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사고로 피해를 당한 소비자에게 약관 외 추가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향후 통신사고가 재발할 경우, 보상안 마련에 기준이 되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위원장과 상생보상협의체는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아현지사 화재 피해 소상공인 대상 보상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서비스 장애로 영업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서비스 장애 기간에 따라 ▲1~2일 40만원 ▲3~4일 80만원 ▲5~6일 100만원 ▲7일 이상 120만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보상인의 핵심은 통신 사업자가 소상공인의 피해를 인정, 약관의 기준을 넘는 보상금 지급을 확정했다는 점이다.
이동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약관은 ‘고객의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할 경우, 시간당 월정액(기본료)과 부가사용료의 6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가입자와 협의를 거쳐 손해배상을 제공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통신 사고에 따른 피해자 보상은 해당 약관을 준용해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시간당 요금의 6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통신료에서 감면해주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2014년 SK텔레콤에서 통신 불통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그대로 적용됐다. 피해자 보상은 장애 발생 시간에 따른 요금 감면이 전부였다. 당시 피해자는 최소 600원에서 최대 7천원 상당의 통신요금 감면을 받았다. 물론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 보상안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2014년 SK텔레콤의 통신 불통 사태 당시, 사장이 직접 나서 소상공인의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지만 실제로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피해 소상공인과 함께 진행한 소송에서도 법원은 2차적 피해가 특별한 손해이고, 손해배상이 통신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괴상한 논리를 들어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안진걸 소장은 “이번 보상안은 과거 사례와 달리 통신사업자가 전향적인 자세로 소상공인 피해 보상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 사업자-피해자 간 ‘협의’도 이례적…통신 시설 관리에 경종
기존과 같이 통신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보상기준을 정해 ‘통보’하는 방식이 아닌, 피해 당사자들과 ‘협의’해 보상안을 확정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날 보상안 확정 발표 이후 논평을 통해 “다른 이동통신사들이 1-2일 치의 요금감면을 일방적으로 통보해온 전례와 비교해보면 이번 KT의 상생 의지는 높이 살만하다”며 “피해 소비자·중소 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전례 없는 결단을 내린 KT의 결단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평가했다.
이번 보상안은 단순히 피해 소상공인에게 추가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것을 넘어, 통신 시설 관리 중요성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기존에 비해 보상금 지급 규모가 확대되면서 통신사업자들이 자연스레 통신 시설 관리에 힘을 싣게 될 것이란 뜻이다.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기존 통신장애에 따른 피해 보상은 상인들이 직접 겪은 피해와는 상관없이 면피성 위로금이 전부였지만, 이번에는 입증 가능한 추정 피해액을 기준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보상하게 됐다는 점에서 유례없는 선례”라며 “다가오는 5G 시대 국가재난에 준하는 사고로 심각해질 수 있는 통신 재난이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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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향후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승용 KT 통신사업협력실장은 “사례가 없던 보상안을 만들다 보니 협의에 진통이 있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면서, KT가 사회적인 책임을 일부나마 이행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단순한 보상지원금 지급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