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의 쿼바디스] 대통령이 참석하는 SW행사를 보고 싶다

데스크 칼럼입력 :2019/03/26 10:27    수정: 2019/03/26 10:46

"공수표가 될지라도 부럽네요."

엊그제 만난 한 SW기업 경영자가 푸념하듯 한 말이다. 이어 그는 공공기관이 SW를 개발해 보급하는게 여전하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글로벌 SW기업이 나오겠냐"고 하소연했다.

그가 부럽다고 한 건 지난 22일 대구에서 열린 '로봇산업 육성 전략 보고대회'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행사에 힘을 실어줬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급'이 다르다. 행사를 준비하는 공무원들의 열성도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이날 문 대통령은 로봇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2023년까지 로봇산업 글로벌 4대 강국을 이루고 세계적 로봇 기업 20개도 만들겠다고 다짐 했다.

사실 대통령의 이번 '로봇 청사진'은 실현 가능성만 보면 크지 않다. 우리가 글로벌 로봇 강국을 외친게 한 두번이 아니다. 이미 10년전에도 '로봇 3대 강국'을 내세웠다. 여전히 우리는 로봇 강국이 아니다. 서비스로봇과 산업 로봇 모두 원천기술이 취약하다. 단지 산업로봇 분야에서 주요 소비국일 뿐이다.

'공수표' 여부를 떠나, 빈말이 될지라도, 대통령이 참석해 '로봇 강국' 운운한 건 부럽다. 그만큼 정책에 힘이 실릴 걸 알기 때문이다.

SW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4차산업혁명 핵심이다. 지난 30년을 반도체 등 하드웨어로 먹고 살았다면 앞으로 30년은 SW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더구나, SW강국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초 내건 100대 국정과제에도 당당히 들어가 있다.

우리는 SW강국이 될 수 있을까. 어제 한 SW행사에서 이를 가늠할 수 있는 발언들이 나왔다. 대부분 비관일색이었다. 한 참석자는 영업이익이 1% 안팎에 머무는 기업 현실을 빗대 "기업이 존립이 안되는데 무슨 4차산업혁명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참석자는 공공기관의 저가 발주를 겨냥해 "30만원을 주면서 80만 원어치 일을 하라고 한다"며 열악한 SW기업 환경을 지적했다.

한 SI업체 경영인은 "희망이 없다. 악의 축 대접을 받고 있다"면서 "아에 SI를 없애달라"는 극한 말까지 쏟아냈다.

우리는 SW강국으로 가고 있는 걸까. SW에 애착이 컸던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2년 10개월 만인 2005년 12월에 대통령 참석 SW 행사를 열며 "IT코드를 SW코드로 바꾸겠다"며 SW강국 코리아로 가자고 역설, SW인들의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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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를 연다고 해서 고질적인 SW기업 환경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단초는 마련할 수 있다. SW가 모든 걸 삼키는 SW 시대다.

하루빨리 대통령이 참석하는 SW행사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