이다. 무게는 배터리·메모리카드 포함 485g이며 가격은 바디(본체) 기준 164만 9천원.

■ 원가 절감을 위한 다양한 시도

EOS RP는 풀프레임 DSLR 카메라 이상으로 작고 가벼운 본체를 내세웠다. 실제로 메모리 카드와 배터리를 넣고 손에 들어보면 확실한 차이가 있다. 부피를 전체적으로 줄이면서 갈 곳 잃은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위한 그립이 함께 등장했지만 굳이 이를 동원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가벼운 무게와 내려간 가격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EOS R에 내장됐던 여러 기능이 삭제되거나 축소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노출된 센서를 가려주는 보호막이다. 먼지가 날리는 야외에서 렌즈를 바꾸다 보면 절로 아쉬움이 느껴진다.

카메라 이용 패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본체 뒤에 있는 터치식 멀티펑션바가 삭제된 것은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불편한 것은 화소가 절반 수준인 104만 화소급으로 줄어든 LCD 모니터다. 의도한 곳에 초점이 제대로 맞았는지 확대·축소하는 빈도가 EOS R보다 더 늘어났다.

기본 배터리인 LP-E17은 한 번 충전에 최대 200여 장까지 촬영 가능하다. 연사나 동영상 촬영 등 배터리 소모가 잦은 촬영, 혹은 장시간 이어지는 촬영시에는 추가 배터리나 배터리 그립을 챙기는 것이 이롭다. USB-C 방식 보조배터리를 연결해도 되지만 충전 속도가 지극히 더디다.

■ 보급형 카메라지만 ‘풀프레임은 풀프레임’

원가 절감이나 기능 삭제가 EOS RP의 본질인 사진 성능까지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화소 수에 제약은 있지만 이 카메라 역시 풀프레임 카메라다. 공간감과 저조도의 선명함, 접사의 디테일도 온전히 갖추고 있다.

듀얼 픽셀 CMOS 센서 기반으로 작동하는 AF 성능은 EOS R과 동일한 수준으로 작동한다. 존 AF나 스팟 AF 등 일정한 영역을 지정해 찍는 경우 의도한 곳에 빠르고 정확하게 초점이 맞는다. 인물 사진 촬영에서 중요성이 부각되는 아이 AF(눈동자 AF)도 잘 작동한다.

다만 지나치게 어두운 곳, 혹은 역광이나 복합광이 비치는 곳에서 '얼굴+트래킹' 모드에서 간혹 오작동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포스터의 인물과 글자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데 카메라는 엉뚱한 여백을 노리는 오조준이 발생하는 식이다.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

2천620만 화소로 얻을 수 있는 정보량도 의외로 충실하다. 다만 벚꽃 수백 송이가 피어 있는 풍경을 바짝 조인 조리개로 담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담아 내야 할 물체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화소 탓에 센서와 영상처리엔진이 아우성친다. 그러나 이 카메라의 포지션을 생각하면 결과물은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 바디에서 웃고 렌즈에서 울다

EOS RP는 바디에서 웃었다 렌즈에서 울고 갈 카메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EOS R 시스템 전용으로 설계된 RF 렌즈만 보면 그렇다.

RF 35mm F1.8 매크로 렌즈, F22 촬영 예. (사진=지디넷코리아)

RF 35mm F1.8 매크로 렌즈는 빨간 띠를 두르지 않아도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조리개를 극단적으로 조여도 디테일을 잘 살린다. 그러나 이 렌즈 하나만 가지고 원하는 풍경을 모두 담는 것은 무리다. 실내 촬영이나 근접 촬영 등 엄연히 용도가 있는 렌즈다.

반대로 RF 24-105mm F4L IS USM 렌즈는 근거리 스냅부터 망원까지 거의 모든 화각에서 활약한다. 그러나 고정 조리개값은 어두운 실내에서 갑갑함을 느끼게 한다. F1.x대의 조리개를 확보한 스마트폰보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결과물을 얻게 된다.

RF 24-105mm F4L IS USM 렌즈 촬영 예. (사진=지디넷코리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RF 28-70mm F2L USM 렌즈도 있지만 정가는 370만원이다. EOS RP 본체 두 대를 마련하고도 남을 가격이다. 24-70mm 초점거리에 F2.8-F5.6 등 가변 조리개를 적용한 RF 렌즈가 되도록 빨리 등장해야 한다.

■ 실용성 갖춘 카메라 본체, 싸거나 비싼 렌즈는 아쉬움

소니 A7 R과 니콘 Z7, 여기에 파나소닉 루믹스 S1R 등 4천만 화소급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가 넘쳐나다 보니 2천400만 화소 전후의 카메라들이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디테일을 어디까지 추구할 것이냐는 문제다.EOS RP를 비롯해 대부분의 DSLR 카메라로 찍을 수 있는 2천400만 화소 사진이라 해도 포스터와 비슷한 A3(30.5×42cm) 크기 인화지에 출력해 자랑하기 좋은 수준이다. 멀리서 바라볼 용도라면 더 큰 크기 인쇄도 가능하다.

기존 캐논 DSLR 카메라와 비교하자면 EOS R은 EOS 5D 마크Ⅳ, EOS RP는 EOS 6D 마크Ⅱ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 EOS RP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비싼 풀프레임 DSLR 카메라와 같은 화각과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다만 이런 장점은 아주 싼 렌즈, 혹은 비싼 L렌즈만 남아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살리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