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전기차, 판매량 늘어나도 '규제장벽' 여전

전용도로 통행 규제 완화, 1년 이상 걸릴 듯

카테크입력 :2019/02/21 14:05    수정: 2019/02/21 16:46

최근 들어 초소형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지만 관련업체들은 마음껏 웃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초소형 전기차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 트위지는 국내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모델로 손꼽힌다. 트위지의 지난해 연간 누적 판매량은 1천498대로 전년 누계 대비 116.8% 증가했다.

국내 강소기업 쎄미시스코가 판매하는 초소형 전기차 D2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4월 기준 200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10월에는 조달청과 1천대 공급계약을 진행하는 등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올해도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정식 출시 예정인 캠시스 쎄보-C는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사전예약 판매 1천대가 넘는 등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체들은 판매 호조에도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초소형 전기차 안전성 기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관련 주행 규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초소형 전기차 오너들의 불편함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쎄미시스코 초소형 전기차 D2 (사진=지디넷코리아)

■국회서 규제 어려움 토로한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박영태 캠시스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대한민국 e-모빌리티 정책토론회’에서 규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중에서 특히 초소형 전기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불가 규제는 아직도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6조에 따르면, 초소형자동차 또는 초소형 전기차는 최고 시속 80km/h까지 주행할 수 있다. 이는 서울 시내 올림픽도로와 강변북로 제한속도(일부 구간 제외)와 같다. 하지만 이 도로교통법은 초소형 전기차의 자동차전용도로 운행을 금지시키고 있다.

박영태 캠시스 대표는 해당 법안에 대해 “자동차 관리법만 보면,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초소형 전기차 운행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도심형 자동차로 서울 시내 주요 한강 다리 대부분이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돼 초소형 전기차 산업 활성화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올림픽대로 진입 램프 부근에 설치된 도로 이정표. 초소형 전기차 진입 금지를 뜻하지만, 이 이정표는 외국인들의 큰 오해를 사고 있다는 지적이 빈번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경찰청은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의 입장을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초소형 전기차의 자동차 전용도로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초소형 전기차의 경우, 별도로 충돌시험을 하지 않은 채 판매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때문에 자동차전용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차량의 안전성 검증이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국토교통부가 초소형 전기차 충돌시험과 안전기준을 발표하면, 규제 완화를 위한 검토에 돌입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가 완화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책토론회 발표를 맡았던 노기한 자동차부품연구원 e-모빌리티연구센터장은 “국토교통부가 2020년 초소형 충돌 안전기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캠시스 양산형 초소형 전기차 쎄보-C (사진=지디넷코리아)
초소형 전기차 르노 트위지 (사진=르노삼성차)

■승용차가 아닌 삼륜형 전기차, 헬멧 미착용시 단속

초소형 전기차 업계는 또 삼륜형 전기차의 안전모 착용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삼륜형 전기차는 겉보기에 일반 이륜차와 비슷하지만, 차량 천장, 도어, 윈드쉴드 등으로 구석된 차실이 있다.

그러나 삼륜형 전기차는 도로교통법 제50조에 따라 승용이 아닌 이륜자동차로 분류됐다. 이륜자동차의 운전자는 반드시 안전 헬멧과 같은 인명보고 장구를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박영태 대표는 “차실이 있는 전기삼륜자동차의 경우 안전모를 착용하면, 승하차때 불편하고, 실내 온도로 인해 습기가 찰 수 있어 운행 시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쎄미시스코 역삼륜 전기차 '스마트 EV R3'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에 대해 경찰청은 아직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이같은 규제를 해결하기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명보호 장구를 대신할 수 있는 안전 기준 마련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관들이 삼륜전기차 운전자가 헬멧 착용하지 않는 경우 단속을 강제로 진행할 권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규제에 대해 삼륜 전기차 또는 이륜 전기차용 안전벨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이 기준을 언제 마련한다는 계획은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에도 희망은 있다”

이같은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초소형 전기차 업계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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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태 캠시스 대표는 “자체적으로 쎄보-C 측면 충돌 테스트를 진행해봤는데 만족할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며 “보통 초소형 전기차는 측면 충돌 시 전복 될 우려가 있는데, 쎄보-C는 충돌 시 전복되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자신했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는 정부가 최근 진행중인 규제샌드박스에 초소형 저닉차 자동차전용도로 출입 통제가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협회 측은 서울시와 협의해 일부 자동차전용도로에 초소형 전기차 통행이 가능하도록 조율할 방침이다.

서울 동작구의 한 일반도로에서 주행중인 르노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사진=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