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이용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폴더블(Foldable·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이번 주 공개되면서, 침체한 스마트폰 시장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이달 폴더블 폰 공개를 예고한 업체는 크게 삼성전자·화웨이·샤오미 등이다. 이에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 패널 경쟁 역시 한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로 펼쳐질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화웨이, 샤오미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오는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19'를 전후로 폴더블폰을 공개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폴더블 폰이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 과연 어떤 업체의 제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라며 "폴더블 폰은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직사각형 형태의 폼팩터(Form-factor·제품의 구조와 형태)를 벗어나는 것이라 관심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폴더블 폰 출시 경쟁에서 애플이 빠진 상황이라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그를 바짝 추격하는 화웨이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며 "각 사에 폴더블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BOE의 경쟁, 더 나아가 한국과 중국의 대결이라고 봐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삼성 '갤럭시 폴드'…7.3인치 인폴딩 디스플레이·외부 패널
삼성전자는 5일 앞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신제품 공개행사(언팩)를 개최하고 폴더블 스마트폰(갤럭시 폴드·가칭)을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 시각으로는 21일 오전 4시께가 될 전망이다.
갤럭시 폴드는 화면이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In-folding) 방식을 채택했다. 스마트폰을 접었을 때 디스플레이 크기는 4.58인치, 펼쳤을 때는 7.3인치 크기다. 화면을 펼치면 태블릿처럼 사용 가능하고, 접으면 외부에 부착된 디스플레이로 전화 수신과 메시지 발신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다. 펼쳤을 때 화면이 커 '멀티 태스킹(다중 작업)'에 유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핵심 부품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Infinity Flex Display)'다. 이 패널은 2밀리미터(mm)에서 3mm 사이의 곡률(曲率·굽힐 수 있는 정도)을 구현, 약 20만 번을 접었다 펼 수 있다. 20만 번은 하루 100번을 접었다 펼쳤을 경우 약 6년(21만9천 번) 가까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는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어 폼팩터 혁신이 가능한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일종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94.2%(작년 3분기 기준, IHS마킷)를 기록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8년간 연구개발(R&D)을 통해 패널 두께를 줄이는 방법을 개발해 왔다. 앞서 공개된 시제품과 비교해 패널 두께도 상당히 얇아졌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11월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SDC)'에서 폴더블 패널을 소개한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무는 "패널을 반으로 접은 상태에서도 얇다고 느낄 수 있도록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고려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수십만 번 접혀야 하는 제품 특성상, 갤럭시 폴드에는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소재·부품이 탑재됐다. 유리 소재인 커버 윈도(Cover Window)를 대체할 수 있는 '투명폴리이미드 필름(Clear PI)'과, 패널이 접히는 부분에서 경첩 역할을 하는 '힌지(Hinge)' 등이다.
투명 PI는 유리처럼 투명하면서도 강도가 센 필름 소재다. 빛이 투명하게 투과되는 성질과 구부리고 접었다 펼 수 있는 특성을 함께 지녔다. 수만 번 접었다 펴도 부러지거나 접은 자국이 남지 않는다. 예전 폴더폰에 널리 사용됐다가 스마트폰 부품 업계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춘 힌지는 두 개의 패널을 접고 펼치는 일종의 '이음새'라고 볼 수 있다.
부품 업계 한 관게자는 "폴더블 폰은 한 개의 패널을 접었다 펴는 방식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단일 패널을 단계별로 펼칠 수 있는 별도의 기어가 탑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또 패널이 서로 맞닿은 상태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기술도 힌지에 적용됐을 것으로 점쳐진다"고 말했다.
갤럭시 폴드의 초도 생산 물량은 약 100만 대 이상이 될 전망이다. 출시 시점은 4월~5월께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번 언팩이나 이후 스페인에서 진행되는 MWC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만져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바깥으로 접는 화웨이·샤오미 폰…누가 주인공 될까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들도 폴더블 폰 공개 열기를 더한다. 화웨이는 MWC19에서, 샤오미는 삼성과 같은 날 중국 베이징에서 폴더블 폰을 각각 공개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MWC 개막 하루 전인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별도 행사를 개최해 5세대 이동통신(5G)을 지원하는 폴더블 폰을 공개한다.
이 회사가 전 세계 미디어와 주요 거래처에 보낸 초청장을 보면 브이(V) 모양으로 접힌 디스플레이 부분의 반대 편으로 빛이 흘러나온다. 이를 통해 신제품이 삼성 갤럭시 폴드와 달리 바깥으로 접었을 때 5인치, 펼쳤을 때 8인치인 아웃폴딩(Out-folding) 방식을 택했다는 걸 알 수 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중국 BOE가 공급한다. 6세대 중소형 플렉시블 OLED 생산설비에 투자를 박차고 있는 BOE는 폴더블 패널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올해 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샤오미는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언팩에서 폴더블 폰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올해 MWC에서 최초로 참가하는 샤오미가 스페인에서 폴더블 폰 홍보를 위한 별도의 행사를 개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샤오미는 지난 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바깥으로 두 번 접히는 '더블 폴딩(Double-folding)' 방식의 콘셉트 폰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정확히는 바깥쪽으로 두 번 접을 수 있는 '더블 아웃 폴딩(Double-out-folding) 방식이다. 스마트폰의 양쪽 끝을 잡고 바깥으로 한 번 더 접으면 일반 스마트폰 크기로 작아진다.
외신에 따르면 샤오미는 중국 비전옥스(Visionox)로부터 폴더블 패널을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옥스는 BOE에 이어 3대 OLED 패널 업체로 꼽힌다. 이 업체도 6세대 플렉시블 OLED 패널을 대량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폴더블 디스플레이 양산이 가능한 기업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BOE, 비전옥스 정도"라며 "폴더블 폰 시장 초기에는 이들 기업이 주도권을 갖고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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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LG전자는 올해 MWC에서 폴더블 폰 경쟁 대열에 합류하는 대신, '듀얼 디스플레이'로 새로운 사용자경험(UX)을 끌어낼 전망이다. 듀얼 디스플레이는 한 장의 디스플레이가 반으로 접히는 형태가 아닌, 두 장의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된 형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주요 시장인 글로벌 폴더블폰 예상 판매량은 2022년 5천10만대 수준으로 확대된 뒤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폴더블 폰은 스마트폰, 노트북, TV, 자동차 등으로 용도가 확대되는 등 제품이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